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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째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좀 넓은 밭을 일구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먹을 것들을 스스로 가꿔 먹는 재미도 좋지만, 조금만 부지런 떨면 어지간한 채소는 사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살림에 보탬이 되어 좋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아 건강한 먹거리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몇 년째 채소들을 거의 사먹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장마를 앞두고 자주 듣게 되는 "장마로 채솟값이 오르면 어쩌나?"와 같은 걱정스런 말들이 피부에 거의 와 닿지 않곤 했다. 그보다 내게 더욱 간절하게 와 닿곤 했던 것은 라면과 같은 가공식품들이나 공산품들의 물가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농사를 지었지만 폭염 때문에 거의 거둬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초보 농부 수준이지만 해마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한 것들을 친정 형제들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줄 정도의 농사는 되곤 했다. 내가 사는 경기 북부에는 올 봄비가 자주 왔다. 덕분에 봄 농사가 잘 되어 6월 말까지 친정 형제들과 친구들에게 몇 차례 나눠줄 수 있었다.

폭염 때문에 망친 텃밭 농사

7월이 되고 장마가 끝났나 싶게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언젠가부터 뉴스마다 걸핏하면 폭염으로 타들어가는 농작물 상황을 보도하곤 했다. 그렇건만 물 한 번 주지 않았는데도 우리 밭의 작물들은 잘 자랐다. 꽈리고추와 가지는 특히 많이 열려 몇 차례나 해먹기도 하고 남에게 주고서도 남는 것들을 말려야 할 정도였다. 토마토도 참 많이 열려 몇 번이나 갈아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하기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땀으로 범벅, 30분쯤 지나면 심장이 쿵쿵 뛰며 현기증과 함께 미슥거리는 등 날이 갈수록 더워지면서 밭에 가는 것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8시에도 땀으로 범벅, 풋고추 몇개 따는 것마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먹을 것조차 거두지 못하는 날이 잦아지고 있었다.

 극심한 폭염이 오기전 수확한 것이다.
 극심한 폭염이 오기전 수확한 것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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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도 토마토와 고추는 붉게 익어갔고, 가지도 주체 못할 정도로 열리는 등, 눈에 띄게 농사가 잘 되어 기분이 좋았다. 당연히 거두는 재미도 좋아 더위를 무릅쓰고 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을 버려야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었던 토마토라 별다른 의심 없이 갈아 먹었다. 그런데 식중독에 걸렸을 때처럼 속이 울렁울렁, 현기증과 함께 모두 토하고서야 진정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토마토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 의심 없이 남편과 딸에게 갈아줬는데 모두 나와 같은 고통을 겪었다.

부추는 노랗게 말라 버린지 오래. 오이는 써도 너무 쓴 데다가 질겨 뭘 해먹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7월 초까지만 해도 부드러웠던 꽈리고추는 어찌나 매운지 속이 뒤집힐 정도로 매워 애써 조린 것을 다 버리고 말았다. 처음 몇 번 두 뼘 크기까지 자라곤 했던 가지는 한 뼘 크기로도 자라지도 못한 채 점박이가 되거나 말라버리곤 했다.

게다가 고추는 탄저병으로 얼룩덜룩, 못 먹게 되었다. 옥수수와 들깨, 고구마, 호박 등 다른 작물들이 입은 피해까지 어찌 다 설명하랴. 토마토는 물론 대부분의 작물들이 폭염과 가뭄을 견디며 독해질 대로 독해져 도무지 먹을 수 없는, 아니 먹어서는 위험한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아깝지만 모두 버려야 했다.

올 여름 내가 겪은 폭염 피해 일부이다. 사정이 이러니 농산물들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 턱없이 비싸 선뜻 사먹을 수 없는 채소들이 많지만 우리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부들이 폭염에 노심초사, 물을 준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더위와 싸우거나 더위로 건강을 잃으며 말이다. 그러니 올 여름 그 누구보다 많이 고통스러웠을 농부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주 찾는 집 근처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매장 일부 모습이다. 폭염 후 오후가 되면 비어버리는 매대가 많아졌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예전보다 반절이나 3분의 1 정도의 물량이 들어오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없는 것들이 많아진단다. 그나마 예전보다 크기나 포장 단위 등이 매우 작아졌다고 한다.
 자주 찾는 집 근처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매장 일부 모습이다. 폭염 후 오후가 되면 비어버리는 매대가 많아졌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예전보다 반절이나 3분의 1 정도의 물량이 들어오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없는 것들이 많아진단다. 그나마 예전보다 크기나 포장 단위 등이 매우 작아졌다고 한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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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생각과 별개로 폭염으로 턱없이 비싸진 농산물들 앞에 한숨이 쏟아지곤 한다. 추석 다음 날이 아버님 제사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해 못할 정도로 비싸도 제사상에 올려야만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연한 듯 풍족하게 누리다가 비싸게 사 먹어야 하니 더욱 복잡한 심경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여름 폭염으로 비싸진 물가를 극복하는 과정에 그동안 나도 모르고 있던 음식 관련 내 단점도 알게 됐고, 음식에 대한 폭이 조금 더 넓어졌다는 것이다. 아래는 올 여름 더위를 잠시 위로해준 음식 한 가지와 턱없이 비싸진 채솟값을 버거워 하는 대신 대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들 일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소개한다.

턱없이 비싼 채솟값, 대안은 있다

 나만의 레시피
 나만의 레시피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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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장마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농산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마다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꼈던 것은 언제든 필요한 채소들을 가꿔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법 많은 김장김치를 늘 비축하고 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채솟값이 비쌀 때, 뭣보다 김칫거리가 비쌀 때 김장김치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 맛이 없는 김치까지도 말이다.

간단하게 볶는 것만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맛있는 요리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볶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 양념을 어느 정도만 없애 붉은 상태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볶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도 이처럼 볶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더욱 좋아하는 것은 양념을 모두 씻어낸 후 지져먹는 방법이다.

개운하고 깊은 맛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한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이 끓여 여러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끼니마다 한 대접씩 먹곤 한다. 차갑게 먹으면 어느 정도의 더위도 잊을 수 있어 여름이면 국수를 삶아 냉면처럼 말아먹기도 한다. 올 여름에도 즐겼다. 어느 날 남편은 "이 폭염을 에어컨 없이 견딜 수 있는 것은 이 음식 덕분!"이라며 더위에 음식 준비하는 아내를 위로해줬다.

① 김치를 씻어 양념을 모두 없앤 후, 약간 간간할 때까지만 담가둔다. ⓶ 담가뒀던 김치를 꼭 짠 후 잘게 썬다. ③ 들기름이나 참기름으로 잠깐 볶는다. 개인적으로 들기름으로 볶는 것이 훨씬 맛있고 개운한 것 같다. ⓸ 볶은 김치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넉넉하게 부은 후 뚜껑을 덮어 끓여준다. 이때 참치(통조림)나 멸치(머리와 똥을 뺀)를 조금 넣고 끓이면 훨씬 감칠맛이 난다. 마늘 다진 것, 취향에 따라 매운 고추 등도 넣고 끓인다. ⓹ 팔팔 끓으면 불을 낮춰 20분 정도 푹 끓여준 후 간을 맞춘다. 국물은 취향에 따라 조절한다. 우린 겨울에는 거의 국물 없이 해서 나물처럼, 여름에는 좀 넉넉하다 싶게 잡아 국물을 시원하게 즐기곤 한다.

채솟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인지 벌써부터 김장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잠깐 김장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참에 김치 냉장고에 있는 김치들을 싹싹 긁어먹고 채솟값이 안정될 때 담가 먹자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울러 이 음식처럼 물리지 않고 언제든 해먹을 수 있는 김치 활용 나만의 요리도 발견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만의 레시피
 나만의 레시피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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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지인이 제법 많은 양의 다시마 한 봉지를 선물했다. 그 얼마 전 다시마를 구입해 얼마 먹지 않아 뜻밖에 생긴 많은 양의 다시마를 두고 '육수나 부각 해먹는 방법 말고 달리 해먹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 내친 김에 인터넷 검색을 했다. 결과, 참 많은 사람들이 조려도 먹고, 볶아도 먹고, 무쳐 먹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레시피 몇 개를 훑으며 '조만간 해먹어 보자'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도 해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뭣보다 다시마는 그동안 육수를 내는 것으로만 썼기 때문인지 선뜻 해먹어지지 않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다. 얼마 전 폭염 때문에 물가가 비싸 추석 상차림이 걱정이라는 뉴스를 보며 '집에 있는 것들부터 더이상 묵히지 말고  처리하자'고 생각, 다시마를 떠올리게 됐다.

내친 김에 해먹어 보니 간단한 조리만으로도 맛있다. 다시마의 감칠맛 때문일 것이다. 어느 집에나 다시마처럼 반찬 주재료가 아닌 부재료로 갖춰놓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쓰임새에만 연연하지 말고 다른 방법의 요리를 고민, 적극 활용해보자. 이들 재료들도 오래되면 버려야 한다. 그러니 적극적인 활용은 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하간 올 여름 폭염 덕분에 바뀐 먹거리에 대한 고정관념 덕분에 해먹게 된 다시마조림이다.

① 다시마를 가볍게 씻은 후 잘라 육수 낼 때처럼 끓인 후 ⓶ 건더기만 건져 물을 자박하게 넣는다. 이에 간장과 매실액과 설탕 혹은 올리고당을 넣고 물이 졸아들 때까지 조리면 된다. 이때 나온 육수는 그냥 마셔도 되고 육수로 쓰면 된다. 취향에 따라 표고버섯을 넣고 조려도 맛있다. 칼칼한 맛이 좋으면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조린다.

 한 주부가 마른 나물 코너에서 마른 나물들을 고르고 있다.
 한 주부가 마른 나물 코너에서 마른 나물들을 고르고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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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이나 과일 등은 말리면 고유 성분에 말리면서 생기는 성분까지 더해져 그렇지 않을 때보다 몸에 좋은 성분들을 훨씬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채소를 먹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추천되기도 한다.

그래서 텃밭을 일구기 시작하면서 미처 다 먹지 못하는 것들이나, 버섯처럼 제철에 훨씬 저렴한 것들을 구입해 말려두고 겨울마다 요긴하게 해먹곤 있다. 농사를 짓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채소가 풍성해 해먹을 생각을 못한 것이다.

폭염으로 채소가 워낙 비싼 요즘, 대안으로 이만한 것이 없겠다 싶다. 그래서 요즘 자주 해먹고 있는데, 겨울과 또 다른 맛이 좋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계절 내내 적극적으로 해먹을 생각이다. 그런데 농사를 짓지 않아 말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마른 나물들도 덩달아 올랐으면 어쩌나? 지난 22일 자주 이용하는 대형마트에 확인 차 갔다.

재료에 따라 80g, 100g, 200g 등으로 포장, 대략 2천 원~5천 원선이었다. 고사리처럼 다소 비싼 것도 있지만 말이다. 한 직원에게 물어보니 "마른 나물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비싼 채소 대안으로 선택, 이참에 요리법을 확실하게 배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제대로 배워두면 올해처럼 자연재해로 채솟값이 비쌀 때는 물론 평소에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변화나 자연재해로 인한 채솟값 폭등은 올해만의 사정이 아니니 더욱 요긴하지 않을까.

덧붙이면 마른 나물들은 아래와 같은 것들만 알면 실패하지 않는 것 같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지만 말이다. ① 마른 나물 반찬이 번거롭거나 어려운 것은 먹기 좋게 불려야 한다는 것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고사리처럼 12시간가량 물에 담가둬야 하는 것도 있지만 말린 가지나 호박고지처럼 물에 잠깐 담갔다가 짜야 하는 등 쉽게 불리거나 손질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 지레 겁먹지 말자. ⓶ 마른 나물들은 '일단 무친 후(간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으로) 양념이 스며들도록 10분가량 둔다 → 식용유 등을 아주 조금 두른 팬에 짧게 볶다가 약간의 물(소주잔 1/2~ 1컵 정도)을 넣고 뚜껑 덮어 약한 불로 찜한다'의 과정을 기본으로 조리하면서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③ 맛이 그다지 없는 나물도 들깻가루를 넣어 마무리하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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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