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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이 들리나요?> 다섯번째 이야기 -탑골미술관
 <내 말이 들리나요?> 다섯번째 이야기 -탑골미술관
ⓒ 남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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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도 전시될 수 있을까? 혹은 인터뷰하는 내용을 라디오처럼 감상하는 전시는 어떨까? 그런 전시가 실제로 열리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탑골미술관에서 8월 30일까지 진행중인 <내 말이 들리나요?>가 그것이다. 유영주 작가는 시립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을 섭외해 전시장의 커튼 안쪽에서 인터뷰하고, 관객들은 커튼 바깥쪽의 스피커를 통해 인터뷰를 들으면서 감상하는 방식으로 전시는 진행된다.
 유영주 작가가 차용재(92) 할아버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영주 작가가 차용재(92) 할아버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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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한국의 2018년, 어르신들은 저마다의 어떤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평범한 내용이면서도 진솔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이지만 우리네 안방에서 온가족들이 모였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었을 법한 이야기다. 차분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 보따리. 그동안 녹음된 이야기 보따리 중 몇 개를 풀어서 이곳에 소개한다.

 유영주 작가의 전시에 쓰이는 인터뷰 녹음 장비
 유영주 작가의 전시에 쓰이는 인터뷰 녹음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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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수록) 욕심이 줄어들죠. 나이가 들면 기억도 없고 용기와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히 욕심이 사라져가는 거죠. 욕심을 내봐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중해서 욕심 없이 살도록 노력하는 거죠. (관련 지어서 떠오르는 일이 있는데) 일 년 전에 미아동에서 지갑을 주웠는데, 한 30~40만 원 들었고 상품권도 있고 그랬는데 파출소에 그대로 갖다 줬어요. (경찰관들이 지갑을 그대로 가져다준 것에 대해 물었는데) '내가 그 몇 십 만 원 가지면 기분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열 배 백 배 손해나는 일이 있어서 나는 그런 일은 못한다'고 말했죠. " - 이창순 할아버지

 이정숙 할머니 인터뷰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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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잘못 살아온 것 같아요. 저는 가늘게 길게 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짧고 굵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앞만 보고 내 손에 돈이 들어오면 쓸 데 쓰고 안 쓸 데 안 쓰고 여행같은 거 낭비를 절대 안 하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중략) 젊어서는 진짜 느끼지 못했던 거, 아이들 키우면서 학교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여행도 못 가서 불평하고 … 그동안 살면서 꿈도 희망도 포부도 많았는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좌절도 있었고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 현재만 생각하면서 살려고 하니까 그렇게 괴로움도 없고 더 편한 것 같아요. 젊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이정숙 할머니

 <내 말이 들리나요?>에 전시중인 어르신들의 기증품들
 <내 말이 들리나요?>에 전시중인 어르신들의 기증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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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련 할아버지의 기증품인 18년된 낡은 구두
 송련 할아버지의 기증품인 18년된 낡은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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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시장 벽에는 인터뷰했던 어르신들께서 기증한 낡은 옷가지며 신발이며 '독도를 지키자'라는 신문스크랩 등의 여러 생활용품들도 전시돼 있다.  "2001년부터 18년간 신었던, 낡았지만 정들었던 구두 한 켤레와 <구두 단상>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있어 번갈아가며 신었지만 이 친구가 편하여 가장 가까이 지냈다. 바쁜 걸음, 한가한 걸음, 즐거운 걸음, 피곤한 걸음도 이 친구와 많이 했다. 뒷축이 닳아지면 고무창을 박아가면서 혹사시키기도 했다. 10여 년을 지내다보니 결국 견디지 못하고 바닥창이 망가졌다. (중략) 이 친구와 함께 한 시간이 어언 18년! 그래 이제는 너를 놓아야겠구나. 그동안 수고했어! 미안해! 고마웠어! 아듀!" - 송련 할아버지

 탑골미술관에 전시중인 기증품들과 인터뷰 내용을 적은 문구
 탑골미술관에 전시중인 기증품들과 인터뷰 내용을 적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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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기증품들에는 인터뷰한 분들의 인터뷰 내용 중 짧은 내용이 소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나는 모자란 사람이다. 모자란 것이 미덕이다. / 저 부끄러워요. 이런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다 듣잖아요. / 이제 앞길이 생각되더라구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미완성으로 끝난 것... / 나요. 제일 낡고 오래 되어서 버려야 할 것은 바로 나예요. / 약한 자를 더 대변하지 못하고, 어려운 자를 더 돕지 못하는 것은 저의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 색깔이 다르면 어때요? 내가 용도에 맞게 잘 쓰면 되지. / 난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요."

 유영주 작가
 유영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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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주 작가는 '내 말이 들리나요?'(Can you hear me?)>라는 제목의 사운드 설치이자 퍼포먼스를 2015년부터 한국, 독일, 미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작가는 작업 형태와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시 형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객들이 많이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쉽게 말해서 '사운드 설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가 하는 작업은 최종적인 인터뷰된 내용의 사운드 송출과 청취가 아니라 그 전의 과정 즉 인터뷰 할 사람들을 거리에서 섭외하고 거절당하고 실제로 인터뷰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포함하는 참여적인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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