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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자전거로 시작한 5년 이 자전거로 남도여행 600여km를 달렸다.
▲ 생활자전거로 시작한 5년 이 자전거로 남도여행 600여km를 달렸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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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랭글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GPS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GPS 상의 위치 이동을 시간, 거리, 고도를 통해 운동기록을 분석해준다. 비슷한 것들이 많은데 이 앱은 등산에 특화된 것으로 걷거나 산행하는 사람들,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편이다.

이 앱을 쓰기 시작한 게 2013년 5월 말부터였으니 5년 하고 3개월 정도 되었다.

운동기록에 따르면 약 3031시간 동안 앱을 작동했고, 약 73만4000kcal의 칼로리를 소모했다. 총 3374건의 운동기록을 이동 거리 2만2158km로 나누면 평균 운동 거리가 6.57km가량 나온다.

2016년 8월 22일 현재의 운동 거리가 1만3463km였고 2018년 8월 22일에 기록된 운동거리는 2만2158Km이니 만 2년 동안 8691Km를 이동했다. 그리고 2년 동안 나는 약 967시간을 운동하는 데 할애했다. 2년간의 기록을 평균으로 내면 나는 매년 483시간 동안 4345km가량을 걷거나 자전거 타기, 또는 산행을 한다.

트랭클 운동기록 애플리케이션에 기록된 누적 운동거리이다. 좌측은 2016년 8월 22일의 기록, 우측은 2018년 8월 22일의 기록
▲ 트랭클 운동기록 애플리케이션에 기록된 누적 운동거리이다. 좌측은 2016년 8월 22일의 기록, 우측은 2018년 8월 22일의 기록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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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2013년 2월로 돌아가 보자.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주변 작은 산들에 호기심이 갔다. 전주에는 해발 200~400여m에 달하는 작은 봉우리가 주변에 6개가량 된다. 기린봉, 치명자산, 남고산, 학산, 완산칠봉, 황방산 등이다.

크지 않은 산들로 짧게는 30여 분, 길게는 2~3시간 정도의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산들이다. 이 산들을 한번 돌아보자는 단순한 호기심이 '나의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운동이라는 취미생활에 흠뻑 빠지게 된 계기였다.

이전의 나는 큰맘 먹고 몇 번 지속하다 주저앉고 마는 저질체력에 다름없었다. 많아야 1년에 2, 3번쯤 크건 작건 산행이라 할 만한 운동을 하던 정도였다.

이때는 왜 그랬을까? 주말마다 시작된 이 도전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산에 오르니 비탈진 계단을 오를 때마다 느꼈던 '곧 숨넘어갈 것 같던 호흡'이 잦아들고 몸에 익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붙은 탄력은 전주시 근교의 완주나 임실로 이어졌고 그해가 가기 전에 덕유산과 지리산까지 나를 올려주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앱을 누군가로부터 소개받아 5월부터 사용했다.

산을 오르면서 살짝 무릎에 무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안 하다가 주말에만 등산하니 단련되지 않은 근력으로 인해 관절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출퇴근 방법을 바꿨다. 5km에 달하는 퇴근길을 걸어서 다니는 것, 그리고 삼천의 안전한 자전거 길을 따라 7km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이었다. 오직 주말 산행에 도움을 받아볼 요량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산행과 걷기, 자전거 타기가 시작되었는데, 차츰 자전거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게 됐다. 가까운 산이라 하더라도 시간과 날씨 등에 따라 변수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지만 산행 중간에 비 예보가 내려지면 고민이 생긴다.

반면에 자전거는 비가 내린 후 한두 시간의 공백 사이에 얼마든지 끌고 나갔다 올 수 있다.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전거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나를 사로잡았다.

차츰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고, 그것에 '여행이라는 또 다른 맛'과 결합이 가능함을 깨달으면서 주객은 전도되었다. 어느 순간 산행은 한여름 폭염이나 한겨울 칼바람 때문에 자전거를 못 탈 경우를 대신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때로는 속도를 높이는 맛에 빠져들기도 하고 때로는 원거리를 다니는 맛에 빠져들기도 한다. 늘 한결같을 수 없으나 오로지 두 발과 자전거라는 도구만 가지고 한 번도 찾지 못했던 길과 도시를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지겨워지는 순간엔 고갯길을 넘나드는 재미가 또 한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몸치에 가깝고 몸 쓰는 일은 싫어하는 저질체력이었던 내게 이 5년 동안 참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덧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강철체력의 소유자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아침부터 온종일 너덜너덜해진 근육과 마음으로 100km를 달려야 했던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아침 일찍 시작해 점심이면 100km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새벽 5시 반에 출발해 14시간 반 동안 180km를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30km를 달릴 수도 있다. 그리고 5km를 시속 35km의 속력으로 달릴 수도 있다(물론 나보다 잘 타는 사람이 많다).

'건전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 데카르트의 이야기가 있다. 내게서 길러진 체력만큼 집중력과 정신력이 얼마나 길러졌을지 증명되기는 어려울 테지만, 스스로는 분명한 상관관계에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오늘의 내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강 라이딩중 자전거는 운동수단에서 때로 여행수단으로 훌륭하게 변모한다.
▲ 한강 라이딩중 자전거는 운동수단에서 때로 여행수단으로 훌륭하게 변모한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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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나의 체력과 운동량을 부러워한다. 내가 "저처럼 해보면 돼요"라고 권유하면 늘 꼬리표로 되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저는 체력이 안 좋아서..."

체력은 길러지는 것이지 갖춰진 체력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다. 체력을 기르는 것만큼 정직한 것이 없으니, 쏟아붓는 시간과 노력만큼 느는 것이 체력이라는 소리다.

타고난 체격이나 천부적인 어떤 힘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체력만큼은 후천적이다. '5년간 22,158km'로 수치화된 내 운동기록엔 5년이란 시간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5년이 네 번을 더 돌게 되고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45세에 시작한 내 운동기록이 70세가 되면 10만km를 넘게 될 것이다.

운동기록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은 20년을 지금처럼 살아 70세 넘어서도 하루 50Km를 거뜬하게 달려내는, 3년 전 새만금에서 만났던 어느 어르신의 일상처럼 살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은 그 마음을 새롭게 다지기 위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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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 전주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