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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공간은 의식주의 한 축을 이루지만, 먹거리나 옷에 비해 집에 대해 뭔가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집이란 건 너무 비싸고, 선택지도 별로 없으니까. 지방에 내려오기 전까지는 나도 집 한 칸 없이 전월세를 전전했다.

<공간의 심리학>과 <공간의 위로>는 모두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공간, 내가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공간의 심리학>은 실용적인 반면, <공간의 위로>는 다소 사이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믿음을 강조한다. 마치 <시크릿> 같다.

공간 컨설팅이 풍수와 다른 점

 <공간의 심리학>
 <공간의 심리학>
ⓒ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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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이상적으로 꾸미는 일이라면, 우선 풍수가 떠오른다. 풍수에 관한 책도 몇 권 읽었지만, 내게는 꽤 어려웠다. 주역이나 타로 카드와 마찬가지로, 제시된 데이터를 꽤나 창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공간의 심리학>을 쓴 바바라 페어팔은 자신이 행하는 공간 컨설팅이 풍수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풍수에는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특정한 대책과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심리학자인 나는 항상 사람 자체에 집중한다. 상담하러 온 사람들과 함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상황과 개인적인 주거 욕구에 관심을 가진다. (<공간의 심리학>, 173쪽)

예컨대 풍수에서는 현관문을 마주보는 거울을 금기시한다. 복이 문으로 들어왔다가 그대로 튕겨 나간다는 이유인데, 이 규칙은 어떤 집이라도 적용된다. 반면, 바바라 페어팔의 공간 컨설팅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필요에 집중한다. 그녀의 논리에 따르자면, 상담자가 문 앞에서 거울 보는 것을 편하게 느낄 경우, 문 앞을 가로막는 거울은 오히려 권장 사항이 된다.

<공간의 심리학>은 자신에게 있어 집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라고 한다. 주거 욕구는 크게 여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안전
휴식
공동체
자기표현
환경 구성
심미성


이 여섯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을 자신이 가장 중요시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에 맞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공동체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면, 혼자 살더라도 여러 사람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휴식과 안전 욕구가 다른 주거 욕구들을 압도한다. 그래서 내게는 편히 쉬면서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좁은 공간과 지나친 소음은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과 마음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평범해 보이는 사실도 기억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의 보석은 제1부 말미에 나오는 인테리어 팁 여덟 개다. 조명을 이용해서 공간의 가치를 크게 바꿀 수 있다든가, 콘센트의 위치를 무시하고 가구의 배치를 생각하라는 등 쉬워 보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조언들이 담겨 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조언이라면 다음 문단을 추천한다.
만일 어떤 공간을 꾸미는 데 문제가 있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시간을 내어 공간을 가능한 한 비울 것을 추천한다. 모든 그림, 장식품, 카펫, 가구들을 가능하면 방에서 끄집어낸다. 그런 다음 방을 가만히 관찰해보자. 방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조명은 어떠한가? 방의 이쪽에서는 어떤 풍경이 보이고 저쪽에서는 어떤 풍경이 보이는가? 방 안의 여러 곳에 앉아 보고 옮겨 다니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중략) 그러면 물건과 가구를 방으로 다시 들여놓고 가구의 배치를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 (<공간의 심리학>, 93-94쪽)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8단계

 <공간의 위로> 표지
 <공간의 위로> 표지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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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관리에 관한 다른 책, 소린 밸브스의 <공간의 위로>를 살펴보자. 이책은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여덟 단계를 가르쳐 준다. 평가, 방출, 청소로 과거를 정리하고, 꿈꾸기, 발견, 창조로 미래를 표현한 후, 향상과 축하로 마무리하는 공식이다.

이 과정에서 <시크릿>으로 유명해진 비전 보드(저자는 드림 보드라고 표현하지만)를 사용하라든가, 액운을 없애기 위한 청소를 해야 한다는가 하는 조언을 하는데, 왠지 미신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저자는 저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디자이너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건물을 사들여서 개조하는 등, 주거의 스케일이 다른 사람이다. 따라서 그녀가 드는 사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그녀는 1926년에 로이드 라이트(Lloyd Wright)가 설계한 소든 하우스(Sowden House)를 구입해서 개조한 이야기를 한다. 집의 한 공간은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유명한 '블랙 달리아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였다는 것이다.(이 사건은 미제 사건이다. 이 집에서 블랙 달리아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전 집주인 아들의 주장이다.)

 소든 하우스 내부. 2017년 매각 공고에 따르면, 47억원 밖에 안 한다.
 소든 하우스 내부. 2017년 매각 공고에 따르면, 47억원 밖에 안 한다.
ⓒ Troy Gregory, Douglas 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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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래서 '정화 의식'을 행했고, 그 이후에 그 공간은 안락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의 앞부분은 일반인과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고, 뒷부분은 왠지 미신적인 느낌이다.

이 책은 사례를 통해서 공간의 개조 여덟 단계를 설명한다. 피터는 이렇게 했고, 케이트는 저렇게 했다는 투의 설명이 <시크릿>을 연상시킨다. 미신적인 느낌도 비슷하다. 늘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라는 말이 헛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공허한 것도 사실이고, 현실적인 조언이 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공간의 위로>는 제목과 달리 별 위로를 주지 못하는 책이다.

뜻하지 않게 주거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관한 책을 두 권 연달아 읽게 되었다. 책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세상에는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도.

이번 주말에는 거실 가구 배치라도 한 번 바꿔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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