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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퇴근족 자전거 운전시 헬멧 의무 착용 시행된 28일 자전거로 출근 중인 나익수씨
▲ 자전거 출퇴근족 자전거 운전시 헬멧 의무 착용 시행된 28일 자전거로 출근 중인 나익수씨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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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은 없다지만 괜히 범법자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신경이 쓰인다. 기분 좋게 자전거를 탔었는데...찜찜하다."

나익수(49)씨는 10년 넘은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이다. 집이 있는 마포구청역 인근에서 사무실이 있는 응암역까지 20분씩 자전거로 이동한다. 비나 눈이 많이 내리거나 폭염인 날을 제외하고는 늘 자전거와 함께했던 나씨는 최근 '자전거를 그만 탈까' 생각했다. 헬멧 때문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28일부터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는 '자전거도로'와 '도로법에 따른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다만 단속과 처벌이 없다. 실효성 논란이 일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일부 의원들이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낮추는 개정안을 지난 21일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와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혼란 속에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이 28일 본격 시행됐다.

이날도 헬멧 없이 자전거로 출근한 나익수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씨는 "10년 넘게 자전거를 탔지만 한 번도 헬멧을 쓴 적이 없다"라고 했다. 그는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라이딩 하는 사람들은 속도를 내다 보니 헬멧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면서 "일상적으로 타는 사람들도 쓰고 싶으면 헬멧을 착용하는 편인데 제재나 벌금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의무화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라고 했다.

헬멧을 구매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씨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이는 나씨만의 생각이 아니다. 기자가 이날 오전 7시 15분부터 30분까지 종로 창경궁 일대에서 마주친 자전거 7대 중 헬멧을 쓴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전 8시 10분부터 30분 사이 마포구청역 인근에서 30대를 마주쳤지만 헬멧을 쓴 이는 2명뿐이었다. 마포구청역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한 시민은 "빠른 속도도 아니고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헬멧이 필요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개인 자전거가 있지만 아무데서나 이용할 수 있어 평소 따릉이를 애용한다는 정아무개(28)씨는 "지하철 한두 정거장 거리는 따릉이로 가는 편이다"라고 했다. 정씨는 "개인 자전거로 한강에서 빠른 속도로 탈 때는 헬멧을 꼭 착용한다"라면서도 "따릉이 탈 때는 그만큼 속도를 내지 않을뿐더러 외근이 많다 보니 헬멧을 계속 들고 다닐 수도 없다"라고 헬멧을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따릉이 탈 때 헬멧을 착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안 그럴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 따릉이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A씨(29)도 "남자친구랑 시내를 걷다가 따릉이를 탈 때가 있다"라며 "헬멧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그럼 불법인 거냐"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공용헬멧을 빌려준다고 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개인 헬멧을 가지고 다니면서 공용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녹색당, 헬멧 의무화 폐지와 자전거 활성화 정책 마련 촉구
 
자전거 출퇴근족 자전거 운전시 헬멧 의무 착용 시행된 28일 자전거로 출근 중인 한 시민
 자전거 운전시 헬멧 의무 착용 시행된 28일 자전거로 출근 중인 한 시민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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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달 초부터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따릉이에도 의무적으로 안전모(헬멧)를 착용해야 할까요?"를 묻는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28일 오전 6시 30분 현재 헬멧 착용 의무화 반대율은 90%, 찬성률은 10%다. 반대 의견인 댓글 중 공감이 가장 많은 것은 '안전모만 씌울 게 아니라 자전거 도로를 제대로 해주세요'였다.

기자가 만난 자출족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씨는 "헬멧이 필요하다는 대표적인 근거가 자전거 탈 때 사고가 나면 머리를 심하게 다친다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혼자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것은 극히 드물고 큰 부상을 입을 때는 자동차나 사람이랑 부딪칠 때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자전거 도로가 있다지만 주정차 된 차들 때문에 차도와 인도에서도 곡예 운전을 하게 된다"라며 "그런 차들을 제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자전거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씨도 "차량 운전자들이 너무 위협적이다"라며 "자전거 옆에 바싹 붙어서 빵빵거리는 택시들도 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상희 녹색당 정책기획팀장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라면서 "헬멧 의무착용은 단속도 처벌도 없다지만 법을 어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 자전거 이용을 줄어들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팀장은 "자전거 도로에 세워진 차들에 대한 단속 없이 자전거 타는 이들에게만 제약을 주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라며 "국가가 개인의 삶을 규제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 조성 없이 헬멧 의무화만 하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녹색당 서울시당 등 일부 단체들은 오는 29일 오후 2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전거 헬멧 의무화 폐지와 자전거 활성화 정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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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