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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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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 명의로 국내에 반입된 사건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3개 업체에 의해 석탄·조개탄·선철이 동해·포항·마산항 등에 하역된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일 관세청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한산의 국내 반입은 이렇게 이뤄졌다.

"피의자들은 UN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에 따라 북한산 석탄 등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북한산 석탄 등을 러시아 항구에 일시 하역한 뒤 제3의 선박에 바꿔 싣고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 세관에 제출하여 러시아산인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으로 국내 반입함."

3개 업체가 그렇게 한 것은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범행 동기'는 경제적 이유에 있다.

"북한산 석탄 등에 대한 금수 조치로 그 거래가격이 하락하여 국내 반입 시 매매차익이 크기 때문에 불법 반입을 결행한 것으로 추정됨." - 관세청 보도자료

북한의 석탄 매장량

 고상모·이길재·에드워드윤의 논문에 제시된 표. 북한의 석탄(coal) 매장량을 186억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상모·이길재·에드워드윤의 논문에 제시된 표. 북한의 석탄(coal) 매장량을 186억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 고상모, 이길재, 에드워드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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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세계적인 석탄 보유국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고상모·이길재·에드워드윤이 2013년에 쓴 '북한 광물자원 부존 및 개발 현황 개요'는 북한의 석탄 매장량을 이렇게 추정한다.

"석탄 매장량은 186억 톤, 연간 생산량은 2000만 톤이다. 주요 석탄광산은 평남에 집중되고 있으며 직동광산이 북한에서 가장 큰 석탄광산이다." -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가 2013년 발행한 <자원환경지질> 제46권 제4호에 실린 논문 중 

위 수치는 추정치다. 2011년 6월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이 <통일한국>에 기고한 글에서는 매장량이 15억3000만 톤으로 러시아·중국·우크라이나·베트남에 이어 세계 5위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논문에 따라 편차가 심하기는 하지만, 북한 땅속에 석탄이 대량으로 매장된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래서 북한은 풍부한 물량을 한국에 제공할 수 있다. 거기다가 거리까지 가까워서 물류비용도 절감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북한 석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위 3개 업체의 '범행 동기'처럼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거대한 매장량을 토대로 북한 석탄은 대외무역에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강은주 전 조선직업총동맹 해설강사가 기고한 '북한의 석탄시장 현주소'는 이렇게 말한다.

"석탄은 북한 무역에서 광석과 함께 50%의 비중을 차지한다. 2011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무연탄(탄소분이 90% 이상인 석탄) 수출액은 8007만에서 13억7879만 달러 사이이며, 무연탄 비중은 철광석 수출액에 비해 30% 이상 높은 40~47%이다." - 2016년 6월 <월간 북한>에 실린 글

매장량도 풍부하고 무역 비중도 높으므로, 북한 석탄의 국제거래만 규제해도 북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한국전쟁 발발 3일 뒤인 1950년 6월 28일 미국 수출통제법의 적용 대상이 된 이래 근 70년간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거기다가 2016년 제4차 핵실험을 계기로 안보리 대북결의 제2270호가 통과된 뒤로는 압박이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신용도 국방대 교수의 'UN 안보리 결의안 제2270호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은 이렇게 짚는다.

"제2270호는 전면적 무기금수조치, 북한 유출입 화물에 대한 검색 의무화, 석탄·철광석 등 북한의 지하자원 수출 금지, 북한의 해외금융업무 차단 등 지금까지 없었던 대북제재조치를 담고 있어...(생략)" - 2016년 <한국테러학회보> 제9권 제1호에 실린 논문.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미국은 독자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위 논문에 나오는 또 다른 대목이다.

"미국은 대북제재 이행법 통과 이후 이에 대한 시행령인 대통령 행정명령 13722호를 발동하였다. 특히 행정명령 13722호는 북한 광물거래, 인권침해, 사이버안보, 검열, 대북투자 등에 대한 포괄적인 금지조항을 적용하면서, 동시에 제3국의 기업, 은행과 개인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결의안 제2270호를 보완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경제제재 가했는데 북한 경제가 휘청이지 않는 까닭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고강도 제재를 하는데도 북한 경제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이 기대하는 체제 동요나 쿠데타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2016년부터 최대 무역품인 석탄까지도 규제하고 있지만 북한 경제가 더 악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나아지는 징후마저 발견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고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은 2017년 8월호 <통일한국> 기고문에서 말했다. 그는 "유엔식량농업기구 역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고 북한의 경제성장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기관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8.8.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8.8.8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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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 TV나 신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산업시설 현지지도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활발한 행보만큼 북한 경제도 어느 정도 활력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세계 최강 미국이 유엔과 전 세계를 동원해 압박을 가하는데도 북한 경제가 죽지 않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 북한의 무역의존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을 끊어주면 북한이 금방 고사될 텐데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중국이 그렇게 해도 북한 경제가 고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위 박종철 논문의 제목은 '석탄 금수조치로 김정은 셈법 바꿀 수 없다'다. 논문은 이렇게 지적한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중무역이 불과 60억~70억 달러 수준이라는 것은 북한의 대외의존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경제 자립도가 높은 나라다. 그렇다고 잘사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다. 이미 70년 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았으니, 진작부터 그런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했다.

북한은 자립경제를 구축할 목적으로 1950년대부터 개별 국가기관이나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살아가도록 했다. 정치적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는 다소 위험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성공적 구축에 힘입어 지난 70년간 미국의 압박을 피할 수 있었다. 그 시스템의 일부가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의 '북한의 자립적 지방경제의 형성과 발전: 1950~1980년대'에 소개돼 있다.

"북한의 자립적 지방경제가 가지는 특징의 하나는 북한의 행정구역 편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각 시·군이 농업지대와 공업지대를 다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2003년 <북한연구학회보> 제7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중 

하나의 도시 안에서 농·공업이 함께 이뤄지도록 해서 비상시에 각 도시가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각각의 도시에서 산업원료도 자체 조달하도록 했다. 예컨대 음료수 공장을 세울 때는 인근에 과수원도 함께 조성하는 식이다.

"북한 당국은 1958년 지방공장을 대대적으로 건설할 때부터 각 시·군은 원료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왔다." - 위의 논문 중

북한 경제는, 자녀가 부모한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방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독립심을 키우도록 하는 가정에 비유할 수 있다. 상부 기관이나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생존능력을 키우는 그런 시스템 속에서, 미국의 무역 봉쇄가 심해지면 북한 사람들은 자기 지역이 살 길을 독자적으로 모색한다. 자기 지역이 가진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가동시켜 생존을 모색한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제재가 쉽게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금수조치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북한이 아니라...

북한이 살아남은 생존비결 중에는 석탄과 관련된 것도 있다. 박종철 논문은 "대북제재는 강화되는데 도리어 북한 경제는 회복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에 석탄이 있다"라면서 북한이 석탄을 이용해 석유를 대체해온 방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연간 원유 50만t을 수입하고 있다. 자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1일 소비량에 불과한 원유만으로 어떻게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해답은 석탄을 석유로 액화하는 설비에 있다. 실제로 과거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은 미국의 석유금수 조치에 맞서 세계적 석탄 산지인 함경북도 아오지에 석탄액화 설비를 건설하여 관동군 등에 휘발유를 공급했고. 1960년대 소련과 1980년대 중국 역시 북한에 석탄액화 설비를 건설해준 바 있다."

세계적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탄을 활용해 석유 부족에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석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북한은 굳이 석탄 수출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석탄을 팔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미국과 싸워가며 무리하게 수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2013년부터는 석탄 수출보다는 석탄 내수에 우선순위를 두고, 수출량이 국내공급량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2013년 1월 우선 석탄을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이후 그 양에 해당하는 만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일종의 쿼터제(와크)를 시행하였다고 알려진다." - 위의 논문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은 석탄 등의 금수조치로 북한을 고사시킬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트럼프도 금수조치 덕분에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나오게 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상과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실질적 효과도 없는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는 쪽은 우리나라 기업들뿐이다. 미국이 계속 제재조치를 내놓으면,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 석탄 생산지로부터 적은 물류비용으로 손쉽게 석탄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가까운 북한을 놔두고 러시아·중국·우크라이나·베트남 등지까지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접촉하는 기업은 위의 관세청 보도자료에서처럼 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석탄 외에도 북한에는 지하자원이 무수하다. 안영민 전 <민족 21> 대표이사의 <행복한 통일 이야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북은 남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원부국이다. (중략) 북에는 아시아 최대의 노천광산인 무산철광에 25억 톤의 철이 매장되어 있다.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달하는 40억 톤 규모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또 2011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주요통계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북의 광물 매장량의 잠재가치는 남측보다 24배 많은 6983조5936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북에 7000억 원이 아니라 7000조 원 이상의 광물이 매장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광물을 가장 가까이서, 또 가장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한 쪽은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우리 기업들이 이런 이점을 활용할 기회를 봉쇄하고 있다.

대북제재가 북한에 실질적 타격도 주지 못하면서 이처럼 한국 기업한테만 불이익을 준다면,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대북제재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대남제재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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