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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경험은 다양하고 또 연결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조건과 놓인 상황에 따라 제도적으로, 일상적으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한다. 한편으로 개인의 삶은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설명될 수 없기에, 차별경험은 복합적이며 연결되어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다양한 차별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너와 나의 차별이 결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그렇기에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자말

 인터섹스는 신체적인 몇몇 특징을 통해 여성 또는 남성을 나누는 성별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인터섹스는 신체적인 몇몇 특징을 통해 여성 또는 남성을 나누는 성별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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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섹스(intersex)는 선천적으로 성선(난소/정소), 성염색체, 성호르몬, 성기 변형 중 어느 하나, 또는 전부를 가지고 태어난 다양한 조건의 사람들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인터섹스는 신체적인 몇몇 특징을 통해 여성 또는 남성을 나누는 성별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신체, 문화, 제도적으로 두 가지 성별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성별이분법 구조 속에서 인터섹스는 비가시화되며, 인터섹스 당사자들조차 부모, 의사 등에 의해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회 속에서 인터섹스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평등과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한국 최초의 인터섹스 단체이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하는 한국인터섹스당사자모임 나선(아래 '나선')의 두 활동가 중간계(나선 대표,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운영위원)와 제이드(나선 회원)를 지난 16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인터섹스, 한편으론 해방감도

- 한국에서 인터섹스는 잘 가시화되어 있지 않고 당사자들도 늦게 아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인터섹스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간계(이하 '중') "신체적 특징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부분들이 몇 있었다. 사춘기 때 목욕탕에 갔을 때 다른 남자애들을 보면서 내가 (성기가) 조금 작구나 생각을 했고, 고등학생 때부터는 여성형 유방이 자라기도 했다. 그러면서 결혼도 하고 남성으로서 오랜 기간 살았는데, 2004년에 불임이 의심이 되어 병원에 갔고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라고 판정을 받았다. 당시는 인터섹스에 대해 몰라서 단지 불임이라는 것에 비관을 했었다. 그러다 나중에 다른 병원을 가서 진성반음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스스로 인터섹스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제이드(이하 '제') "제 경우는 조금 애매하긴 하다. 예전에 일을 하면서 성기 부분이 조금 걸리적거리는 경험을 많이 느껴서 비뇨기과에 갔더니 태어났을 때 부분적인 잠복고환*이어서 수술을 했고, 그 부분에 살이 차서 다시 위화감을 느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다시 클리닉을 받았다. 그러다 작년에 다큐를 통해 인터섹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제가 인터섹스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 성장하면서 자신이 인터섹스라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게 된 것인데 그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저의 경우는 오랜 시간 결혼도 하고 남성으로 살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불임이라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러다 인터섹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어릴 때 경험했던 신체적 경험이 인터섹스였기에 그런 것이구나 이해할 수도 있었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성을 못 따랐던 이유가 설명이 되면서 해방감도 느꼈다. 한편으로 매일 남자, 여자만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해 '세상에 인터섹스라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나다, 인터섹스는 어떻다'는 커밍아웃도 하게 되었다. 다만 아직 편견을 가진 사람도 있어서 직장에는 커밍아웃은 하지 않았다."

"저는 직접적인 경험은 많지는 않지만, 세상을 느끼는 도구가 늘어났다는 느낌?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에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여 또는 남이라는 이분법에서 오는 차별 경험

- 인터섹스로 살면서 일상에서의 배제, 혐오와 같은 차별의 경험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중고등학교 때 성폭력을 많이 당했다. 학교의 다른 남학생들에게 여자로 대상화 당한 적도 있다. 또 제가 옛날엔 목소리도 얇고 여성형 유방이 있다 보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몸을 만졌다. 심지어 한 여학우가 저를 만지면서 '적어도 얘보다는 커야 하지 않니'라는 이야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남자답지 못하다고 놀림도 많이 당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 아줌마,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에 스트레스도 받았다. 한편으로는 진성반음양 판정을 받으면서 태어났을 때 자궁적출을 받은 것을 알게 됐다. '왜 그렇게 했냐'고 부모에게 물어봤더니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고 의사가 그랬다, 내버려 두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더 묻지는 않았는데, 적어도 이야기는 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저 역시 태어났을 때 바로 수술을 받았다. 이것이 어떤 수술인지를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데, 그냥 아파서 수술을 받았다고만 말했다. 의도는 알겠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전혀 모른 상태에서 고민한 것에 대한 서운함도 느낀다."

- 한편으로는 어릴 때 받는 수술이 건강상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인터섹스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 건강상 필요한 모든 수술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저 같은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의사들이 사회에서 말하는 여성/남성의 신체만을 정상으로 두고 무조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건강 문제가 아님에도) 남성/여성이면 어떻게 생기고, 성 생활이 어떨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거나, 여성이 되었을 때 놀림 받지 않을까 짐작해서 동의 없이 강제로 남성 성별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동의한다. 인터섹스라는 것 자체는 그 자체로 질병이 아니고 그로 인해 어떤 증상이나 고통이 있다면 그것을 치료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중요한 것은 아픈 것이지, 인터섹스인지 아닌지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 의료기관이 작성하는 출생증명서에는 성별 ‘불상’란이 존재한다. 그러나 관공서에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남성/여성 둘 중 하나로 정해야만 가능하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 의료기관이 작성하는 출생증명서에는 성별 ‘불상’란이 존재한다. 그러나 관공서에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남성/여성 둘 중 하나로 정해야만 가능하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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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이분법을 벗어난 신분 제도 필요

- 제도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인터섹스 권리 보장을 위해 어떠한 개선이 필요한가.
"현재 주민등록번호 성별에 따라 짝수, 홀수 코드가 두 가지밖에 없다. 인터섹스 인권 운동 진영은 유아기에 강제 성기수술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저 또한 아이가 자기 성별을 인식할 때까지 강제로 성별을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지금의 성별코드에서는 남성/여성으로 정해서 신고해야 하고,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성별 자체를 해체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문제이니 적어도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개편했으면 좋겠다. 임의적 번호를 두어 성별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게 한다더라도 사회에서 차별은 있겠지만, 적어도 공공사회에서 이 사람의 성별을 가려내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한다."

- 인터섹스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도 많은데 의료기관의 태도가 궁금하다.
"저의 경우는 모 비뇨기과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거기서는 인터섹스 얘기도 없이 '이상한 거 가지셨네'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의사 나름이긴 하지만 인터섹스를 동등한 인간이 아닌 어떤 대상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

"의사가 인터섹스 수술을 하고난 뒤, 자신을 기형아를 바꿔준 구세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벽장 밖으로 '나선' 인터섹스의 목소리

- 나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제가 2016년 때 인터섹스인 것을 알고 젠더퀴어로 정체화했다. 그런데 인터섹스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당신이 단체를 만들라'는 이야기를 듣고 결심했다. 먼저 이름부터 지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인에게 부탁했더니 나선이라고 지어줬다. 나선이 스파이럴, 헬릭스, 그래서 은하계, 유전자라는 뜻도 있지만, 풀이도 좋았다. 벽장 밖으로 '나선', '나의 선택 '이런 뜻이 있어서 바로 이름을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SNS로 알리고 회원도 모집했는데 온라인으로는 연락이 돼도 모임에는 안 나오더라. 그러다 2017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다른 인터섹스 분을 알게 되어 만났고, 그렇게 8월에 첫 정모를 했다. 그러면서 점차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편으로는 당사자만이 아닌 자신의 가족, 친구, 애인이 인터섹스인 분을 앨라이 회원으로 받고 있다. 현재는 당사자 7명, 앨라이 7명 해서 총 14명의 회원이 있다."

- 나선은 말 그대로 최초의 인터섹스 단체인데 그와 관련 특별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가.
"무엇보다 나선만큼 인터섹스를 이야기하는 곳이 없다. 그래서 인터섹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나선을 추천한다. 사실 신생단체다 보니 다른 단체들보다 자유로워 보일수도 있는 담론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섹스당사자모임 나선 리플릿
 한국인터섹스당사자모임 나선 리플릿
ⓒ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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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바꾸는 목소리,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 나선이 최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했다. 인터섹스 운동에서 차별금지법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지금 당장 무엇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정되기 전과 후는 다를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정부에서 무시해버리면 변화가 없다. (제정되면) 적어도 제도적인 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의 목소리가 공허해지지 않을 것이다. 인터섹스만이 아닌 인권 전체를 보았을 때, 누구나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어느 항목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좀 더 고려해야 한다."

"인터섹스 자체가 몸의 다양성에 가장 영향을 받는 퀴어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도 마찬가지겠지만 인터섹스를 빼놓고 이것을 다루는 것은 좀 불균형하다고 생각한다. (인터터섹스의 인권을 말하는 것은) '몸의 다양성' 측면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에 따른 구조적 차별을 이야기하는 데 인터섹스의 경험이 큰 영향을 줄 것이고, 또한 차별금지법을 통해 구조적 차별을 바꿔나가는 힘이 인터섹스 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다. 무엇보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요즘 여러 군데에서 인터뷰 요청이 온다. 많은 관심 가져주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이것이 한때 스쳐 지나가는 경향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사실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 당사자성만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섹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나선에 대해 찾아줬으면 한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다가와 줬으면 한다."

[주석]
① 클라인펠터 증후군 - 통상적인 남성의 염색체 XY보다 X의 염색체가 1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47,XXY / 48,XXXY / 49,XXXXY)를 말한다.
② 진성반음양 - 난소와 고환 조직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로 외부 성기는 모호하거나 남성 또는 여성으로 보일 수도 있다.
③ 잠복고환 - 태어나기 전 고환이 음낭으로 완전히 내려오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인터섹스는 태어났을 때 다른 형태의 몸을 갖고 있어 수술을 받은 사람을 모두 포함하므로, 잠복고환 역시 인터섹스로 이야기된다.

덧붙이는 글 | 사람UP 기고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 equalityact.kr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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