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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산들과 서해까지 보이는 전망좋은 소래산.
 주변 산들과 서해까지 보이는 전망좋은 소래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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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산 모습이 소라처럼 생겼을 것 같은 소래산(蘇萊山)은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과 대야동에 자리한 높이 299m의 산이다. 인천광역시와 시흥시의 경계를 이루며 서있는 바위 많은 돌산으로, 소나무·잣나무·참나무류 나무들로 울창한 속에서 삼림욕하며 걷기 좋다.

적당한 오르막 산길과 능선길이 있어 체력단련도 하며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산 꼭대기에서 보이는 풍경이 좋아 남녀노소는 물론 반려견도 주인과 함께 찾아올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다.

산 들머리에 쉬어가기 좋은 삼림욕장이 마련돼 있고, 동쪽 산중턱에는 고려 초기의 것으로 알려진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제1324호) 마애보살입상(磨崖菩薩立像)이 거대한 바위에 새겨져 있다. 산기슭 아래 아늑한 곳에 자리한 소담한 절 내원사도 소래산 산행을 풍성하게 해준다.

* 주요 산행길 : 소래산 삼림욕장 - 소래산 - 청룡 약수터 - 보물 마애보살입상 - 정상 - 내원사

15m나 되는 거불, 소래산 마애보살입상
  
시민들의 청정 안식처 소래산 삼림욕장.
 시민들의 청정 안식처 소래산 삼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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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 밤나무가 많은 소래산 삼림욕장.
 토실토실 밤나무가 많은 소래산 삼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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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산 삼림욕장에 가면 산길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산림욕장 내에는 지압로, 우리꽃 화원, 철쭉공원, 숲속 놀이터, 원목 로프를 이용한 '힘 기르는 숲', 숲속정자 등 시민들이 상쾌하게 산책하고 쉬어갈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러 나무들 가운데 밤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 지는 밤나무들이 많다.

삼림욕장을 지나면 경사가 있는 오르막 돌계단 길이 산 중턱 능선까지 나있다. 절로 숨을 가쁘게 하고 허벅지를 뻐근하게 하는가 하면 무릎에 가벼운 통증을 보냄으로써 내 몸에 대한 무관심과 게으름에 경고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산행을 즐긴다는 김훈 작가의 말마따나 '숲은 의사도 없이 저절로 굴러가는 재활병원이고, 사람들은 이 병원의 영원한 환자'다. 오르막을 걸어 오르면 상처럼 기다리고 있는 청룡 약수터에서 달게 느껴지는 약숫물을 마실 수 있다. 이후 산 정상까지 완만한 능선길이 구불구불 걷기 좋게 이어진다. 
 
게을러진 몸을 반성하게 하는 소래산 '깔딱고개'
 게을러진 몸을 반성하게 하는 소래산 "깔딱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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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바라보다보면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소래산 마애불입상.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소래산 마애불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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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가에 무리지어 피어난 예쁜 들꽃, 달개비(또는 닭의장풀).
 숲길가에 무리지어 피어난 예쁜 들꽃, 달개비(또는 닭의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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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산 공기에 호흡도 안정되고 덜 힘들 무렵 능선 길 한편에 네모반듯한 모양의 거대한 바윗돌이 나타난다. 2001년 국보로 지정된 마애보살상이 새겨진 병풍바위다. 바위에 새겨진 불상은 무려 건물 5층 높이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규모라고 한다. 15m나 되는 거불이 시흥시 대야동 일대를 굽어보고 있다.

바윗돌에 얇게 선각(線刻)된 데다 오랜 시간 풍화작용으로 인해 불상이 희미해져 처음엔 잘 안보였다. 믿음이 신실한 불교신자에게만 보이는 건가 싶었지만, 가만히 병풍바위를 바라다보다보면 부처의 형체가 나타난다. 둥근 얼굴에 눈, 코, 입은 부리부리할 정도로 큼직하게 그렸다. 길게 늘어져있는 양 귀에 섬세하게 그린 옷 주름과 발가락도 보인다. 오른손을 가슴께에 들어 안으로 향했고 왼손은 들어 위로 향했다.

산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숲을 이루고 사는 나무와 예쁜 꽃구경이다. 특히 처음 보는 나무나 꽃을 만나면 기쁘기까지 하다. 파란색이 곱고 손톱만한 크기로 무리지어 사는 꽃이 산 곳곳에 피어났다. 꽃을 잘 아는 지인에게 꽃 사진을 찍어 보내 물어보니 '달개비' 또는 꽃덮개의 모양이 꼭 닭의 볏을 닮았다 하여 '닭의장풀'이란다. 꽃 이름도 정답고 예쁘다.

당나라 소정방 장군도 오른 산 
 
해발이 높지 않음에도 전망이 참 좋은 소래산.
 해발이 높지 않음에도 전망이 참 좋은 소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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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이 이어진 이웃 성주산, 거마산까지 3개의 산을 종주할 수 있다.
 숲길이 이어진 이웃 성주산, 거마산까지 3개의 산을 종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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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蘇萊)'라는 지명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무려 삼국시대 중국 당나라 장수 소정방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신라 무열왕 7년(660) 나당 연합군이었던 소정방이 백제를 공격할 때, 중국 산동성의 래주를 출발해 덕적도를 거쳐 이 산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그 뒤부터 소정방의 '소'자와 래주의 '래'를 합쳐서 소래산으로 불렀다고 전한다. 소래산 정상에 오르면 소정방 장군이 왜 이 산에 군진을 쳤는지 알 수 있다.

해발은 높지 않지만 정상에 오르면 전망이 넓게 트여 마치 높은 산에 오른 느낌을 받는다. 시흥시 전경은 물론 인천지역의 문학산, 만수산 등 주변 산들과 서해, 바닷가에 자리한 송도국제도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시흥의 진산이라 할 만 했다. 평평한 전망대엔 벤치가 놓여있어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다. 정상 부근에서 이웃산인 성주산 가는 팻말이 보였다. 길게 산행을 하고 싶다면 성주산을 거처 거마산까지 종주할 수도 있다.
  
산 정상 부근 능선길에 자리한 불법노점상들.
 산 정상 부근 능선길에 자리한 불법노점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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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 바로 아래 능선길에 놓여있는 쉼터와 벤치에서 쉬어가려는데 노점들이 성업 중이었다. 음료수와 간식 외에 술(막걸리)도 팔고 있었다. 불법노점에서 나온 무단투기 쓰레기 때문에 구청에서 노점행위를 금지하는 현수막까지 걸어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쓰레기도 문제지만 특히 술을 판매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음주산행을 하다가 실족해서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산 들머리에 자리한 노점과 달리 이곳은 산 정상 부근이라 더욱 위험성이 커보였다. 이런 사고로 인해 올해 3월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서는 음주산행이 금지됐다. 

한국의 산을 살린 '리기다 소나무' 

소래산엔 산속 동물들의 식량인 도토리를 낳는 상수리나무 외에도 소나무와 잣나무도 많이 산다. 내원사로 향하는 하산길가에 소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서있어 눈길을 끌었다. '뿌리의 길'이라 이름 지어도 될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다보니 흙이 깎이고 비가 내릴 때 토사가 떠내려가면서 땅속에 있던 뿌리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별일 없다는 듯 푸르고 곧게 서있는 소나무들이 대단해 보였다. 지나가던 노인 한 분이 이 소나무들은 외국에서 수입해 심은 '리기다 소나무'라고 알려줘서 더 놀랐다. 검색해보니 사실이었다. 한 동네에 오래 살아온 노인은 그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라더니 맞는 말이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나무껍질이 벗겨지면서 붉은 색을 띤다는 사실도 알려주셨다.  
 
강한 생명력으로 산을 푸르게 해준 소나무.
 강한 생명력으로 산을 푸르게 해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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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드러내고도 곧게 서있는 리기다 소나무.
 뿌리를 드러내고도 곧게 서있는 리기다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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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다소나무'의 종명 'rigida'는 단단한 것(rigid)을 뜻한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로, 겨울 추위에 강하고 척박하고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 지난 70년대 산림녹화사업 당시 많이 심었다고 한다.

연료와 땔감용으로 나무를 베어 쓰는데다 한국전쟁으로 더욱 황폐해져 어떤 나무도 좀처럼 뿌리박고 살아갈 수 없게 된 땅에서 꿋꿋하게 뿌리박고 견디며 이 강산을 푸르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잎이 2개씩 모여 있는 재래종 소나무와 달리 3개씩 한 곳에 붙어 있어 '미국삼엽송(三葉松)'이라고도 불린다. 다른 소나무류와 달리 원줄기에서도 짧은 가지가 나와 잎이 달리므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리기다소나무는 1907년 일본인 학자 우에기(植木) 박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살고 있는 외래 소나무 5종 가운데 전국에 가장 많이 심겨 있다. 
 
사찰보다 절집이 더 어울리는 소담한 내원사.
 사찰보다 절집이 더 어울리는 소담한 내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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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삼성각(三聖閣)에 있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산신(山神).
 내원사 삼성각(三聖閣)에 있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산신(山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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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난 내원사(경기 시흥시 서해안로 1541-15)'는 소래산 기슭아래 자리한 암자마냥 소담한 절이다. 사찰보단 절집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절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원사(內院寺)란 한자에서 보듯 집처럼 편안함이 느껴지는 절이다.

삼성각(三聖閣)에 있는 산신(山神) 모습도 인자한 할아버지같이 친근하다. 빨갛게 피어난 꽃이 아름다운 배롱나무가 반기는 절에 들어서니 금빛 부처상 아래 바위에 한자로 '南無阿彌陀佛(나무아미타불)'이라고 새겨져있다.

무슨 뜻일까 궁금한 마음에 바라보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미소를 띠며 다가와 알려주셨다. 스님들이 흔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염불을 하는데, '아미타불과 관음보살에게 귀의한다'는 의미라고.

아미타불은 관음보살과 함께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고 중생의 소원을 이루어주며 또한 극락왕생을 이끄는 부처라고 한다. 무자비했던 올 여름 폭염에 탈 없게 해주시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무사히 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었다.

* 교통편 : 서해선 전철 시흥대야역에서 소래산 삼림욕장까지 도보 20분

덧붙이는 글 | 지난 9월 8일에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소래산, #마애보살상, #리기다소나무, #내원사, #시흥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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