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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한다
 비로 엉망이 된 도로
 비로 엉망이 된 도로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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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가늘게 비가 온다. 비가 오니 기온이 더 내려간다. 약속한 시간에 버스가 오질 못하고 9인승 스타렉스가 왔다. 비 때문에 길이 나빠져 작은 차를 운행하는 모양이다. 후쥐르에서 선착장까지는 40-50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비 때문에 길이 엉망이다. 중간에 진흙에 빠져 멈춰선 차를 두세대 볼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우리도 저렇게 되면 안 되는데 하고. 다행히 운전사가 이러한 길을 여러 번 오갔기 때문에, 무사히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배로 알혼섬을 건너고 중형차에 옮겨 탄 다음 무사히 이르쿠츠크까지 올 수 있었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쯤 되었다. 갈 때보다는 훨씬 빨리 도착한 셈이다. 이번에 우리 숙소는 130번 지구에 있다.

130번 지구는 이르쿠츠크라는 도시가 성립된 지 350주년 되는 2011년 개장한 새로운 개념의 관광지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다는 개념 하에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한데 모아놓았다.

 이르쿠츠크의 상징 바브르
 이르쿠츠크의 상징 바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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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목조건축을 옮기거나 신축하고, 그 건물에서 레스토랑, 카페, 백화점과 슈퍼, 기념품점, 호텔 등을 운영하도록 했다. 레닌대로가 끝나는 지점으로부터 신도시 개념으로 만든 상업지구다.

입구에 이르쿠츠크의 상징동물 바브로(Babr) 동상이 있다. 바브로는 시베리아 호랑이로 흑담비를 물고 있다. 우리는 바브로 동상으로부터 이르쿠츠크 관광을 시작한다. 이르쿠츠크 관광의 핵심인 그린라인을 따라 이동하려고 한다.

성 십자가성당에서 레닌동상으로

 성 십자가성당
 성 십자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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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인의 출발점은 1번 알렉산드르3세 동상이다. 그러나 바브로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문화유산은 마지막 30번인 성 십자가성당(Holy Cross Church)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30번에서 출발 1번으로 가려고 한다.

성 십자가성당은 1747년에서 1760년 사이 지어진 시베리아 바로크 양식의 대표 건물이다. 시베리아 바로크라면 로마에서 시작된 바로크가 러시아를 거쳐 시베리아에까지 와서 정착된 양식이다.

바로크는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에 의해 러시아에 받아들여져 러시아 바로크 양식이 되었다. 대표적 건축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에르미타주박물관)이다. 이것이 시베리아로 와 지역적인 특성이 가미되어 시베리아 바로크가 되었다. 대표적인 건물로 이르쿠츠크의 성 십자가성당, 예수승천성당, 삼위일체교회가 있다.

 성모자상
 성모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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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십자가성당은 흰 바탕에 붉은 장식을 하고, 녹색과 파란색으로 돔을 만들어 화려하다. 돔이 양파형이 아닌 팔각원당형이다. 성당 안쪽 제대 벽은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장식이 있고, 그 안에 이콘화가 그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이콘이다. 성당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사도들을 표현한 경우가 많다.

성당에서 레닌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청소년극장(29번)이 나온다. 현재 청소년극장으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1891년 대중을 위한 공연장으로 처음 세워졌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연극과 오페라 공연, 무도회, 영화상영 등이 이루어졌다.

1940년부터 이르쿠츠크 뮤지컬 코미디극장으로 사용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 건물 일부가 필하모니아 콘서트홀로 사용되었다. 주황색 벽돌로 만든 2층 건물로 전형적인 문화예술 공연장이다.

 레닌 동상
 레닌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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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은 시립극장이고, 27번은 쿠도제스트베니(Khudozhestvenny) 영화관이다. 우리는 이들을 보고 길을 건너 레닌동상(5번)을 보러 간다. 레닌동상은 선동적이기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오른손을 들어 군중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다. 동상 앞에는 꽃들이 바쳐져 있다. 러시아에서 아직도 레닌은 살아있다. 동상 건너편에는 러시아-아시아 은행(6번)이 있다. 1912년 지어진 건물로 러시아적이기보다 현대적이다.

박물관에서 시베리아 역사와 민속을 알게 되다

 오흐롭코프 드라마극장
 오흐롭코프 드라마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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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길은 마르크스대로를 따라 앙가라 강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건물이 오흐롭코프(Okhlopkov) 드라마극장(4번)이다. 고전적인 작품을 주로 올리는 수준 높은 극장이다. 그래선지 건축양식도 고전적이다.

1894년부터 1897년 사이 지어졌고, 1995년 건축의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유산이 되었다. 1999년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적으로 최신 시설이 적용되고 도입되었다. 2003년 극장 옆에 이르크추크 출신의 대표적 극작가 밤필로프(Alexander Vampilov)의 동상이 세워졌다.

극장에서 다시 앙가라강 쪽으로 내려가면 역사․민속박물관(3번)이 나온다. 이 박물관은 1782년 세워져 시베리아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 1854년부터 러시아 지리학회 관리 아래 들어갔고, 1879년 대화재로 유물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현재 건물은 1883년 건축가 로젠(Henri Rosen)에 의해 완성되었고, 건물 내벽에 시베리아와 베링을 탐험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르쿠츠크 역사민속박물관
 이르쿠츠크 역사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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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에는 시베리아 지역 역사와 민속품이, 2층에는 소비에트시대 역사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시대적으로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시대까지 발굴된 인골을 복원해 만든 흉상이 두 기 있다. 그리고 맘모스의 정강이뼈와 이빨 화석도 있다. 그렇지만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스키타이와 알타이 문화유산으로 보이는 청동제 유물이다. 생활용품, 종교용 제기, 무기 등이 있다.

사슴, 순록, 호랑이처럼 시베리아 지역에 사는 동물들이 표현되기도 했다. 청동방울, 청동검도 보인다. 브리야트족의 의식주 생활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다. 근현대 유물이 대부분이다. 티베트에서 전해진 라마불교 관련 유물도 한쪽에 정리되어 있다. 불상도 눈에 익고, 불구(佛具)도 많이 본 것이다. 관음보살처럼 인자한 것도 있고, 여인을 끌어안고 있는 우두보살처럼 특이한 것도 있다.
 스키타이 유물
 스키타이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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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쿠츠크 대화재를 그린 그림
 이르쿠츠크 대화재를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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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들어온 러시아 정교 관련 유물도 있다. 한쪽에는 민속신앙을 나타내는 탈도 보인다. 이곳에는 또한 1879년 이르쿠츠크 대화재를 표현한 유화도 있다. 앙가라 강변에 자리 잡은 이르쿠츠크의 목조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그래서 이르쿠츠크 역사는 대화재 전후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이 그림은 1913년 로마노프(D. S. Romanov)가 그렸다.

2층에는 소비에트시대 러시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패널 그리고 유물이 있다. 전체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이고, 그 시대에 대한 찬양과 향수가 느껴진다. 제정러시아시대 문장이 들어간 투구, 1917년의 소비에트 혁명,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승리를 보여주는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러시아와 소비에트 시대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계단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도 혁명적이고 선동적이다.

앙가라 강변의 알렉산드르3세 동상
 알렉산드르3세 동상
 알렉산드르3세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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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와 다시 앙가라 강변 쪽으로 가면 알렉산드르3세(1845-1894)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알렉산드르3세는 러시아의 민족, 언어, 지역을 하나로 통합하는 정책을 통해, 민주와 자유를 주장하는 혁명 이데올로기를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어를 필수적으로 배우도록 했고, 러시아 정교를 후원했으며, 지방 자치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대신 황제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폈다.

알렉산드르3세는 1891년 지역과 사회통합정책의 일환으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건설을 명령했다. 기술자들은 철도의 양쪽 끝에서 공사를 시작, 중간에서 만나게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1898년 오비(Obi)강을 건너는 철교가 완성되고 노보시비르스크까지 철도가 연결되었다. 그해 기차는 이르쿠츠크까지 연결되어, 이제는 이르쿠츠크-하바롭스크 구간만 남게 되었다.
 1898년 완성된 오비강 철교
 1898년 완성된 오비강 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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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3세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이르쿠츠크를 모스크바와 연결시켰기 때문에 이르쿠츠크에서 존경을 받는다. 그 때문에 앙가라 강변에 그의 동상이 세워진 것이다. 알렉산드르3세 동상은 조각가 바흐(Roman Bach)에 의해 만들어져 1908년 처음 세워졌다. 혁명으로 인해 1920년 해체되었다가 시베리아 횡단철도 100주년이 되는 2003년 10월 조각가 차르킨(Albert Charkin)의 작품으로 다시 세워졌다.

알렉산드르3세 광장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바브르 광장까지 가려면 트루드(Trud) 스타디움 블록을 지나가야 한다. 트루드 종합운동장은 여름에는 축구, 겨울에는 하키경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동안 오락가락하던 비가 알렉산드르3세 광장에서부터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서둘러 바브르 광장으로 향한다.
 빗속의 130번 지구
 빗속의 130번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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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번 지구는 바브르 광장에서 부채꼴 형태로 넓어지는 형태다. 비만 오지 않으면 이곳을 제대로 한번 돌아볼 텐데 아쉽다. 사실 알혼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오는데 너무 신경을 써 피곤하기도 해 호텔로 들어간다. 130번 지구는 다음날 저녁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횡단열차를 타기 전 저녁을 먹은 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맑은 날 밤에 보니 130번 지구는 역시 젊은이들의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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