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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서 북녘의 형님을 만나러 가는 조상용(80) 할아버지가 상봉 등록을 위해 환하게 웃으며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한 남북 상봉단은 24일부터 사흘간 6차례, 총 12시간 상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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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2차 남북이산가족이 금강산에서 만난다. 남측 81가족, 총 326여 명이 북측 가족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22일까지 이뤄진 상봉이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찾은 것이라면, 이번 상봉은 북에 있는 이산가족이 남측 가족을 찾는 것이다.

목원선(85), 송종호(86), 김향미(53)씨는 각각 형과 사촌 동생, 큰이모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목원선 할아버지 이야기] 목씨에서 김씨가 된 형

형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목원선(85)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다. 1950년 6.25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 뒤였을 것이다. 외숙모와 서울 성동구 중앙시장에 먹거리를 사러 갔던 형의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다. 인민군이 형에게 다가와 "동무 잠깐만 봅시다"라고 말했고 형이 대꾸하지 않자 "저기 가서 얘기 좀 하자"고 끌고 갔다.

형이 끌려간 후 할아버지도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할아버지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내가 형과 총부리를 마주 잡고 그랬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때 끌려갔으니 저쪽(북)도 전부 전방에 내보냈을 것 아니에요. 이제 살아있다고 그러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형은 돌아오지 못했다. 대신 형의 친구가 소식을 전해줬다. 북한으로 끌려가던 중 미군 폭격을 받았고 형의 친구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서울로 돌아온 것.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형이 사망한 줄로만 알았다. 4형제 중 맏이가 전쟁 통에 죽었다는 소식에 집안도 풍비박산 났다. 그 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형이 살아있었다. 그 사이 목씨였던 형의 성이 김으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할아버지가 묻고 싶은 건 한두 개가 아니다.

형제는 서로를 겨누고 있었을까. 똑똑했고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했던 형은 어떻게 남은 삶을 이어갔을까. 하루아침에 전쟁터에 내몰린 형제가 68년 만에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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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전하는 가족 소식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록날인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이진희(58·왼쪽)씨와 이소희(63)씨가 북측 고모 리선례(81)씨에게 보여줄 가족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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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할아버지 이야기] 꿈에서 그리던 만남

송종호(86) 할아버지에게 북측 송창호 할아버지는 평범한 사촌 동생이 아니다. 충청북도 옥천, 한집에서 함께 자라 형제와 다름없었다. 대가족이던 할아버지는 남자 형제들이 모여 살았다. 네 살 아래인 사촌 동생을 할아버지는 업고 다니며 챙겼다.

할아버지가 사촌 동생과 헤어진 건 전쟁 때문은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열 살 때였나, 사촌 동생이 서울 안암동으로 이사 갔다. 마침 할아버지도 사범학교에 들어가 서울로 상경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둘의 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사촌 동생이 가족들과 북으로 가게 된 건 1.4 후퇴 때다. 사업을 하던 동생의 아버지는 남북 군인들 할 거 없이 집에 오면 먹여주고 재워준 품이 큰 어른이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이 모습이 불만이었을까. 남측 누군가가 당시 군경찰인 특무대에 신고했다. 할아버지는 사촌 동생의 집에서 "신고가 들어가 사형을 시키라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기억했다.

꿈일까 생시일까. 할아버지는 7살 때 사촌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전히 갖고 있다. 동생과 마주 앉아 소주 한 잔을 할 수 있을까.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두 차례나 이산가족을 신청했지만, 끝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십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못 이룬 그 꿈같은 일이 정말 이루어지는 걸까. '죽기 전에 만나 다행'이라고 지나가듯 말하는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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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록날인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이후남(81·가운데)씨 가족들이 밝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후남씨는 북측 언니 리숙희(90)씨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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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씨 이야기] 18년 전, 엄마의 유언

엄마는 큰이모를 그리워했다. 고향인 충청북도 충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끝내 다시 보지 못했다. 엄마는 18년 전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큰이모의 기억을 더듬었다. 큰이모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김향미(53) 씨는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큰이모를 만나게 됐다.

향미씨는 외할아버지와 큰이모가 어떤 사정 때문인지 다른 가족들과 따로 피난을 가게 된 것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큰이모는 이번 상봉에 외할아버지도 찾는다고 신청했다. 큰이모와 외할아버지도 중간에 서로를 잃어버렸던 걸까. 어디서부터 서로를 잃게 된 걸까. 향미씨가 알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큰이모를 만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듣고 향미씨는 엄마의 피난 가방을 떠올렸다. 엄마는 피난 중에도 큰이모의 졸업장과 상장을 챙겼다. 큰이모의 자랑스러운 기록을 소중히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이제는 전달할 수 있을까.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향미씨에게 큰이모의 졸업장을 말했다.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전해달라고. 향미씨는 오래전 엄마의 유언을 이제야 들어드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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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만나러가는 100세 강정옥 할머니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우리측 최고령 상봉 대상자인 강정옥(100) 할머니가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 도착해 상봉 등록을 하고 있다. 강 할머니는 헤어진 북측의 동생 강정화(85) 할머니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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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눈물이'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 도착한 한 상봉 대상자가 상봉 등록을 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한 남북 상봉단은 24일부터 사흘간 6차례, 총 12시간 상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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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서 북녘 가족에게 전할 소중한 선물들이 쌓여 있다.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한 남북 상봉단은 24일부터 사흘간 6차례, 총 12시간 상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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