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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일) 은평구민 체육센터 대체육관에서 퀴어여성네트워크 주최 '2018 퀴어여성게임즈 :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아래 '퀴어여성게임즈')'가 열렸다. 배드민턴, 3on3 농구, 계주를 주 종목으로 하여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한 행사였다. 퀴어여성게임즈는 선수단 120명, 관람객 200명, 총 300여 명의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퀴어여성게임즈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체육활동에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해온 사람들이 모여 즐기며 서로를 확인한 자리이자, 성평등한, 모두를 위한 스포츠가 어떠해야 하는지 가능성을 제시한 자리였다. 아직도 남아 있는 체육대회의 열기와 감동을 떠올리면서 퀴어여성게임즈가 걸어온 길과 의미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퀴어여성게임즈 개막식 장면
 퀴어여성게임즈 개막식 장면
ⓒ 퀴어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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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 취소'라니... 우리가 왜 궐기대회를 하고 있죠?

퀴어여성게임즈의 시작은 2017년 8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한자리에 모인 퀴어여성네트워크(아래 '퀴여네') 멤버들은 10월 21일 '여성성소수자 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 의지를 모았다.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싶은 이유는 다양했다. 재미있을 거 같아서, 퀴어여성 스포츠동호회 활동에서 얻은 긍정적 경험에서, 성별·정체성 등에 상관없이 스포츠를 즐기는 경험을 함께하고 싶어서 등등. '여성·성소수자의 체육 활동이 그동안 성차별적이고 이분법적인 사회 속에서 배제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드러내는 활동이 의미 있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렇게 날짜를 확정하고 장소를 물색했다. 처음에 대관을 진행한 양천구민 체육센터에서 석연치 않게 대관 거절을 당하고 동대문구 체육관으로 장소를 확정하고 준비를 진행했다. 그런데, 퀴여네는 갑작스레 동대문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대관을 취소한다는 소식이었다. 동대문구는 '천정 공사'라는 핑계를 댔으나, 실제 이유는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제기된 민원들 때문이었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이 명백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퀴여네는 동대문구를 인권위에 진정하고, 구청 앞에서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 : 게임은 시작됐다'를 진행했다.

 궐기대회 당시 동대문구청에 붙은 팻말
 궐기대회 당시 동대문구청에 붙은 팻말
ⓒ 언니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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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7년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다시 결의를 다진 퀴여네는 2018년 이름을 퀴어여성게임즈로 바꿔 다시 한번 체육대회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7일, 퀴어여성게임즈의 막을 올렸다. 당초 계획보다 훨씬 큰 규모로 진행됐다. 사전 풋살 경기 2팀, 배드민턴 17팀, 농구 10팀, 계주 12팀의 약 120명의 선수 참여자들이 즐겁고 공정한 경쟁을 펼쳤다. 관객 참여자들 역시 응원과 더불어 자유투 이벤트, 박 터트리기에 참여하며 함께 자리를 만들어갔다. 

여성/성소수자들이 스포츠를 할 때 이루어지는 일들

"미풍양속에 위배될 수 있다".

동대문구가 2017년 체육관 대관을 취소하며 했던 말이다. 여성/성소수자가 체육활동을 하는 것이 미풍양속에 저하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동대문구에 항의 민원을 제기했던 모 카페에서는 "레즈비언들이 배드민턴을 한다니 아이들 교육에 악영향이 올 것이다"는 혐오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실제 여성/성소수자들이 체육대회를 했을 때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까?

 3on3 농구경기 장면
 3on3 농구경기 장면
ⓒ 박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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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간단했다. 스포츠의 명장면들이 펼쳐졌다. 스포츠 경기를 설명하며 흔히들 사용하는 표현인 '각본 없는 드라마'는 퀴어여성게임즈에서도 볼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셔틀콕 랠리에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하였고, 1점 차로 추격전이 펼쳐진 농구 결승전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아쉽게 넘어졌지만 끝까지 완주한 계주팀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여느 스포츠 경기와 다름없는 모습들이었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동안 성별에 따라 신체 활동을 구분해온, 여성들은 체육활동에 흥미가 없거나 운동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은 퀴어여성게임즈에 존재하지 않았다. 퀴어여성게임즈를 즐기는 누구도 '여성이기에, 성소수자이기에 어떠한 운동을 해야 하고 어떠한 움직임을 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성별이 어떠하든,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스스로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고 함께 어울리는 선수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성별이라는 틀을 벗어난 새로운 스포츠의 가능성

퀴어'여성'게임즈는 이름과 달리 여성만을 참여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퀴여네는 활동 초기부터 여성이기에, 또는 여성으로 인식되기에 겪을 수 있는 경험이 복잡다단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왔고 여성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담론을 확장시켜 왔다. 그렇기에 퀴어여성게임즈는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 등에 상관없이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에 지지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리를 열어뒀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소위 '남성'으로 인식되는 선수들 역시 참여했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스포츠에서 공정함은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고, 성별 구분은 그러한 공정함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이 스포츠에서 우선해야 할 가치일까? 또한 그러한 공정함의 미명 아래 성별 구분을 흐린다고 여겨지는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젠더퀴어 등에게 스포츠는 어떤 의미일까? 퀴어여성게임즈는 이러한 고민들에 대해 한 가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색다른 스포츠를, 성별 구분이 절대적 가치가 아닌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의 가능성을.

 마지막을 장식한 박터트리기 장면
 마지막을 장식한 박터트리기 장면
ⓒ 퀴어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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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2017년 8월부터 시작되어 2018년 6월까지 이어진 퀴여네의, 우리의 게임은 이렇게 한 차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끝은 아니다. 퀴어여성게임즈에서 땀을 흘리고 즐기며 함께 행사를 만들어간 사람들을 통해 전해진 스포츠에서의 성평등과 성소수자 인권의 이야기는 결코 끝맺음 없이 점차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진정으로 성평등한,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스포츠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원칙을 이야기한 퀴어여성게임즈 선수 선서를 소개하며 후기를 마친다.

"2018 퀴어여성게임즈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들의 이름으로, 우리는 관련 규칙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퀴어플레이 정신으로 즐겁게 본 대회에 참가할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는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근본 원칙을 준수하고, 스스로의 건강과 안전에 유의하며 스포츠에 전념할 것을 약속합니다."

[퀴어여성게임즈의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관련 기사]
① "남자애가 왜 이렇게 운동을 못 하냐"고?
② "선수 말고 매니저나 해" 거 참, 여자도 운동 좀 합시다
③ "다이어트 하지 마라, 더 먹어라" 이런 트레이너가 있다니
④ 캐나다 국가대표가 '무지개 하키스틱' 기증한 이유
⑤ 체육대회 하러 모였는데... 왜 '궐기대회'를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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