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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 선거 결과로부터의 전망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묵혀둔 생각 한 가지를 되살리는 주제가 있다. 교육감 및 광역 의회선거 결과에 따라 진보라 불리우는 진영의 교육 정책 의제들이었던 이른바 '무상 시리즈'가 교복 등으로 확대되리라는 전망들이 그것이다. 지난 시절 '무상급식'을 둘러싼 치열한(혹은 소모적인) 정치 세력의 편가름으로부터 온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논쟁들이 현재진행형임에 동의한다면, 교육에 있어서의 '무상 시리즈'가 마주할 험로를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애들에게 무상급식 주면, 공짜에 익숙해지는 습관을 키운다. 대가 없는 보상 정책은 결국 사회 구성원을 (게으름)병 들게 할 것이고, 국가의 성장을 저해하는 '거지근성'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이러한 말들로 대표되는 무상급식 반대 측의 논리가 마냥 억지스럽지 않았으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씨알이 먹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단순하게 말하자면, '공짜'를 '거지근성'과 연결 짓는 논리에 당신은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었던가?)

'무상', '어떤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음.'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상기한다면 '무상'을 '공짜'라고 풀어쓴 그들의 전술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러니 '무상급식'이 '공짜급식'이라며, '부자와 빈자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공짜를 줄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항하여 무상급식은 이미 우리가 누린 '의무교육'이 그러하듯 국민의 마땅한 기본적 권리를 겨우 보장받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대응하는 일은 얼마나 빈약한 것이던가?

요순시대에 태평성대의 척도가, 길거리에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노래('격양가'-'임금 따위 누군지 느끼지도 못하지만 임금의 법을 따르니 행복하다'는 주제의 노래였다고 함)를 부르던 노인과 아이들의 모습이었듯이, 우리네 학교에서 정책의 이름이나 주도 세력 따위는 상관 없이 그저 배 부르다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에 요순시대를 대입하는 상상은 가장 뚜렷한 급식 성과의 가늠자 아니겠는가? 결국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하는 논쟁과는 별개로, 정책의 성공적 자리매김이란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에겐 내복과 같은 것이리라. 입어도 입지 않은 듯, 누가 꺼내주었든 상관없이, 어느 틈에 우리 모두의 일상과 살갑게 밀착되어 매일매일 나오리라 신뢰하는, 불편함 없는 '따스한 밥 한 공기'같은 그 것.

그래서 나는 앞으로 '무상'의 간판을 달고나올 '무상시리즈' 정책들을 입에 올리는 것이 불편하지(우리 아이가 '무상교복'이라는 '공짜' 혹은 '퍼주기'에 의해 '거지근성'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편함?)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무상'은 '공짜'라는 '반시장', 혹은 빨간 색이 어른거리는 '공산' 따위 도그마에 휘말릴 억양의 단어이다. 아마도 그런 억양을 눈치챈 '무상시리즈' 반대론자들은 다시 활개를 펼치고 '무상' 확대 주장들을 '공짜'나 바라는 무임승차로 취급 하게 되리라. 아니, 내 세금으로 국가 공교육의 마땅한 책무를 요구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아야 쓰겠나?

정책의 비용대비 효과라든지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의 정밀한 예측은 이 글의 몫이 아니다. 다만 다가올 '무상'의 패러다임들은 위에서 말한 이유들로 그 이름부터 다시 새겼으면 한다. 그래서 여기  '무상'이라는 이름을 대체할 낱말의 후보들을 호출해본다. 그들을 대입하여 바꿔 읽어보니(예를 들면, '무상급식'을 '권리급식'으로) 왠지 공짜를 누리는게 아니라 지금껏 성실하게 세금 내며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저 편견 때문일까?(여러분도 느껴보시기 바란다)

이미 그 낱말들 자체가 가진 의미들이 명확하기에 하나하나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자, 그럼 '무상'을 대체할 '개념어'의 후보들이여, 여기 런웨이에 나와주시라~(대표적 무상시리즈의 대상인 '급식'과 '교복'을 이 개념어들과 연결해 읽어보시기를).

① 의무, ② 나라, ③ 사회, ④ 당연, ⑤ 권리, ⑥ 책임, ⑦ 기본, ⑧ (     ), 눈치 채셨겠지만 ⑧번의 괄호 속에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 더 훌륭한 개념어 후보들을 호출해주시길. 이 개념어를 활용한 응용편 일상 회화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엔 공공 정책의 수혜자로서 마땅히 느껴야할 시민의 자부심이 담겨있지 않을까?  

"너희 지역은 '권리급식' 하니? 우리 아이는 '권리급식'이 참 '개꿀'(좋다는 것의 중학생 버전 표현)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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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교사, 아이들을 통해 앞날을 꿈 꾸고, 소소한 일상 예술들을 통해 세계와 세계 속의 사람들과 함께 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