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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 광주 - 인천 - 심양 - 단동

7월 30일. 영화 <인랑(人狼)>을 보았다. 영화 마지막에 인랑 임중경이 도라산역에서 신의주로 가는 열차에 동생과 함께 탄 이윤희를 배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랑은 우리나라의 분단된 현실에 만화를 그대로 입힌 느낌이다. 영화는 내내 기계적인 폭력이 게임처럼 흐르다 통일을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폭력단체 색트 요원이었던 이윤희의 신의주행으로 작위적인 구성의 정점을 찍는다.

현실에서 기차로 신의주를 갈 수 있다면 우리는 거침없이 말 달리던 광활한 대륙적 시각을 회복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폐쇄성에 질식되어 세상의 넓음을 잊어버렸다. 동서남은 바다이고 북쪽을 절대 갈 수 없다. 지구에서 이런 구조를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우리 민족 전체에게 지극히 슬픈 일이다.

8월 1일 광주에서 인천으로, 또 다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 심양으로 향했다.

대한항공 여객기 인천에서 심양으로 가는 여객을 태우기 대기 중인 비행기
▲ 대한항공 여객기 인천에서 심양으로 가는 여객을 태우기 대기 중인 비행기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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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에 보는 구름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인간에게 꿈과 현실을 결합시키는 매개체이다.
▲ 비행 중에 보는 구름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인간에게 꿈과 현실을 결합시키는 매개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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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책 심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점자로 세상의 변화를 읽고 있는 동료. 나는 여행 내내 이 사람을 위해 봉사했다.
▲ 점자책 심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점자로 세상의 변화를 읽고 있는 동료. 나는 여행 내내 이 사람을 위해 봉사했다.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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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 랴오닝성의 심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중국도 입국 시 10개 손가락에 대한 지문등록을 요구한다. 현재 입국 때 지문등록을 해야 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다.

연길 출신 태영화 안내원이 우리를 맞아 중국 전세버스에 올랐다. 8월 첫 주는 중국여행 철 중 가장 붐비는 기간이라며 안전제일과 여권 잘 간수하기를 부탁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사람도 평생 동안 하지 못하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자기 나라 땅을 다 보지 못 하고, 한자를 다 알지 못 하며 요리를 다 먹어보지 못 하는 것이다. 중국의 넓은 땅과 다양한 지형, 기후, 풍습, 민족이 있음을 자랑하는 말이다. 단일함이 아니라 다양함이 있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은 경쟁력이다.

버스에서 본 풍경 심양에서 단동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풍경. 옥수수 밭이 계속되고 있다.
▲ 버스에서 본 풍경 심양에서 단동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풍경. 옥수수 밭이 계속되고 있다.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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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에서 단동까지 버스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산과 들판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광으로 다가오는데 옥수수 밭이 계속 이어졌다. 도로 옆 가로수로 지면에서 1m 정도의 높이까지 백회 칠이 되어 있는 미루나무, 소나무, 아카시아, 잣나무가 보였다. "상해에서 태어나기, 소호 유람하기, 광동 요리 먹기, 유주에서 죽기"가 중국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4가지라고 안내원이 말했다.

여행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번 여행에 대한 소회와 기대를 말했다. 황토현 33년을 이어오게 된 인연에 감사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같이 견뎌준 친구, 동지들이 함께한 여행을 의미 있고 즐겁게 보내자고 마음을 모았다. 어찌됐던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같이 해외여행을 왔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황토현이 만들어지고 첫 여행지로 황토현 전적지인 고부를 다녀온 것이 이번 여행의 자양분이 되었다.

중국에서 움직일 때 안내원이 하는 말과 시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좀 가야합니다"는 3 ~ 4시간, "거의 왔습니다"는 1시간, "다 왔습니다"는 30분 정도 걸린다.

오후 1시 30분 단동 식당에 도착했다. 밥과 김치찌개를 중심으로 한 식사는 맛이 우리와 차이가 없었다. 고량주를 곁들여 점심을 달게 먹었다.

압록강 단교 입구 단동 쪽 압록강 단교 입구
▲ 압록강 단교 입구 단동 쪽 압록강 단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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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에 섰다. 압록강은 탁한 물로 유유히 흐르고 강 너머에 신의주가 보였다. 하루가 걸리지 않은 시간에 다른 나라로 와서 우리 땅을 보고 있다. 폭염에 뜨거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고 가슴에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문재인 정부 이후 남과 북의 관계 정상화가 모색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다음에 압록강에 다시 온다면 신의주에서 단동을 보고 싶다.

평화를 위하여 압록강 단교를 바라보고 있는 조각상
▲ 평화를 위하여 압록강 단교를 바라보고 있는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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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앞에 '평화를 위하여' 군상이 있다. 중심인물이 마오쩌둥 주석을 닮았고 중공군이 씩씩하게 압록강 너머 신의주를 향해 행진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미국의 폭격에 의해 끊어진 압록강 단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조각상은 항미원조(抗美援朝)의 기치를 걸고 개입한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북한과 자기들의 조국을 지킨 것이다.

압록강 단교 압록강 단교 입구
▲ 압록강 단교 압록강 단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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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압록강 단교 절단부. 북한 쪽에 교각만 남아 있다. 강 너머가 신의주이다.
▲ 압록강 단교 압록강 단교 절단부. 북한 쪽에 교각만 남아 있다. 강 너머가 신의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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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미군이 투하한 폭탄.
▲ 압록강 단교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미군이 투하한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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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압록강 단교에서 본 신의주
▲ 신의주 압록강 단교에서 본 신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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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미군의 폭탄 투하로 절단된 압록강 단교 부위
▲ 압록강 단교 미군의 폭탄 투하로 절단된 압록강 단교 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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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와 단동 압록강 단교에서 본 신의주(왼쪽)와 단동
▲ 신의주와 단동 압록강 단교에서 본 신의주(왼쪽)와 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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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중국 국기가 걸려 있는 압록강 단교
▲ 압록강 단교 중국 국기가 걸려 있는 압록강 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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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사이에 두고 단동 쪽은 아파트를 포함한 고층건물이 숲을 이루고 있고 신의주 쪽은 녹색 나무의 숲이 물결치고 있다. 압록강 단교 옆에 있는 다리로 단동에서 신의주로 가는 몇 대의 버스에 한글로 '모란봉 관광'이라 쓰여 있다. 저 버스를 타고 세계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갈 수 있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갈 수 없다.

압록강 공원 압록강 공원에 있는 조각상
▲ 압록강 공원 압록강 공원에 있는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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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도 더위가 심하다. 수은주가 30°C 이상 오르는 경우가 드문데 요즘 일주일 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한다. 압록강 단교 아래 압록강 공원에 조각상과 정원이 꾸며져 있다.

압록강 유람선 압록강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
▲ 압록강 유람선 압록강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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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신의주
▲ 신의주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신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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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도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위하도
▲ 위하도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위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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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단동 모습
▲ 단동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단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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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도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위하도
▲ 위하도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위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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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운반선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북한 모래운반선
▲ 모래 운반선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북한 모래운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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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도 압록강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북한 위하도 사람들
▲ 위하도 압록강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북한 위하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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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압록강 단교(단동 쪽)
▲ 압록강 단교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압록강 단교(단동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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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압록강 단교(북한 쪽)
▲ 압록강 단교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압록강 단교(북한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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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과 위하도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단동(왼쪽)과 위하도
▲ 단동과 위하도 압록강 유람선에서 본 단동(왼쪽)과 위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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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유람선을 탔다. 배 안에 냉방기가 있으나 사람 수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다. 강바람을 쐬고 풍경을 보기 위해 갑판으로 올랐다. 뜨거운 바람이 한 치의 틈도 없이 온 몸을 휘감고 따가운 햇살이 세상을 달구어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더위와 햇빛을 견뎌야 하는 여름 여행의 일상이다.

압록강에 있는 섬 월량도에 있는 베니스 호텔에 짐을 풀었다. 긴 거리를 이동하고 부족한 잠 때문에 쉬고 싶었다. 씻으니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의욕이 생겼다. 호텔 창문으로 압록강 너머 신의주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왔다.

류경식당 단동에 있는 북한식당인 류경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 류경식당 단동에 있는 북한식당인 류경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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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동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차, 대동강 맥주, 들쭉술이 나왔다. 쭈꾸미, 야채무침, 남새볶음, 김치볶음, 빵, 쇠고기, 야채, 전복 데침, 명태 알탕, 닭 강정, 오돌뼈 볶음을 여자 식당 안내원이 설명과 함께 차례로 식탁에 놓았다. 모든 음식의 맛이 단백하고 진지하여 음식 재료의 본래 기질을 잘 살렸다.

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 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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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 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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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 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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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 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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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 류경식당 류경식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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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아리랑으로 공연을 시작하였다. 청아한 목소리와 절제된 동작으로 공연의 품격을 높이면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식당에 중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훨씬 많다. 드럼, 기타, 아코디온, 전자 피아노로 악단을 이루어 중국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마지막에 중국과 북조선이 서로 돕는 화면으로 30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냉면 류경식당 냉면
▲ 냉면 류경식당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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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냉면을 먹었다. 면발은 부드럽게 혀에 감기고 이빨과 혀 사이에서 무리 없이 끊긴다. 육수의 맛은 슴슴하다. 닭고기와 무, 오이가 자극이 없으면서 입 안에 향긋한 풍미를 남기고 목구멍으로 사라진다. 유기그릇에 담긴 밤색 면발과 육수는 서로의 색감을 돋았다.

음식은 기다리는 시간 없이 금방 나왔고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점잖다. 식당은 쾌적하고 고급스럽다. 식당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수시로 사진에 담았다. 공연 모습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 나는 아무런 제지가 없었는데 같은 식탁 옆에 앉은 동료는 계속 제지를 받았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들쭉술을 128위안에 샀다.

양화도 야경 양화도 야경
▲ 양화도 야경 양화도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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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을 정리하면서 일행 모두가 북한식당에서 저녁식사 한 것을 최고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http://blog.ohmynews.com/twocircle/)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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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