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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제로 달라진 풍경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첫 화요일인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첫 화요일인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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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퇴근하세요."

퇴근 시간이 지나도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자, 팀장님이 퇴근하라고 재촉을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7월 1일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4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곳은 대부분 6시에 퇴근할 수 있어서 큰 혼선은 없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SI(시스템 통합) 프로젝트였다. SI 프로젝트는 납기 준수가 생명이다. 마감 시간이 있고, 시스템 오픈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인력 자원은 한정적이다.

회사는 개발자들을 더 고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IT 프로젝트는 사람을 더 고용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어쩌겠나, 법은 지켜야 한다. 회사 CEO는 "내가 구속되어 사식을 넣어주고 싶지 않거든 반드시 지키라"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정책의 힘은 대단하다.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직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그동안 지급되던 야근수당과 철야수당이 어떻게 되는가였다. 내가 근무하는 곳도 비교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잘 갖추어진 곳이지만,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 있다. 프로그램 반영이나 시스템 정비가 밤과 새벽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낮에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시스템 변경을 할 수 없다.

인사팀의 정책은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게 될 경우 대체휴가를 사용하여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가이드를 했다. 수당은 예전처럼 존재하지만, 주 52시간과 통상임금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계산을 해보니 이전보다 수당은 줄어들 것 같았다.

이젠 워라밸 시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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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이 갑자기 대두된 것은 아니다. 이미 대세의 흐름이 되었다. 취업이나 이직 시 급여와 함께 가장 많이 고려되는 것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이미 IT업계에서는 프로젝트가 바쁘고 힘들다는 소문이 돌면 개발자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개발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월급만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또, 회사에 올인해도 회사는 나의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월급으로 먹고는 살지만, 회사는 부자가 되지 않을 만큼 월급을 준다. 월급으로 저축해서 집장만하고 노후까지 준비하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결국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히면서 일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재테크 시장이 커졌다. SNS 덕에 정보는 넘쳐나고, 이를 취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결국 정부의 주도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지만 이미 대중의 수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무엇인가? 월급이다. 즉, 돈이라는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돈이 있어야 교육도 받고,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아이도 키운다. 이런 사이클은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틀이다.

이 기본 사이클이 움직이지 못하면 사회는 붕괴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 사이클의 움직임이 힘들다. 청춘들의 사회생활은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으로부터 시작된다. 청춘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 현 정부의 의도는 이런 현상을 방관하지 않고, 일자리 나눔이라는 형태를 취해 문제 해결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

정부의 의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기업 측면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생산성이다.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력을 더 투입시킨다고 해서 IT프로젝트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동안 늘 무리하게 일정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그 무리한 일정의 이유는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T 프로젝트의 경우, 프로그래머 2명이 한 달 동안 개발해야 할 양을 1명이 3주간 진행한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나머지 1명을 마지막 1주에 투입시켜 오픈 전 밤샘 작업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IT 프로젝트의 일상이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일정을 계획할 때 야근 수당과 철야수당을 미리 계획한다. 기업측면에서는 인력을 더 투입시키는 것보다 수당을 주는 것이 더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수당을 줄이고 인력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 수당은 줄어든다. 나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야근 수당이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나는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바쁜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야근 수당이 월급의 3분의 1에 해당할 때도 있었다. 수당이 많아졌다고 내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았다. 수당은 많이 받았지만 인생을 저당 잡힌 느낌이었다. 그 시간에 아이들 얼굴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 잠드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리고 그때 받은 수당은 상당 부분 약 값으로 지출했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당을 채워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급여체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수당을 채우라는 이야기는 결국 더 많은 노동을 강요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원래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기업의 이윤은 극대화해야 한다는 논리에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던 시대는 지났다. 주 52시간만 근무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개인들의 위기와 기회

정작 근로자들이 가장 위기라고 생각해야 할 것은 양적 노동의 시대에서 질적 노동의 시대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기 위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인력 고용은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고용으로 채울 것이고, 자동화 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화하여 인건비 상승을 막을 것이다. 인건비의 상승은 원가에 포함되므로 물건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이윤이 남지 않는 사업은 정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속에서 개인은 오랜 시간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개인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아닌, 적은 시간으로도 높은 생산성을 내는 사람이 우대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시간은 동급이다. 이제 개인 앞에 시간이 더 주어졌다. 돈은 저축할 수 있지만, 시간은 저축할 수가 없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개인에게 주어진 위기 혹은 기회일 수도 있다.

제도로 정해야 할 만큼 한국사회의 노동강도는 높았다. 그리고 행복지수는 낮았다. 주52시간 근무제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착하는 시간 동안 기업과 개인 모두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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