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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아래 서울유아교육진흥원)이 이 지역 150개 유치원 교직원을 대상으로 '동원령'을 내렸다. 교수학습자료(교구)를 직접 가지고 가라는 것. 이 지시를 놓고 '세금낭비, 행정력 낭비'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공문 "택배 불가, 2~3명씩 와라" 
 
서울유아교육진흥원이 일선 유치원에 보낸 교직원 '동원' 공문.
 서울유아교육진흥원이 일선 유치원에 보낸 교직원 "동원" 공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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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유아교육진흥원이 공사립 884개 유치원에 보낸 공문 '교수학습자료 보급 확정 유치원 명단 안내'(9월 12일자)를 살펴봤다. 이 공문은 '교수학습자료를 보내야 하는데 택배발송을 못하니 유치원별로 직접 2~3명씩 방문하라'는 지시를 담고 있다. 교수학습자료를 신청한 유치원은 모두 150개였다.

이 기관은 "유치원 별 명시된 일자에 직접 (우리 기관에) 방문하여 수령"이라고 적은 뒤 "택배발송 불가, 2~3인 함께 방문 요함"이라고 명시했다.

공문 붙임 자료를 보니 150개 유치원마다 대부분 하루씩을 찍어 날짜를 적어놨다. 이날에 맞춰 '교수학습자료를 직접 갖고 가라'는 것이다. 학습자료는 이 기관이 2016년과 2017년에 만든 유아놀이, 미술교육, 연극활동, 신체활동 등 네 가지 교구였다.

유치원 교사들은 바쁜 유치원 현장을 무시한 '갑질성 지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A교사는 "우리 유치원의 교직원은 공문에 따라 유아교육진흥원에 직접 가 물품을 받은 뒤 30분 정도 걸어 가 유치원으로 다시 택배를 보냈다"라면서 "유치원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유아교육진흥원이 교구를 배포하면서 단체 택배를 보내면 되는데 150개 학교 교직원 300여 명을 동원한 것은 세금 낭비이고 행정력 낭비"라고 비판했다.

교직원들이 출장을 갈 경우 유치원은 교직원 한 명마다 1만~2만 원의 출장비를 줘야 한다. 또한 2~5시간의 업무 공백이 생긴다. 150여 개 유치원 300여 명이 이 기관에 가게 되면 모두 300만~600만 원의 세금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유치원에 근무하는 B교사는 "유아교육진흥원이 이렇게 교사들을 동원해 교구를 가져가도록 한 것은 오래전부터 벌어졌던 일"이라면서 "그러다가 교원들의 민원을 받고 2017년쯤부터 택배로 보내기도 하더니 이번에 또 우리들을 직접 동원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교육기관이 군림하는 자세가 아니라 유치원 현장에 대한 배려와 지원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유아교육진흥원 "택배는 보낼 돈 없어서, 착불은 박스 살 돈 없어서"

이에 대해 유아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교구를 보냈을 때는 택배로 보냈는데 이번에 추가 신청을 받아 보내는 것이라 택배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았다"라면서 "방문수령하면서 투덜대는 분 없었다, 직접 와서 갖고 가는 것이 행정력 낭비라면 안 갖고 가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기자가 '지난해에도 교구 수령인인 유치원이 배송비를 내는 착불 택배로 보낸 사례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택배비도 없지만 박스제작비는 더더구나 없다"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기관에는 급박한 사업을 위해 예산안에 '예비비'를 두고 있으며 '우편물 발송비' 또한 따로 책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기관 관계자는 "남아 있는 예산이 8만 원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서울유아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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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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