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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 블로그 안녕
▲ 이불킥 뜰기 오마이 블로그 안녕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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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 동안 나만의 공간에 65만 명이 다녀갔다. 어느덧 내 과거 한 조각인 그곳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질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블로그. 지금은 많은 인기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아마 그래서 없어지는 걸까?) 우리는 한때 그곳에서 속을 털어놓기도, 싸우기도 하고 또는 서로에 대한 열정이 넘쳐 종로 어딘가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특히 뭔가 한 명 한 명 색다른 특기가 있었다. 각자의 방에서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평을 했으며 또 누군가는 병을 치료해주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 방문하면서 쓰담쓰담 토닥토닥 하다기도 하고 서로 미워하기도 했는데, 하나의 사회가 없어지는 것 같아 충격이다.

나에게 <오마이뉴스> 블로그는 죽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던 2006년, 모든 것에 문을 닫았을 때 유일한 소통구였다. 뜰기라는 이름으로 시답잖은 이야기를 써도 댓글은 따뜻했다. 그 힘이 계속 무언가를 쓰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쓴 글들이 363개가 되었다.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찾지 않던 나만의 공간에 이제와 다시 들어와 허겁지겁 과거를 들여다본다.
 
나의 인생에도 봄은 오겠지. 서른이 별건가? 홀가분하구먼. 초조해하고 두려웠던 스물아홉 빠이빠이. 그래 오히려 편안해지는걸. 딱 하나 빼놓고. 이제는 미루지만 말고, 똑바로 길 좀 잡자.

처음 쓴 글 '봄이 온다'를 다시 봤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참 한 결같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나는 항상 죽고 싶은 상황에서 살고 싶다고 소리 없는 글로 외치고 있었다. 지금 다시 보니 댓글이 그리웠다. 꾸준히 성의를 다해 글 썼다고 생각했는데 '자이언트 이불킥' 유발하는 글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면 어때? 내 공간이었고 그때의 나였는걸. 돌이켜보면 '이불킥'할 일들 많이 하고 살았잖아. 그냥 살아온 대로 그대로 블로그는 담고 있었던 거잖아.

언제부터인가 멈춘 나의 글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블로그에 인기척이 드물어진 것이. 그래 내가 찾지 못했으니 잡을 자격도 없지 싶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이별은 예상한 적이 없어서 지금은 약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야 할 듯.
  
오마이블로그
▲ 오마이블로그 종료 오마이블로그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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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 동안 나만의 공간에 65만 명이 다녀갔다, 라고 글을 시작했다. 사실 그중에 40만 명은 나 자신일 것이다. 밤이고 낮이고 나는 이곳에 들어와 나에게 기별을 알린 댓글들을 읽었고, 친구의 공간을 찾아갔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새로운 모습이 있을지,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아마 예전과 같지 않겠지. 

덧: 그동안 블로그에서 만났던 친구님들. 그 시절들이 많이 그리울 거예요. 유난히 따뜻했던 그 마음은 여전하겠죠? 그리고 지금의 이별에 대한 느낌이 저랑 비슷하시려나요? 모두가 공평하게 각자의 방이 있었으니 아마 그럴 듯요.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 모두 나이가 들었네요. 그래도 마음은 항상 그날들로 기억할게요. 안녕.

태그:#오마이, #블로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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