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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8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부모모임
 9월 8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부모모임
ⓒ 성소수자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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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가 개최된다. 광화문에서 국회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평등행진에 여러분을 초대하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평등을 바라는 우리가 간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 기자말

나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이다.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 자녀를 둔다는 것은 항상 가슴에 큰 돌덩어리를 하나 얹고 사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측에서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가짜뉴스를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하는 일이 있었다. 퍼레이드차량 바퀴 아래로 반대 측 사람이 스스로 뛰어 들어가 누워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며, 축제 차량이 사람을 치어서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 119를 불렀다는 뉴스였다.

그 뉴스를 재생산하며 퀴어를 마치 악마 같은 범죄 집단으로 몰고자 하는 그 사람들을 보며, 사람을 혐오와 광기에 빠뜨리는 것이 있다면 설혹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종교나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이념이라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들에게 그럴 수 있는 권한은 도대체 누가 주었을까. 그들은 신이 주었다고 믿는데, 그렇게 편협하고 잔인한 존재에게 전능하신 사랑의 신이라는 이름이 과연 마땅할 것인가?

9월 8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벌어진 폭력과 난동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로서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대 측 사람들은 당사자들과 부모들을 에워싸고 통행을 막아 10시간 가까이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게 했다.

또 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각목에 못을 박아 차량바퀴 바람을 빼버렸다. 이들이 몇 시간 동안 길을 막는 바람에 퍼레이드는 한밤중에야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 난입해 사람을 때리고, 피켓과 깃발을 부러뜨리기까지 했다.

이 현장에 있던 나로서는, 2018년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이 경찰 수백명이 눈앞에 있는 데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더욱 믿기 어렵다.
     
그건 혐오였고, 폭력이었다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8일 오전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성 소수자 단체 회원과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시민이 플래카드를 들고 맞서고 있다. 2018.9.8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9월 8일 오전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성 소수자 단체 회원과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시민이 플래카드를 들고 맞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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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문구는 사랑의 탈을 쓴 혐오였다. 묻고 싶다. 사랑의 마음이, 다양한 성 정체성이 누군가 반대한다고 없어지는가? 자기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고, 자기 종교 교전에 몇 줄 써 있다는 그런 이유로 성소수자들을 부정하고 나아가 그런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것인가?

어느 문화권이나 인구의 최소 5% 이상은 성소수자라고 하는데,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250만 명 정도 되는 성소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람들의 자녀 혹은 형제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자기들 주변에는 성소수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우리 부모들은 '인천사태'를 겪으며 다짐을 했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하고 단단해 지자고. 그래야 이 싸움을 오래 견디고 결국은 승리할 것이니까.

물론 싸움과 혼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그게 내 자식의 일이라면? 내가 목숨을 내놓을지언정 자식을 혐오와 차별이라는 광기의 구덩이에 홀로 놓아 둘 수 없기에, 부모들은 항상 자식들 곁에 같이 서고자 한다.

더하여 세상 약자의 일이라면 그 또한 내 자식의 처지와 같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바빠도 우리 부모들은 성소수자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차별과 혐오가 있는 모든 현장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연대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혐오세력들은 일부 종교와 기득권을 가진 자의 두려움을 이용하여 폭력과 거짓뉴스와 확성기로 공격하지만,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합리적 이성과 연대에 기반한 올곧은 목소리로 대응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저들이 부정한다고 해서 스러지거나 약해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부모모임의 한 아버님은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하느님이 창조한 이 세상의 놀라운 다양함의 귀한 일부"라고 말하곤 한다. 그냥 존재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다양함을 이루는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우주의 이 모든 다양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단지 자기 주변에서 많이 보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는 저들의 사고방식은 백년도 되기 전에 있었던 봉건제도나 노예제도를 대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그들 또한 그 제도가 영원히 갈 줄 알았고, 그게 세상의 존재방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힘 있는 자의 편의대로 만든 방식일 뿐이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한 사람이 노예가 되고 또 한 사람이 주인이 된다면 그들은 자기네들이 항상 주인 편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차별과 혐오, '법'으로 품위있게 해결하자
 
 성소수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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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다수지만 외국에 나가면 소수가 될 수 있고 지금 건강하고 돈이 많아도 언제 아프거나 파산할 수도 있다. 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모두가 행복할 권리이다. 소수자가 아프면 세상도 아프다. 소수자가 차별받으면 세상 모든 사람들도 차별 받을 수 있다.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논쟁하여 설득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이미 차별과 혐오라는 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이제 차별과 혐오는 불법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또 차별하는 사람에게 그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란 걸 알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아가 상식과 합리를 소중히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극단적으로 충돌하게 방치하지 않고 법이라는 품위 있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법이다.

줄을 타는 광대는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 부채를 펼 때 몸이 왼쪽으로 많이 기울수록 오른쪽으로 부채를 펴는 기울기 각도가 더 크다고 한다. 중심을 잡는다고 부채를 가운데로 펼치면 사람이 떨어지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여태 그냥 지내왔으니 조용히 살라고. 때가 되면 알아서 해결 될 거라고.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간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성소수자,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살을 고려하는 빈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성소수자들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를 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성소수자 아이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가 바로 그렇게 사느냐 죽느냐의 경계이다.

이제는 오른쪽으로 깊게 부채를 펴야 할 때이다. 차별금지법이 지금 당장 필요한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나비님은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차제연 홈페이지(http://equalityact.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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