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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 더 종로점, 개점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스타벅스 더 종로점, 개점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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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진행한 돗자리(피크닉 매트) 증정 이벤트가 2일 마감됐다. 스타벅스는 당초 5월 1일~6월 25일 고가의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스타벅스 음료 15잔을 마시고 e-프리퀀시(쿠폰)를 적립한 고객에게 7월 2일까지 돗자리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른바 '돗자리 대란'으로 불리는 대규모 품절사태가 일어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폭주했다. 돗자리 추가제작에 나선 스타벅스는 7월 30일부터 돗자리 증정이 추가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새벽부터 '돗자리 사냥' 나선 사람들

 스타벅스는 당초 5월 1일~6월 25일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스타벅스 음료 15잔을 마시고 e-프리퀀시(쿠폰)를 적립한 고객에게 7월 2일까지 돗자리를 지급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당초 5월 1일~6월 25일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스타벅스 음료 15잔을 마시고 e-프리퀀시(쿠폰)를 적립한 고객에게 7월 2일까지 돗자리를 지급하기로 했다.
ⓒ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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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오전 6시 50분,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삼삼오오 20대들이 매장이 오픈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돗자리) 블루 색상 여기 없대? 다른 데로 가자"

원하는 돗자리 색상이 없다는 직원 말에 다들 휴대폰에 뜬 실시간 재고수량을 보며 사라졌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김정미(24)씨는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포켓몬 고 게임하는 것 같아요"하며 블루 색상 돗자리가 있는 점포 방향으로 뛰어갔다.

스타벅스 돗자리 이벤트 열기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되면서 전 매장에 있던 돗자리가 싹쓸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자가 직접 오전 7시에 한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실시간으로 돗자리 재고를 확인해 본 결과, 3시간 만에 모든 재고가 일제히 사라졌다.

 커피를 주문하는 대신, 다들 돗자리를 가지고 급하게 떠났다.
 커피를 주문하는 대신, 다들 돗자리를 가지고 급하게 떠났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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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15잔일까? 이 숫자에는 스타벅스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한 스타벅스 관계자는 "단골들이 한 달에 평균 8잔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이벤트 기간이 두 달에 살짝 못 미치는 기간임을 감안해 15잔이 된 것이다.

15잔을 마시려면 일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4100원) 기준으로 6만1500원을 지출해야 한다.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하면 총 가격은 8만 원 정도. 사정이 이렇게 되자, 15잔을 기간 내에 다 못 마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적립한 e프리퀀시를 돈 주고 구매하는 풍경까지 등장했다.

느긋한 스타벅스, 코너 몰린 동네카페

3시간 만에 돗자리는 완전히 품절되었다. 조용해진 매장 내부에는 낮 시간이 되자 노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한 노인은 스타벅스 매장이 제법 익숙한 듯 콘센트를 찾아 자신의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여러 노인들이 음료를 안 시키고 장시간 담소를 나누었지만 음료 구매를 직접적으로 권하는 직원은 없었다.

한 어르신이 불편해 하자 "걱정 마, 여긴 눈치 안 줘" 속삭이며 마저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반 국내 커피숍과 다르게 '무관심'을 파는 것이 스타벅스의 콘셉트이다.

 학생들이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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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1인석은 노트북 사용자들로 만석이었다. 1인 테이블이 모두 만석임을 확인한 학생들은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수업이 시작한 것처럼 참고서를 펼치기 시작했다.

계속 주문 번호를 외치는 직원과 음료를 받으러 부산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개의치 않고 공부하는 것이 누가 봐도 신기할 정도였다. 이런 학생들 무리는 학교가 끝나는 시간대 여러 스타벅스 매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학생에게 실제로 공부가 잘 되는지 묻자, 김지민(17)씨는 "저는 오히려 매장 내에 적당한 화이트 노이즈(백색소음)가 있어서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이 학생들은 다 스타벅스로 오는 걸까? 이 또한 무관심을 파는 스타벅스 콘셉트에 호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우리는 그런(음료를 시키지 않고 오래 앉아 있는) 고객들도 한 명의 고객으로서 대우하도록 교육 받는다. 지금은 음료를 구매 안 하더라도 결국 손님이 된다는 말을 내부에서 많이 듣는 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을 돌파한 1위 사업자 스타벅스가 시즌마다 사은품 물량공세와 1000개가 넘는 직영점으로 느긋하게 매장 내 '무관심 전략'을 취하는 동안, 개인 사업자들은 갈수록 코너에 몰리고 있다.

용산의 한 동네 카페 점주는 "주변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나버렸다"며 "가끔 손님들이 와도 음료를 시키지 않거나 장시간 독서실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우리 같은 영세 사업자들이 돗자리를 주겠어요? 매장 점포를 많이 굴리기나 하겠어요? 사람들은 다 그 쪽으로 우르르 가버리고, 우리는 정말 죽지 못해 가게 문 열어요."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여러 손님들이 노트북을 켜서 작업하고 있었다. 중년의 카페 사장은 매장 밖으로 잠시 나와서 하소연을 이어 나갔다.

"손님들 흉보면 안 되지만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나가요. 제가 가서 딱 한 번 음료 한 잔에 너무 장시간 있으신 거 아니냐 했더니, 되레 격하게 가게 흉을 보더라고요. 딱 올해 말까지만 버티고 접을 생각입니다."

돗자리 품절 대란이 일어난 6월, 스타벅스에서는 돗자리 증정과 함께 음성주문 서비스(빅스비 사이렌 오더) 이벤트도 진행됐다. 음성주문 서비스로 음료를 시키게 되면 추가로 음료 쿠폰이 발급되는 것. 이에 노량진의 한 개인 카페 점주는 "땅 파서 장사하나요? 이러니 우리 카페는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하며 볼멘소리를 냈다.

스타벅스 돗자리 3개 획득... 다시 동네 카페를 찾다

 두 달의 행사기간동안 스타벅스를 50번을 방문해서, 10만원 상당의 돗자리 사은품들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달의 행사기간동안 스타벅스를 50번을 방문해서, 10만원 상당의 돗자리 사은품들을 얻을 수 있었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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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보는 앞에서 돗자리를 뜯어서 확인해 보시겠어요?"
"아니요. 커피 마시고 갈 거니 저기 테이블 가서 확인해 볼게요."

오전 6시 50분부터 취재차 매장 앞에서 같이 대기한 덕분에 그 구하기 어렵다는 돗자리를 기자도 거머쥘 수 있었다. 이게 세 개째였다. 돗자리를 한 개도 아닌 세 개나 받다니. 너무 스타벅스에만 온 것 아닌가 하는 묘한 죄책감도 들었다. 스타벅스가 생각하는 3인분의 단골 분량 기준을 오롯이 나 혼자 소화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무관심이라는 콘셉트가 좋아서 자주 이용하는 스타벅스이지만, 반대로 동네 커피숍들의 그늘이 느껴졌다.

 동네카페도 스타벅스만큼 맛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동네카페도 스타벅스만큼 맛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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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휴대폰으로 편리하게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대신 일부러 집 앞 동네 커피숍을 이용하며 동네 사장님과 영수증을 주고받기로 했다. 내가 작은 카페에서 노트북을 꺼내자 주인은 긴장한 눈치였다. 그동안 스타벅스가 약속했던 무관심과 제 3의 공간에 너무 익숙해진 걸까? 동네 카페 첫 적응은 불편했지만 꼭 필요한 업무 확인만 간단히 노트북으로 하고, 음료를 마시니 동네 카페에서 1시간 이용도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1시간쯤 있다가 일어나자, 동네 카페 주인이 인사를 했다. 나는 이제 동네 카페 주인에게 괜찮은 고객일까?

스타벅스의 돗자리 품절 대란 취재를 마치고 작은 동네 커피숍으로 들어가자, 잊고 있던 주변의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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