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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단지 내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38)는 올해 들어 두번이나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 봄 회사 앞 횡단보도를 건나다가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얼마 전에는 출근길 월평동 사거리에서 또다시 질주하는 대형 오토바이와 사고가 날뻔했기 때문이다.

남원에 거주하는 B씨(41) 역시 대형 오토바이로 인해 위험한 순간을 맞아야만 했다. 차량을 몰고 일주도로를 운행하다가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웠는데 순간 고속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백미러를 치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레저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는 대형 오토바이
 누군가에게는 레저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는 대형 오토바이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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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지역에서 대형 오토바이의 질주로 인한 교통사고 위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입도 차량 중 대형오토바이만을 집계한 별도의 통계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공식 확인은 불가하지만 올해 들어 500cc 이상급의 오토바이를 몰고 제주에 입도하는 관광객이 체감상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도항선에 오토바이를 싣고 제주를 찾은 이들은 주로 과속단속 카메라와 CCTV 등이 없는 한라산 중산간 도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항에서 출발한 이들은 도심지를 통과해 첨단과학기술단지를 거쳐 5.16도로로 진입해 서귀포까지 오토바이로 질주한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안전속도를 아예 무시한 채 100~150km 내외의 속도로 질주하며 도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에는 현재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가 없고, 지방도와 국도만 존재한다. 때문에 오토바이 진입이 금지된 도로는 없다. 현재 지방도의 제한속도는 80km, 국도는 70km다.

우도 도항선에 실린 대형오토바이들
 우도 도항선에 실린 대형오토바이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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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형오토바이들이 제주에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올해초 방송된 TV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지목되고 있다.

대형 오토바이를 몰고 제주를 찾은 민박객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을 타고 알려지며, 개인과 동호회를 중심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제주에 입도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효리네 민박의 한 장면 (출처 : JTBC)
 효리네 민박의 한 장면 (출처 : JTBC)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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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대형 오토바이가 과속 여부를 떠나 제주의 도로사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제주 지역 도로 중 허용속도가 가장 높은 곳이 시속 80km에 불과하며, 중산간 도로의 험난한 지형도 오토바이 운행 시 위험률을 높인다. 또한 직선으로 건설된 일주도로 등에는 도민들의 삶의 수단인 소형 화물차와 경운기 등이 운행하고 있어 더더욱 오토바이 운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사가 심하고 굴곡이 많은 제주 지역의 도로
 경사가 심하고 굴곡이 많은 제주 지역의 도로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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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도민들은 "안전운전을 하든 과속운전을 하든 이 좁은 도로에 대형 오토바이를 몰고 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아무리 제주를 알리는 취지의 방송도 좋지만 작가나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의 환상을 부풀리는데만 집착하지 말고 현지 사정에 대해 좀 더 공부한 후 진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가뜩이나 스쿠터로 제주를 여행하는 초보운전자들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대형사고의 주범이 될 수 있는 대형 오토바이까지 가세하며 도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2018년 6월 28일 제주교통복지신문에도 개제되었습니다.



태그:#제주 오토바이, #대형 오토바이, #효리네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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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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