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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으로 군수 바뀌었지만 현실은 그대로

인천 옹진군의 한 이장 임명을 놓고 말이 무성하다.

해당 이장은 "자유한국당 군수 시절에 서해 평화 운동을 펼쳐 이장 임명을 받지 못했는데, 군수가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며 현 장정민 옹진군수를 비판했다. 반면 장 군수는 "이장 임명은 면장이 하는 것"이라며 "본인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장 선출은 통상 주민들이 마을총회나 마을 개발위원회 회의를 거쳐 면장에게 추천하면, 면장이 임명하고 이를 군수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일반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추천한 사람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서해 5도 중 대청도에 속한 옹진군 대청면 대청 2리는 지난해 11월 마을 총회를 열어 배복봉 대청도 선주협회장을 이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당시 조윤길(자유한국당) 군수가 임명을 거부해 이장 임명이 지연됐다.

서해5도 어민단체와 서해평화인천대책위는 서해5도가 동해의 독도만큼이나 소중한 곳이라며, 평화와 어장확대를 촉구하기 위해 한반도기에 서해5도를 새겨 넣었다.
 서해5도 어민단체와 서해평화인천대책위는 서해5도가 동해의 독도만큼이나 소중한 곳이라며, 평화와 어장확대를 촉구하기 위해 한반도기에 서해5도를 새겨 넣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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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복봉 대청도 선주협회장은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와 서해 5도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을 마련하고 서해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배복봉 선주협회장은 지난 4월초부터 협회 어민들과 서해 5도 한반도기를 배에 달고 조업하며 '서해 5도 한바다 어장(대청어장과 연평어장 연결)' 만들기와 서해평화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활동으로 그는 오히려 옹진군의 눈 밖에 났다. 배 회장도 민선 6기에는 이장이 되기 어렵다고 보고 마음을 비웠다. 그렇게 대청 2리 이장은 선거 때까지 계속 비어있었다.

민주당 군수로 바뀌었지만 한국당 지지한 사람이 이장

선거로 민주당 옹진군수가 당선되자 배 회장은 이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배복봉 회장은 민주당 중구ㆍ동구ㆍ강화군ㆍ옹진군지역위원회 대청면협의회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옹진군은 다른 사람을 이장으로 임명했다. 게다가 새 이장은 한국당 군수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다시 '서해 5도 한반도기 게양'을 둘러싼 장정민 군수와 배복봉 회장의 갈등이 입길에 올랐다.

지난 4월 어민들이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는 것을 두고 당시 장정민 후보가 반대의견을 전달하며 배 회장을 힐난하자, 서해평화인천대책위가 '한국당에서 넘어온 사람이 색깔론 폄훼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선거가 끝나고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이장에 한국당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 임명되자 여전히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장정민 군수는 이에 대해 "이장 임명은 면장이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며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 회장과 갈등도 없다고 했다.

장 군수는 "이장 임명에 관한 권한은 면장에게 있다. 면장이 절차에 따라 새 이장을 임명했다고 보고 받았다. 이장 임명까지 제가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배 회장과 갈등에 대해선 "(배 회장은) 좋으신 분이고 감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장 선출에 마을총회 과반 지켰는지 전수조사해야"

한편 대청면장은 마을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선출했는데 임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해 주민총회는 주민 과반 참석이 아니라 무효"라고 했다. 그런 뒤 "마을 개발위원회 추천을 받아오라고 했는데 위원이 아닌 사람의 추천을 받아와 무효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청면은 올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 이장을 공모했다고 설명했다. 공모엔 배 회장을 포함해 두 사람이 참여했다. 마을 주민자치위원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어촌계장에게 자문했는데 면장이 임명할 것을 요청해,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옹진군의 이 같은 해명에 주민들은 혀를 찼다.

대청면 주민 A씨는 "법으로야 면장이 임명하는 거 맞다. 그러나 마을 사람 누구나 군수가 임명을 거부한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회피하려고 애꿎은 면장한테 떠넘긴 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마을총회에 주민 과반이 모이지 않아 무효라면, 현재 이장 중에서 무효 아닌 사람이 없다. 통상 마을 사람들이 모여 뜻을 모으면 면장이 임명했다. 언제부터 마을총회에서 과반을 따졌나. 마을총회 서류에 과반 기록 있는지 이참에 전수조사하고, 없으면 다시 총회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사자인 배복봉 회장은 "민주당 군수로 공천받기 전에는 군수만 되면 (이장 문제) 바로 해결해 준다고 하더니, 군수 되고 나서는 외면한다. 새벽 5시에도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던 사람이 이럴 수는 없다. 저는 민주당쪽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씁쓸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옹진군, #장정민, #서해평화, #서해 5도 한반도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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