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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6월 23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제68주년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사진은 강주미 부산대 강사가 진혼무를 추고 있는 모습.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6월 23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제68주년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사진은 강주미 부산대 강사가 진혼무를 추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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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도 없는 영혼이여. 천년을 두고 울어 주리라. 조국의 산천도 고발하고 푸른 별도 증언한다."

1960년도 전국유족회의 표어다. 1950년 한국전쟁 전후 당시 이승만 정권의 공권력에 의해 많은 민간인들이 불법으로 학살 당한 지 68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아픔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창원유족회(회장 노치수)는 '제68주기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열어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달랬다. 6월 23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다.

이곳은 옛 마산교도소(형무소)가 있었던 자리다. 당사 희생자들 가운데는 마산교도소 재소자들도 있었다. 민간인 희생자들이 68년 전 어쩌면 마지막으로 지냈을 그 곳에서 추모제가 열린 것이다. 이날 추모제에는 희생자들의 손자인 3세들도 다수 참석했다.

그 진실은 55년만인 2005년 국회에서 통과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가 규명하고 나서면서 부터다. 이때는 노무현정부 때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창원(옛 창원, 마산, 진해)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다.

예비검속 대상자들은 한국전쟁 발발 후 관할 지서의 소집통보를 받거나 관할지서 경찰관에게 연행되어 희생되었던 것이다. 마산시내 거주자와 창원군 진전·진북·진동면 거주자 중 일부는 1950년 7월 15일 마산시민극장으로 소집·연행되어 마산형무소에 구금 중 마산 앞바다인 '괭이바다'에서 1681명이 '수장'되었다.

또 창원군 다른 면 거주자들은 관내 지서로 소집되거나 연행되었다. 상남면 희생자들은 창원군 웅남면 아리송골, 대산면 희생자들은 김해 진영읍 창고에 구금 중 김해 생림면 나밭고개에서 희생되었다.

진해경찰서로 소집연행되었던 희생자들은 진해 여좌동 가마니골과 내서면 진동고개에서 희생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진해 앞바다 등지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들의 희생에는 경찰과 군, 헌병, CIC, 우익청년단, '민보단', 구장 등이 동원되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이 한국전쟁기에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빼앗거나 인신을 구속하는 처벌을 할 경우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적법한 절차를 따라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의 가해자인 마산지구 CIC, 마산육군헌병대, 마산·진해경찰서 경찰은 정당한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비검속한 사람들을 불법 살해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는 인도주의에 반한 것이며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하고, 적법 절차 원칙과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이다"고 했다.

이날 합동추모제는 1부 '추모제'에 이어 2부 '추모식'이 진행되었다. 추모제에는 강주미 부산대 강사가 진혼무를 추고, 노치수·안임호·권택근 초헌관 등이 참여해 '전통제례'가 열렸으며, 불곡사 주지 도흥 스님과 백남해 신부가 불교와 천주교 종교의례를 했다.

추모식에서는 홍순권 동아대 교수(전 진실화해위 위원)가 추모사를 하고, 손화영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했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 노치수 회장.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 노치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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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수 회장은 "세월이 빠른 것인지, 우리들의 마음이 급한 것인지, 아니면 세월이 짧아진 것인지 우리 유족들의 피멍든 가슴은 그대로 묻힌 채 나이만 먹고 얼굴엔 주름살만 늘어가는데, 한맺힌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으니 가는 세월만 원망스러울 따름이다"고 했다.

그는 "세월만 가기를 기다리며 유족들이 가만히 있으면 우리들의 문제를 결코 누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유족들의 맺힌 마음을 풀어나가려면 우리 스스로 앞장 서 함께 활동하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 주겠느냐"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치수 회장은 "반세기가 넘게 국가 비밀로 숨겨져 왔고, 지금까지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미뤄온 기막힌 슬픈 역사, 68년 전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우리 세대에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뭉쳐, 못다 한 진실규명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을 하루 속히 통과시키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고, 정부나 국회도 과거사로 묻혀 있는 '국가범죄 행위'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처리해,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유족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홍순권 교수는 추모사에서 "그동안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유족 여러분들이 부단히 애를 썼지만, 아직은 우리의 힘이 부친 탓인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루어지고 있다"며 "그 이유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일부 국회를 비롯하여 사회 일각에서 진실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들의 저항이 여전히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4월 27일에는 분단 70년의 질곡을 딛고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며 "바야흐로 한반도에 평화의 봄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기는 하지만 한반도의 봄은 머지않아 기필코 올 것이다. 분단의 극복과 평화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열망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한 국민적 여망은 과거사에 대한 진실규명과도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화영 시인은 추모시 "흐르는 푸른 별"에서 "끝나지 않은 비린 호흡의 길에/줄지어 나열한 원혼의 장벽 … 그저 진실 앞에 당당히 서고 싶은/떠다니는 바람의 그림자/그 누가 알아줄까//닦아도 닦이지 않는 눈물길/다시 또 살아 이어질 천년의 물길//깊고 큰 해원의 물결소리 들리고/나 이제는 돌아가 별이 되리라/영원을 흐르는 푸른 별이 되리라"고 읊었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6월 23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제68주년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6월 23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제68주년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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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원유족회,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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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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