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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궁중족발 사태 방지를 위한 상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제2의 궁중족발 사태 방지를 위한 상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맘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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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소위 종로구 서촌의 '궁중족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자 임대료를 297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임대인의 요구,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임차인의 명도 거부, 이로인한 강제집행에 이르는 임대차분쟁 끝에 임차인이 건물주를 찾아가 망치로 폭행하고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른 사건이다. 도대체 무엇이 하루하루 족발을 삶으며 성실하게 살아온 족발집 사장님을 하루 아침에 살인미수 범죄자로 만들었을까.(관련기사 : "제2의 궁중족발 비극 막아주세요" 여성 사장의 눈물 호소)

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의 감정인, 감정평가사이며, 2015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권리금 보호규정이 신설되면서, 권리금을 청구하는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 또는 임대차분쟁과 관련되는 여러 사건을 접하고 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임대인의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참 많다. 단순히 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울 일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매우 특수한 성격을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제도적,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생각이다. 

상가 임대차분쟁은 이용권과 소유권 불일치 탓

상가 임대차분쟁의 원인은 이용권과 소유권의 불일치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시민들의 관념상 부동산이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다. 웬만한 상가 건물의 가격은 자신의 노동력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통하여 구입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상가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스포츠 스타처럼 큰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거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계속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매우 한정된 그룹의 사람들 뿐이다. 따라서 정작 부동산 고유의 기능인 생산 수단으로 부동산을 이용하여 밥벌이를 해야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임대료가 높거나 말거나, 임대차제도를 이용하여 부동산에 대한 이용권을 얻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투자를 목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는 임대인과 이용을 목적으로 이용권을 갖는 임차인. 이들간 계약이 임대차관계다.

대한민국은 고도성장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기를 거쳤고, 많은 시민들은 부동산 투자 대박의 환상을 갖고 있다. 때론 언론에서 유명 연예인의 투자성공 사례를 들먹이며 이를 조장하기도 한다. 부동산은 이용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의 성격보다는 투자재의 성격을 더 크게 갖는다. 부동산을 소유하는 이유가 임대료와 양도차익이므로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임대료와 높은 양도차익이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개인의 중요한 능력이다.

또한 부자들이 보유한 자산 중 부동산의 비율이 상당히 높고, 부동산 건설과 관련된 각종 산업이 발달해 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구조가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 유리한 방향으로 세팅되어 있는 것이다. 손바뀜을 통하여 양도차익이 발생해야하므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니 덩달아 임대료도 상승하며, 상승한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는 인근 부동산의 가격과 임대료를 올린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는 이용을 통한 수익창출로부터 발생한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급여생활자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한다. 일년내내 쉬지 않고 일하는 자영업자도 많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의 투입으로 사업에 성공하면 상권이 점점 커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영업자의 수입도 늘어나지만, 부동산의 가치도 올라간다. 결국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거나 부동산을 비싼값에 매각한다. 새로운 투자자는 투자금액 대비 임대료를 올린다.

이런 구조에서 결국 자영업자는 장사를 잘 못해서 손해를 보거나, 장사를 잘해서 상권이 좋아지면 결국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하는 처지가 된다. 임차인의 노력의 대가로 발생된 부동산 가치의 증가분은 모두 부동산가치 상승을 통하여 임대인에게 귀속되는 결과에 도달한다.

궁중족발 사건이 발생한 서촌은 내가 감정평가법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몇 년간 살았던 동네다. 족히 50년은 넘어 보이는 벌겋게 녹이 슬어버린 동네 수퍼 간판 아래 평상에 할머니들이 항상 모여앉아서 마늘을 까거나 나물을 다듬으며 앉아계시던, 아주 시골스런 동네였다. 내가 서촌을 떠난 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서촌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어오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고, 택배를 받아주시던 동네세탁소와 철물점은 모두 음식점과 카페로 바뀌었다. 

옛 정취를 즐기러 오는 사람만 있는게 아니었다. 사람이 몰리자 투자자도 함께 왔다. 오랫동안 터잡고 하루하루 족발을 삶으며 살아왔던 궁중족발 사장님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몰려오자 늘어나는 매출에 행복한 고민을 하였으리라. 아마도 원래의 원주민인 임대인과는 임대인, 임차인인지 구분도 없이 오랜기간 정을 나누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초라했던 경복궁역 2번 출구 앞 골목은 서촌 바람을 타고 손님 발길이 늘었지만 궁중족발은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초라했던 경복궁역 2번 출구 앞 골목은 서촌 바람을 타고 손님 발길이 늘었지만 궁중족발은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 안진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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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원주민이 갖고 있던 부동산에서 새로운 투자자로 손바뀜 되면 임대료는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다. 당장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는 최대 수익률을 올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궁중족발의 새 건물주는 종전 297만 원의 임대료에서 1200만 원으로 증액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은 다른 임차인에게 매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권리금까지 주면서 고액의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임차인을 찾을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높으면 권리금이 형성되기가 어렵고, 임대료가 낮은 건물은 상대적으로 권리금이 높다. 임대료와 권리금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 따라서 권리금 감정평가를 할 때는 상가의 임대료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권리금이 없는 상가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여력이 있으므로, 건물주 입장에서는 기존의 임차인을 내보내고 권리금 없이 높은 임대료를 받고자 한다.

현장에 나가보면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임대인들은 자기가 받은 적도 없는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는 거냐며 몹시 억울해한다. 임대인의 입장도 납득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상가 부동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으므로, 그에 대한 적정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자본주의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조정과 중재를 위한 법과 제도의 역할이 있다. 임대차관계에서 부동산의 이용을 통하여 부동산의 가치 창출에 기여한 임차인의 몫을 어떻게,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하여 도출해야한다.

권리금 법제화됐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인정 못 받아

2015년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하여 법제화된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제도가 바로 이러한 내용을 구체화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현실에서는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이 인정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아직까지 확립된 대법원 판례도 없다. 하급심 판례에서는 아직까지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함으로 인하여 '임차인'에게 발생한 손실의 해석에 있어서 매우 좁고 엄격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사건들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권리금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권리금을 인정하고 있는 판례에서도 권리금에 산입되는 자산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 임차인들간 거래되는 권리금 시세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권리금을 새로운 임차인을 통하여 회수한다는 것은 임대인을 운좋게 잘 만나야 가능한 것이며, 무작위 뽑기 확률에 가깝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전 재산을 털고 대출까지 받아서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현실에 비추어 취약하기 그지없는 현실인 것이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권리금은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으로 구분하여 산정하는데 무형자산을 산정하는 방법으로서 대상 업체의 수익을 기준으로 하는 수익환원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영업기간의 평균 영업이익의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보고, 약 5년간의 무형자산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합산하는 방법으로 산정하는데, 업종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약 1년분 내지 2년분의 영업이익 정도가 무형자산의 가치로 산정된다. 이때 영업이익은 영업자의 자가노력비를 공제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국 자가 인건비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영업장의 경우에는 무형자산으로 산정되는 부분이 거의 없거나 매우 작아지게 된다.

죽도록 매출을 올려서 임대료를 포함한 이런저런 비용 공제하고 나면 결국 자가노력비 정도밖에 남지 않는 현실에 씁쓸했던 적이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 권리금으로 거래되는 시장 가격은 이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으로 괴리가 크다. 권리금 감정평가를 하면서 수익가격과 시장가격과의 괴리에서 오는 간극을 어떻게 반영해야 좋을지 항상 고민이다. 시설투자비와는 별도로 권리금 또는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매출 올려야 남는 것은 자가노력비 정도이고, 운 나쁘게 임대인과 분쟁이 생기면 권리금은커녕 원상회복비용까지 부담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내놓은 대책은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과 합리적인 퇴거 보상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항은 합리적 퇴거 보상 방안이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실의 부동산 시장, 임대차시장에서부터 도출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에 대한 등록 제도를 두고, 임대료와 권리금 정보에 대하여 감정평가사가 상권별로 제대로 분석하여 적정한 권리금 또는 퇴거보상액 등을 산정할수 있도록, 더 나아가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익가치를 산정의 근거 자료로서 이를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감정원에서 매분기별로 권리금을 포함하여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정보를 조사 발표하고 있으나, 표본의 수, 조사 방법, 조사 내용에 있어서 매우 불투명하고, 한계가 크다. 전국을 대상으로 비숙련된 조사원이 홍보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법적인 강제 권한도 없이, 연락처도 모르는 임대인 또는 임차인을 아무 때나 찾아가서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현실적으로는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보니 통계 결과도 현실성과 구체성이 떨어져서, 실제 감정평가에 활용도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한 블록만 차이가 나도 상권과 임대료가 천차만별인데, 시도별로 제공되는 평균 권리금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한국감정원 밥먹여주기 위한 무용지물 통계에 불과하다.

상업용 부동산은 여러 부동산 중에서도 숙련된 감정평가사의 경험과 분석을 요하는 가장 어려운 분야이다. 제대로 조사된 데이터가 있어야 정확한 분석과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 상가 임대료와 상가 권리금에 대하여 정당한 절차를 통하여 어떠한 정보도 취득할 권한이 없는 감정평가사가 무작위로 동네 부동산 몇군데에서 구두로 확인한 정보만으로 제대로 분석에 한계가 있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고도의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으나, 아직도 부동산 정보는 매우 불투명하고 편협하고 후진적이다.

임대료, 권리금 부동산 정보의 수집과 투명한 관리, 적절한 제공은 현재 지역별, 가격대별, 소유자별, 용도별로 매우 불균형하게 산정되어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에도 많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정확한 감정평가 위해 부동산 정보 투명하게 공개돼야

15년간 감정평가사로서 활동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사가 부동산 현실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도록, 부동산의 소유와 이용의 관계,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의 조정자로서, 투명하고 공평하게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분배되어,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보'라는 도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동산을 이용함으로 인하여 임차인이 부동산 가치에 기여한 부분에 대하여 합리적인 보상방안이 마련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판례 등으로 확립된다면, 억울한 임차인, 임대인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합의, 제도의 정비를 통하여 궁중족발 건물주가 건물을 매입할 때부터 궁중족발에 대한 권리금 또는 퇴거보상액 등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부분까지 사전에 고려하여 건물 투자 가격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또는 퇴거보상액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면 이 부분을 감안해서 건물 가격이 더 낮게 형성되지 않았을까. 건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었던 임차인의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여분이 임차인에게도 정당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제도를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때다.

그래서 종국에는 부동산이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으로서, 생산수단으로의 원래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부담이 되고, 불편하게 만들면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희석된다. 이러한 방편 중 하나가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보유세나 종부세의 실효세율 강화, 공시가격의 현실화가 될 것이다. 과표가 되는 공시가격의 지역별, 용도별, 가격대별, 소유자별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고 주먹구구식 공시가격 산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초 데이터로서 정확하고 투명한 부동산 매매 정보, 임대료 정보의 관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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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감정평가사가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으로 부자되는 법, 부동산 투자 정보는 없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는 많은 분들과 부동산을 매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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