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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에서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남측 양대노총 선수들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며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에서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남측 양대노총 선수들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 이희훈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에서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남측 양대노총 선수들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선수들이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이희훈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한국노총팀 대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 1:3 조선직총팀 승' 
'민주노총팀 대 조선직총 경공업노동자팀, 0:2 조선직총팀 승' 


11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4회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한국노총 노동자축구팀은 끝내 지난번 대회의 패배를 되갚지 못했다. 지난 2015년 평양노동자 축구대회에서 0대 2 완패에 대한 설욕을 다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경기장에 모인 3만 여명 관중들에게 경기 승패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관중들은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보다 몸싸움 후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에서 더 큰 환호를 보냈다. 

승패 관계없이 환호한 관중들, 어떤 장면이길래

한국노총과 조선직업총동맹(아래 조선직총) 건설노동자 축구팀이 맞붙은 이날 첫 번째 경기는 예정보다 20여분 늦은 오후 4시 50분 시작됐다. 조선직총팀은 경기 초반부터 한국노총팀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전반 9분경 조선직총팀 선수가 때린 왼발 슈팅은 아쉽게 골 포스트를 벗어났다. 이어 골키퍼의 골킥을 가로챈 조선직총 선수가 공간 패스를 내줬다. 패스를 받으러 간 조선직총 선수가 한국노총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맞는 듯했지만, 골키퍼가 한걸음 빨랐다. 

관중석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첫 골이 터진 것은 전반 22분경. 조선직총 서대성 선수가 때린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한국노총 골망을 갈랐다. 프로축구 경기에서 나올 법한 멋진 골이 나오자, 관중들도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환호했다. 

실점 후 한국노총팀의 전열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한국노총팀은 중앙선 부근에서 무리하게 공을 띄웠고, 조선직총팀은 쉽게 이 공을 가로챘다. 결국 4분 뒤 조선직총팀의 방진혁 선수가 골키퍼와 맞서는 1대 1 찬스에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조선직총은 후반전 1골을 더 넣었고. 한국노총팀은 경기 막판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 한국노총 대표팀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건설노동자팀의 경기에서 건설노동자 김진혁이 한국노총 김종현이 넘어지자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이희훈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그런데 이 경기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나왔던 것은 양측 선수들이 손을 맞잡았을 때였다. 경기 전반, 우측 돌파를 시도하던 조선직총 선수에 한국노총 수비수 추승우 선수가 넘어졌다. 

파울이 선언된 뒤, 조선 직총 선수는 넘어진 추 선수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에 추 선수가 손을 잡고 일어서면서 서로를 격려하자, 관중들은 골이 나올 때보다 더 환호했다. 

한국노총 추승우 선수는 "북한 선수가 손을 잡아주면서 괜찮냐고 해서 괜찮다고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당시 관중석에서 나온 큰 환호성도 들었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조선직총 경공업노동자팀이 맞붙은 제2경기. 경기 시작 1분만에 조선직총의 박명국 선수가 벼락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골키퍼 키를 넘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오른쪽에 빨려 들어갔다. 프로 선수들의 무회전 킥이 연상되는 멋진 골이었다. 

이후 민주노총팀은 왼쪽 오른쪽 측면돌파를 시도하면서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슈팅은 번번히 골문을 빗나갔다. 조선직총은 후반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조선직총의 오정철 선수가 자신에게 온 공을 오른발로 트래핑한 뒤, 왼발 슈팅을 성공시킨 것. 

민주노총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회골을 노렸지만, 조선직총팀의 단단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0대2로 민주노총팀의 패배. 경기 막판 양팀 선수들이 볼경합을 하다 충돌로 넘어지자, 남북 선수들은 넘어진 상대편 선수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다. 

응원전 펼친 관중들, 팀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이날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됐지만 관중들은 경기 막판까지 "통일조국" "우리는하나다"를 외치며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했다. '힘내라' '이겨라'는 구호도 나왔지만, 어느 한 팀을 특정하지도 않았다. "모두 힘내라" "두팀 모두 이겨라"는 의미였다. 

관중들은 어느 팀이 골이 넣어도 같이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경기장 남측에서는 붉은 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우리는 하나'라는 카드 섹션이 펼쳐지기도 했다. 

임혁진(33)씨는 "이곳이 상암이지만 남북축구팀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마치 평양에 온 느낌이 든다"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도 평화를 이야기하고, 통일을 위한 교류를 한다는 점에서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손희승(22)씨도 "경기에서 골을 넣는 장면보다는 경기가 끝나고 북한 선수들이 관중석 앞으로 인사를 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남북간 교류가 더 활발해지는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에서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남측 양대노총 선수들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며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경기가 끝나자 한반도기를 든 남북 노동자 대표단과 선수단들이 경기장으로 나왔다. 대형 한반도기 주변에 선 남북노동자들은 모두 한손에 한반도기를 들었다. 남북 노동자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한손엔 한반도기, 한손엔 동료 노동자의 손을 잡았다.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에서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남측 양대노총 선수들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선수들이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이희훈

서로의 손을 맞잡은 남북노동자들이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로 오자, 통일가요인 <다시 만납시다>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남북 선수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서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또 다시 만납시다"라며 사회자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의 공식 종료를 알렸다. 하지만 관중들과 선수들 모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운동장에 남은 선수들과 관중들은 <평양에서 만나요>를 함께 부르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태그:#남북통일축구대회, #한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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