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십대들의 요리시간  / 아지트틴스
▲ 십대들의 요리시간  / 아지트틴스
ⓒ 환경정의

관련사진보기

 
"시끄럽고 떠들썩해서 좋아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어요."
"직접 요리하니까 먹고 싶은 걸 말해도 죄송한 마음이 덜해요."


지난 7월 방문했던 아지트틴스 십대들의 이야기이다.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아지트틴스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직접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나누어 먹은 후 뒷정리까지 하고나서 문화 활동을 하는 청소년자치공동체이다. 주택을 개조하여 성북구 청소년공유놀이터 아지트틴스와 함께 뒤죽박죽 작은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아지트틴스가 만들어진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계속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뭐든지 해도 괜찮고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5년에 뒤죽박죽 작은도서관 서정화 관장님과 아지트틴스 신희경 대표님, 여러 지인들이 뜻을 모아 이 공간을 마련했어요. 공간을 만들 때 청소년들을 모아 이 공간을 어떻게 꾸몄으면 좋겠는지 물어봤어요. 누울 수 있는 방, 큰 거울이 있으면 좋겠다는 등 아이들의 요구를 다 취합해서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죠."


염승민 지도교사는 전한다.

학기 초에 중학생 14명의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한 사람당 5가지씩, 70가지의 메뉴를 정하였다. 그리고 메뉴판에 다트를 던져 그날 해먹을 음식을 정한다. 일찍 온 아이들은 장을 보고 나중에 온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자신이 먹은 그릇은 직접 설거지를 한다.

부엌에 모인 아이들, 하나가 되다

부엌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고, 사소하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다. 함께 밥을 해서 나누는 과정이 아이들 서로에게 기본적인 관계 맺기,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한다.

부엌활동 후에는 개러지(창고) 오케스트라, 연극 활동, 우리만의 아지트, 미감 깨우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개러지 오케스트라는 부엌과 일상에 있는 소품들 중 리드미컬하고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것들을 모아서 연주를 하는 활동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든지 악기가 될 수 있고, 근사한 악기를 다루어야만 훌륭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노래 한곡을 인디음악가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는 식이다.

연극 활동은 극작가, 배우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우리만의 아지트는 진짜 동네 친구들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집단상담 및 몸놀이 프로그램이다. 미감 깨우기는 스텐실로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을 표현해 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디자인 활동이다. 이렇게 자치공동체 활동을 2년 이상 경험한 13명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재 디자인, IoT. 사회적경제 진로동아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디자인 진로동아리 활동이 있었다. 이 활동에 참여한 최민경 학생(19)은 "디자인 시간에는 생각이 많아져요. 여러 번 생각해야 해서 사고력이 향상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중학생 디자인 활동을 지도하는 정다운 교사는 "재능보다는 일하는 방법, 참고 해내는 방법을 가르친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역의 또래 집단이 형성되고 진짜 믿을 수 있는 동네 선후배가 생기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함께 활동하는 어른들과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고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청소년자치공동체의 핵심 성과라고 설명하였다.
 
아지트틴스  / 디자인 진로동아리 활동
▲ 아지트틴스  / 디자인 진로동아리 활동
ⓒ 환경정의

관련사진보기



아지트틴스와 같은 청소년자치공동체가 우리 사회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묻자 신희경 대표가 답했다.

"나이 드신 분들의 노하우로 뒤에서 받쳐주고 젊은 분들이 주도가 되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20~30대들이 없어요. 밥하고 설거지하고 메뉴 짜고 하는 일이 '이런 게 활동인가 느끼기 쉽고 매일 밥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리고 이 안에서 생기는 관계나 자율성이 성과처럼 드러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은 축적이 돼서 다른 활동을 할 때 발휘가 되는 것이죠.

그 과정을 알기에는 세대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면 먹거리 만드는 것을 요리프로그램 식으로 해보는 등 달리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수제소시지 만들기나 일상에서 밥해먹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 차리기 등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겠죠."


이상적인 마을부엌이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돌아가며 역할을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 모여서 맛있는 것을 해먹자는 유형의 마을부엌과 교육형태의 마을부엌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실제 부엌활동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식사와 요리를 매개로 한 공동체적 관계 맺기를 위한 실제 부엌활동의 예로는 맞벌이를 하지 않는 엄마들이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위해서 아침, 저녁을 함께 준비하는 것, 아빠들이 돌아가며 아이들과 놀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가족이 함께 부엌에서 밑반찬 만들기를 해보는 것, 맞벌이 부부들은 주말에 함께 장을 보거나 함께 김장을 해보는 것 등이다. 이렇게 실질적인 부엌활동을 하는 형태의 공동체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꿈꾸는 아이들의 아지트, 마을부엌
 
김장하는 십대들  / 아지트틴스
▲ 김장하는 십대들  / 아지트틴스
ⓒ 환경정의

관련사진보기

  
아지트틴스는 입시제도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꿈꾸지 못하는 우리의 십대들에게 어른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아지트틴스의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대표와 도서관관장, 100여 명의 후원자들이 마음과 뜻을 모아 공간을 마련했고, 현재는 200여 명의 후원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프로그램 진행 및 강사비 등은 기업 공모를 통해 충당해왔고 후원금과 사비를 털어 공간 운영을 해오다 올해 처음 지원을 받게 되었다.

성북교육청에서 지역 기반형 교육복지사업 예산을 지원받아 식재료비를 사용하고 있으나 인건비 지원은 전무하다. 교사와 강사들은 대부분 자원봉사활동과 적은 강사료를 받으며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공간이 아닌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활동을 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교사와 활동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늘 그 자리에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있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지 않는 것은 교사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이 신희경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그래서 어떻게든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먹거리로 아이들의 기본 욕구를 깨우고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을부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정선 기자는 8년 전 30대의 젊은 나이에 후복막평활근육종이라는 희귀암에 걸려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환경과 먹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먹거리를 바꾸면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현재는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환경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