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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직업을 말해줘' 창간호, 고 이홍렬 선생, '직업을 말해줘'의 그 동안 강연들. 2015년 이전 강연자들은 분량 사정상 빠져있다.
 왼쪽부터 '직업을 말해줘' 창간호, 고 이홍렬 선생, '직업을 말해줘'의 그 동안 강연들. 2015년 이전 강연자들은 분량 사정상 빠져있다.
ⓒ 직업을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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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말해줘'라는 유인물을 본 것은 2016년 말쯤이었다. 창간호였는데 4쪽의 간단한 형식이었다. 이미 열 번 쯤 '직업을 말해주었'고 앞으로도 이를 지속하겠다는 것이었다. '좋은 일이다' '언제가 가봐야지' 했으나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그러다 2018년 봄쯤 우연히,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이홍렬님이 '끝내 암으로 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과업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 이홍렬 선생과 함께 '직업을 말해줘'를 시작했던 윤상임 대표를 지난 16일 성동생명안전배움터에서 만났다.

- '직업을 말해줘'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마장동 홍익교회 안에 하마공부방이라고 있었다. 이쪽 사근동 마장동 용답동에 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우리가 하고 있었는데, 이 선생님은 거기 영어 자원봉사로 오셨다.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지쳐있고 꿈도 없고…, 그런 점을 안타까워 하셨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래의 꿈을 심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어줄까?' 그런 점을 함께 고민하다가 시작했다."

- 현재까지 '직업을 말해줘'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
"12월 정도만 빼고 매월 진행해 왔다. 2015년 7월 '일하며 시쓰는 투잡 시인 안병호' 님을 시작으로, 오늘 2018년 8월 16일 리포터 박아희 강사까지, 3년 1개월이다."

- 작은 곳에서 놀라운 일이다. 어떤 분들이 참여를 해주셨나?
"처음엔 주로 이홍렬 선생님 지인들이 자리를 채워주셨다. 워낙 재주가 많은 분이셨고, 동호회 폭도 넓었다. 초청된 강사분들이 다시 주변인들을 추천해 주셨다. 강사분 중에는 여기 마장동 동명초 졸업생도 많고, 멀리 청주, 인천서도 오셨다."

2016년 10월 7일로 발행된 '직업을 말해줘' 창간호를 다시 읽었다. 이홍렬은 편집인이었고 '기획과 섭외담당'이었다. 창간호를 끝으로 더 이상 발간되지 못한 '비운의 매체'였지만, 매체가 담고자했던 꿈은 엄연하게 살아있었다. 그가 밝혀 쓴 '직업을 말해줘'의 기원은 이랬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색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유대인들은 저녁 식사에 지인을 초대하여 손님의 직업에 관하여 자녀와 손님이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자녀의 성장과정 속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자녀는 다양한 직업을 알게되고, 소개받은 직업에서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하려고 시도했고,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섭외하려 노력한다고 적었다. "자녀들에게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는 불가능이 없으니까요" 하면서. "누구나 아는 직업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 자녀가 행복해질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단기적으로 방학에는 직업을 체험하고", "장기적으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도 그의 계획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8년 1월 영면에 들었다. 프로젝트의 꿈을 남긴 채.

 2018년 8월 17일 '직업을 말해줘'에 박아희 리포터가 초청되었다. 강연은 녹화된 후 편집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한 작업이다.
 2018년 8월 17일 '직업을 말해줘'에 박아희 리포터가 초청되었다. 강연은 녹화된 후 편집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한 작업이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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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렬님에 대하여 말해 달라.
"하마공부방에 영어 담당으로 오셨지만 실제로는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주셨다. 청계천으로 산책도 가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함께 그림도 그리고. 풍납동에 사셨는데 (애들이 조금 적은 때면) 여기 마장동 아이들을 태우고 가셨다.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카페에서 아이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색다른 추억도 만들어 주셨다.

어른들 청소년들과는 영어성경공부반도 진행하셨다. 영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을 한번씩 번갈아 듣고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대로 따라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영어 수준이 어떻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었다. 다양한 분야에 박식한 탓에 단어의 어원을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 책이나 팝송, 영화, 사회적 이슈도 풀어내셨다. 화제가 무궁무진한 수업이었고, 에피소드도 빼 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였다.  매주 두 번쯤 하시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한번으로 줄였지만."

- 여기서 함께 하신 일들도 많다고 들었다.
"찬양대도 하셨고 총무 역할도 하셨다. 수요예배 땐 기타로 함께 해주셨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러셨다. 마을안 크고 작은 행사에 사진기록자로, 사진과 동영상 강사로, 카페에 사진과 그림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가로, 섹소폰 연주가로, 매미우화 체험 활동가(?)로, 소식지를 만드는 작가와 편집자로, 그리고 부업으로 쥬얼리 상품 사진을 찍으셨고 본업으로는 특허 번역일을 하셨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루의 마무리는 암벽 등반을 하셨다."

- 돌아가셨을 때, 모두들 상심과 충격이 컸겠다.
"처음 오셨을 때부터 몸이 안 좋으셨다. 항암 치료 과정이셨는데 누가 봐도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혈색이 좋아지시더니 병색은 완전히 걷히고 건강한 모습이 되셨다. 정말 열정적으로 활동하셨고, 늘 꿈 너머 꿈을 꾸고 실천해 나가는 분이셨기 때문에 완치되실 거라 믿었었다. 본인은 물론 함께 하는 우리 모두가~. 두세 달 사이에 너무나 급격하게 악화되셔서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홍렬 선생은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이들의 입학식과 어르신들의 은퇴식을 한 장소에서 마련했던 2017년 봄의 풍경이다.
 이홍렬 선생은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이들의 입학식과 어르신들의 은퇴식을 한 장소에서 마련했던 2017년 봄의 풍경이다.
ⓒ 직업을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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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점이 개인적으로는 기억에 남나?.
"이홍렬 선생님은 일상적 사회 현상(가치관)에는 역행하는 분이었지만,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었다. 영어 성경공부반에 학생이 1명 올지라도 아쉬워하거나 회의를 느끼시지 않으셨다. 들을 사람이 있으면 수업을 하면 되고 아무도 안 오면 그날은 쉬면 된다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나는 <직업을 말해줘>를 운영하며 참석자의 많고 적음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 부단히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성향이었다. 참석자 수가 줄면 낙심이 되었고 내가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라는 자책을 하게 되니 마음이 힘들어질 때도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홍렬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다. '할 수 있을 만큼 하면서 쉽게 가자고, 힘들게 가면 오래 못한다'고. 그 담담함은 평생 쫓아도 못 닮을 것 같다."

- <직업을 말해줘>를 진행하시면서 아쉬운 점,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중고생들을 보기 어렵다. 꼭 와서 들어주었으면 하는 친구들인데…. 참여를 독려하느라 참석하면 봉사점수를 주겠다고 했더니, 주변서 여러 소리가 들어왔다. '봉사는 그런 게 아니다.' '어서 그 홍보물을 내려라.' 와서 같이 준비도 하면, 들으면 느끼는 것도 많았을 텐데. 그간의 강연들은 모두 녹음하고 영상도 찍어두었다. 이걸 편집해서 인근 중고등학교에도 전달하려 했다. "우리가 잘 하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하시더라. 실시간 라이브 중계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더 안 나오나?(웃음) 해서 중단도 했다. 아이들만 보내고, 엄마 아빠들 참여가 적은 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다."

- '직업을 말해줘'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가길 바라는가.
"강연 영상을 편집해서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 정기적으로 올릴 계획을 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무리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도 수요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 아이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편집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핫한 직업군(아이들의 선망이 되는 것이거나 부모님의 선망이 되는 것)과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군뿐아니라, 사회적 편견으로 기피되어지는 직업군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다."

-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두 딸이 지속적 참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더 큰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딛고 있다는 걸 느낀다. 가장 큰 수혜자는 두 딸이라는 걸 알아줬음 좋겠다.(웃음)"

이 사업은 현재 성동구 공유촉진 주민공모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성동희망푸드뱅크와 홍익교회, 마장동주민센터와 성동생명안전배움터, 성동사회복지관이 후원에 참여한다. 매월 혹은 일회성 후원자들도 직업을 말해줘를 돕고 있다. 한 사람이 직업을 말해주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고 이홍렬 님을 생각하면서,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직업을 말해줘’를 준비하는 이들 왼편부터 윤상임, 김채연, 전전, 김미경, 김정연, 김성욱. 김채연(중2, 동마중)은 카메라 기록 담당이다. 이름과 성이 같은 전전씨는 사회를, 2017년 1월 강사였던 한미연합사 군무관 김성욱은 안내 데스크를 맡고 있다. 영상 편집을 위해 김미경씨가 최근 합류했고, 김정연씨는 회계 담당. 이날 자리에 없는 안미영씨는 홍보를 담당한다.
▲ ‘직업을 말해줘’를 준비하는 이들 왼편부터 윤상임, 김채연, 전전, 김미경, 김정연, 김성욱. 김채연(중2, 동마중)은 카메라 기록 담당이다. 이름과 성이 같은 전전씨는 사회를, 2017년 1월 강사였던 한미연합사 군무관 김성욱은 안내 데스크를 맡고 있다. 영상 편집을 위해 김미경씨가 최근 합류했고, 김정연씨는 회계 담당. 이날 자리에 없는 안미영씨는 홍보를 담당한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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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직업을 말해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what_do_u_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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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