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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주,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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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로부터 걸려온 전화

지난주,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거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센터였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여기 주민센터입니다."
"주민센터요? 무슨 일이시죠?"
"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육아수당 신청하셨죠? 저희가 검토하다 보니 서류가 하나 미비한 게 있어서요. 확정일자가 들어간 전세계약서가 필요합니다."
"전세계약서요? 확정일자가 있어야 되고?"


당황스러웠다. 육아수당을 받는데 왜 전세계약서까지 필요한지. 게다가 확정일자까지 찍혀 있어야 한다니, 갑자기 그 까다로운 행정절차에 짜증부터 났다.  
 
"꼭 확정일자가 들어가 있어야 하나요?"
"네? 확정일자를 안 받아 놓으셨나요?"
"글쎄요. 기억이 잘. 지난번에 전세기한이 자동적으로 연장되면서 확정일자를 받았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꼭 받아야 되나요?"
"그러시면 저희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몇 시간 뒤 같은 직원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굳이 확정일자가 안 찍혀 있어도 되니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다음 날 아내가 주민센터에 들러 확정일자를 받고 서류를 제출했지만, 찝찝한 건 매한가지였다. 왜 육아수당을 받기 위해 이런 서류들을 준비해야 되는지.

수수께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9월부터 시작되는 육아수당과 관련된 기사들이 뜨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답이 있었다. 야당의 반대 때문에 육아수당을 늦게 주는 것뿐만 아니라, 소득상위 10%를 걸러내고 준다는 것이다. 내게 요청했던 전세계약서 등은 결국 소득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한 자료였다.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하여

주민센터로부터 전세계약서 운운하는 전화를 받고 나자 문득 지난 6월 구청에서 내걸었던 공고 하나가 떠올랐다. 당시 구청은 6월부터 9월까지 주민센터에서 한시적으로 육아수당과 관련한 일을 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공고였다.

육아수당 주는 일이 얼마나 힘들다고 사람을 하나 더 뽑는 거지? 해당 유아가 있는 집에 일괄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면 될 일인데 혹시 일자리 통계를 늘리기 위해 단기 알바라도 고용하는 꼼수를 부리는 건가?

이와 같은 나의 의심은 실제로 그 일에 투입되어 일하는 이의 푸념을 듣고 해소되었다. 결국 인력을 더 뽑은 것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들을 걸러내기 위함이었는데, 그 노동의 양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었다.

소득기준이 안 맞거나 만 5세 미만 중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한 기록이 있는 아동 등을 걸러내야 한다고 했다. 안 그래도 행정 칸막이가 심한 우리 행정 조직에서 그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성태 "소득주도성장 폐기하고 출산주도성장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저출산 위기는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국가 재앙으로 다가왔다"라며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다. 문재인 정권에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 김성태 "소득주도성장 폐기하고 출산주도성장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저출산 위기는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국가 재앙으로 다가왔다"라며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다. 문재인 정권에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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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중 최고는 역시나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는 일이라고 했다. 소득 상위는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그 경우의 수가 많고 재산변동에 따른 자격 변화도 빈번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재산이 많은 이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관련된 서류를 받는 등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주민센터에서 내게 전화를 걸었듯이 그 일에만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한심했다. 소득 상위 10%에 대한 육아수당을 아끼기 위해서 선별에 필요한 인력과 기술, 시간 등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형국이라니. 야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 때문에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벌이고, 지금은 '출산주도성장'이라는 되지도 않는 말을 떠들고 다니고 있단 말인가.

육아수당의 의미

육아수당을 모든 아동에게 줄 것인지, 아니면 하위 소득 90%에게만 줄 것인지는 결국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라는 오래된 논쟁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소위 '삼성 이건희 자식에게 굳이 밥값을 줄 필요가 있겠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구렁텅이로 빠트렸던 무상급식 반대 논리와도 같다.

보수야당은 최근 '출산주도성장'을 외치며 마치 자신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이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한낱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그들은 보편적 복지를 마다하며, 출산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당장 행복하게 살고, 내가 여행 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 덜 낳는 거다." - 자유한국당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위의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은 현재 아이를 낳지 못할 만큼 힘든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출산주도성장' 운운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국가가 결심하면 국민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과거 군사정부 시대를 살아가며 모든 것을 젊은이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그들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초고령사회를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인구감소는 그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만큼 심각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당리당략에 빠져 모든 걸 판단하고 있다.

물론 육아수당의 지급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 겨우 한 달에 10만 원 받자고 아이를 낳는 부부는 없다. 그러나 육아수당은 세계 최악의 저출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국가가 출산과 육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길라잡이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육아수당을 모든 아동들에게 허하라. 결국 우리들의 미래는 이들에게 달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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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