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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다.
▲ 콘크리트 타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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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우연히 발견한 공사현장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었습니다. 흔히 현장에서 '공구리를 친다'라고 하는 것은 액체 상태의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과정을 말합니다.

요즘은 사라졌지만, 1980, 90년대만 해도 레미콘 트럭의 뒷면에 "콘크리트에 가수(加水)하면 부실공사 된다"라는 문구가 쓰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레미콘"이란 레디 믹스트 콘크리트(ready mixed concrete)의 줄임말로, 공장에서 미리 반죽된 액상 콘크리트를 말합니다. 이것을 트럭에 싣고 공사현장까지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콘크리트가 굳어 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되도록 굳지 말라고 탱크가 서서히 회전하며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콘크리트가 너무 굳어 버렸다면 현장에서 물을 좀더 타서 묽게 만든 뒤 타설하게 되는데 이것이 부실공사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늦지 않게 제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야 했고 그래서 더러 과속과 난폭운전도 했던 모양이지만 요즘은 이런 일이 사라졌습니다.
 
타설한 콘크리트를 건조시키는 과정을 양생이라 한다
▲ 콘크리트 양생 타설한 콘크리트를 건조시키는 과정을 양생이라 한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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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설된 콘크리트는 건조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양생"이라고 하며, 콘크리트가 잘 굳도록 절대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 날은 열대야가 지속되던 8월의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양생 중에 너무 기온이 낮아도 문제지만 너무 기온이 높으면 지나치게 빨리 건조되어 갈라지기 쉽기 때문에 천으로 덮어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부디 잘 양생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심 조심 셔터를 눌렀습니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 건물 올리기 콘크리트 기초 위에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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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공사 후에 컨테이너 하우스가 올라가고 있다
▲ 컨테이너 하우스 기초공사 후에 컨테이너 하우스가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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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타설공사를 하던 곳을 며칠 후에 다시 가보니 알록달록한 건물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요즘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컨테이너 건물입니다. 빠른 시간 안에 지었다가 쉽게 해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예전에는 주로 공사현장의 임시 사무소나 숙소, 식당 등의 용도로 사용되거나, 창고나 축사 등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컨테이너의 성능을 개선되면서 임시 가건물이 아닌 영구 건물 혹은 주거용 건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 패스트 퍼니처에 이어 건축계에 불고 있는 패스트 하우징으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창업 스타트 센터 및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 전시공간 창업 스타트 센터 및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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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서울의 어느 대학구내에 지어진 창업센터 건물입니다. 스타트 창업을 돕고 학생들의 전시회가 열리며 때로 영화도 상영하는 등 많은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창업이란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일이고, 그 행위를 담기 위한 그릇으로서의 건물 역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패스트 하우징이 적합한가 봅니다. 건물은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태그:#패스트하우징, #스타트 창업센터, #컨테이너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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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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