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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너무 사랑해서 틈만 나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우리 부부는 2017년 12월 말 정식으로 주소 이전을 하고 제주도에 새 보금자리를 튼 새내기 제주 이민자이다.

제주 입도 8개월 차 우리 부부는 올해 처음으로 제주 현지인으로서 제주 바캉스를 즐겼다. '힙하다'는 카페, 유명하다는 관광지나 박물관, 줄을 한참 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는 맛집은 일단 미뤄두고 오롯이 제주에서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려 했다. 우리만의 소소한 제주도 여행기를 소개한다.

오일장에서 계절 만나기

 제주 오일장 지도
 제주 오일장 지도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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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나무에 앵두가 빨갛게 열리면 어김없이 할머니 생신날이 찾아와 대가족이 북적북적 모였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리면 할아버지 제삿날이라 역시나 큰집은 북적였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껴볼 수 없었던 계절을 시골에 가는 날이면 논으로 밭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앵두나무도 감나무도 마당에서 사라지고(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당에 다른 작물들이 자리 잡았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제사 역시 결혼 후에는 자연스레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계절의 풍경에서 멀어졌다. 아침 뉴스 속 기상캐스터가 알려주는 날씨만이 그저 계절을 어렴풋이 알려주고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던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시작된 제주도 생활. 다섯 날에 한번은 집 앞 오일장으로 여행 간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시장은 내게 다시 잊혔던 계절을 만나게 해준다. 제철과일과 채소, 절기마다 달라지는 화분들이 내가 살고 있는 계절을 알려준다.

제주도 여행 중에 시간과 날짜가 맞다면 시장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던 모 광고의 문구처럼 여행은 일상이 되고, 일상은 여행이 되어 제주의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할망(할머니라는 뜻의 제주 방언)'들의 외국어 같은 제주 사투리는 덤이다. 사라져가는 제주도 사투리를 제일 가까이서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은 단연 재래시장이다.

제주 중문5일장 계절의 위치가 어디쯤인 지를 알 수 있는 재래시장의 제철과일들과 채소들
▲ 제주 중문5일장 계절의 위치가 어디쯤인 지를 알 수 있는 재래시장의 제철과일들과 채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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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5일장 바구니마다 감자가 이쁘게 담긴 것이 감자가 제철인가보다
▲ 제주 중문5일장 바구니마다 감자가 이쁘게 담긴 것이 감자가 제철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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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속 인문학 강좌

처음 신분증에 제주도 주소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지던 날, '이제 진짜 제주도민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제주도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나는 관광객이 아니니까.

"제주도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에게 배타적이라더라."


제주도로 이사왔다고 처음 지인들에게 알렸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제주의 지리상 위치가 그랬고, 그로 인한 여러 역사적 아픔들이 이를 뒷받침했다. 마침 올해는 제주 4.3 70주년이기도 해 우리는 제주의 아픈 역사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제주역사문화특강'이 있어 신청해 참석했다. 제주 4.3, 제주어, 이중섭, 신화 등 관심 있었던 분야를 콕 집어 유쾌하고도 진지하게 짚어주던 4주간의 여름 야간 인문학 강좌였다.

마침 휴가차 제주도로 여행 온 지인들과 함께 듣기도 했는데 덕분에 제주여행이 특별해졌다며 좋아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공공도서관 홈페이지(http://lib.jeju.go.kr)에서 각종 강좌 및 공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정 중 시간이 맞는다면 꼭 한번 신청해서 들어보길 추천한다. 많은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제주역사문화특강 날짜가 맞으면 여행지의 도서관에 들러 꽤 좋은 강의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이 특별해질 것이다.
▲ 제주역사문화특강 날짜가 맞으면 여행지의 도서관에 들러 꽤 좋은 강의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이 특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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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역사문화특강 4번의 강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4.3의 저 깊은 뿌리까지 알려주신 '4.3 역사' 강의였다.
▲ 제주역사문화특강 4번의 강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4.3의 저 깊은 뿌리까지 알려주신 '4.3 역사'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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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한 바다 즐기기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물놀이를 자주 가게 되는데, 유난히도 찌는 폭염 속에 어느 바다나 북적이고, 조금이라도 이름난 해수욕장들은 돗자리 펼 여유도 없이 인파로 복잡하다.

여름이라 더 '핫하다'는 해수욕장들은 휴가 시즌이 지나고 한적해질 때쯤 산책용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우리는 도민들만 안다는 바다 혹은 아직은 사람들에게 소문이 많이 나지 않아 조용한 바다들을 찾아 소소히 즐기고 있다.

다만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숙소랑 가까운 여행객들에게 조용히 추천해본다(너무 많이는 소문나지 않기를 바라며...).

① 월령리 선인장군락 : 산책하기도 좋고, 물놀이 하기에는 더 좋은 곳. 올레길 14코스에 속한 이 길 옆으로 우리들만의 조용하고 작은 바다가 나타난다. 물놀이 준비가 되어 있다면 뛰어들어보자.

월령선인장군락 협재와 금능 옆에 위치해 에매랄드빛 바다는 같이 누리면서 사람이 많이 없어 평화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파도소리만 듣고 있어도 참 좋은 곳.
▲ 월령선인장군락 협재와 금능 옆에 위치해 에매랄드빛 바다는 같이 누리면서 사람이 많이 없어 평화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파도소리만 듣고 있어도 참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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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서귀포 동해물 : 스노클링 포인트.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바다로 조금만 들어가면 열대어들과 꽃게, 문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공동 어장구역이라 간단한 낚시도 가능하다고 하니 문어 한 마리 잡아 해물라면 끓여 먹어도 좋을 곳이다.

서귀포 동해물 스노쿨링하기 좋은 작은 바다, 몇몇 도민들과 여행객들이 스노쿨링을 즐기고 있다.
▲ 서귀포 동해물 스노쿨링하기 좋은 작은 바다, 몇몇 도민들과 여행객들이 스노쿨링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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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각자 만든 쓰레기들을 야무지게 잘 챙겨서 돌아가 깨끗하고 조용하게 이 바다들이 잘 유지되길 기대한다. 우리만의 작지만 확실히 평화롭고 재미있는 물놀이 장소(일명 '소확해')를 지금도 틈나는 대로 발굴 중이다.

'1인 기상청' 체험 가능한 일출 투어

집 뒤 베란다로는 한라산 윗세오름이 보이고, 맑은 날 앞 베란다로는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 이곳에서 나는 아침 기상캐스터의 날씨 정보를 흘려듣는다.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곳에 따라 급변하는 날씨가 제주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미세먼지가 가시거리에 영향을 많이 주는 탓에 그날의 일기는 아침 창가를 살피는 것으로 직접 파악한다. 윗세오름이 잘 보이고 저 멀리 군산오름의 초록이 자세히 관찰되는 날에는 미세먼지도 '좋음' 단계이고, 날씨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대부분 아침 가시거리가 종일의 날씨와 이어지는 편이다).

하늘 보는 걸 좋아하고, 일출과 일몰 관찰하는 게 취미인 나는 여행지에서 꼭 한 번 이상 일출에 도전하는 걸 즐긴다. 일출이라는 것이 그날의 날씨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운이 따라야 '일출 오메가 (Ω)'를 관찰할 수 있다.

사계해변 일출 왼쪽부터 산방산과 한라산, 박수기정이 보이고 넘어로 일출이 관찰된다.
▲ 사계해변 일출 왼쪽부터 산방산과 한라산, 박수기정이 보이고 넘어로 일출이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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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름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면, 곧 떠날 여름을 마지막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앞에서 소개했던 몇 가지 방법을 활용해 제주에서 '현지인식 여행'을 해보길 추천한다. 애석하게도 제주까지 올 여건이 안 된다면, 각자 사는 곳에서라도 일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여행해보는 '동네바캉스'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늘 보던 동네도 천천히 들여다 보면 뜻밖의 낭만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무더운 여름, 짧든 길든 당신에게 꼭 쉼이 허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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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 신이나서 부지런해지는 게으름쟁이 '미스태리'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