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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 [편집자말]
당황했다. 두 가족이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워낙 친한 가족이고, 아이들도 부모들도 근 10년을 넘게 허물없이 지냈다. 우리는 자매를 낳았고 거긴 남매를 낳았다. 큰아이들끼리도 동갑이고 4살 터울의 동생들도 동갑이다.

그날 아이들은 한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다들 브라운관을 뚫고 들어갈 기세였다. 그때 내 눈에 띈 게 있었으니, 바지에 들어간, 친구 아들의 손이다. 조물락 조물락. 아... 대략난감한 순간이었다. 딸아이가 그걸 볼까 봐 내심 걱정도 됐다. 내 행동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친구 아들에게 고추를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아이들이 성기를 만질 경우, '다른 곳으로 시선이나 생각을 돌리게 해야 한다'는 정도였다. 나는 용기를 내어 친구 아들에게 말했다.

"이 만화가 그렇게 재밌니?"

아이는 잠시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바지 속에서 손을 뺐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연기를 하며 잠시 그 곁에 앉았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척하다가 거실로 나왔다. 휴... 방 안에서는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혀 아니었다. 마음속이 복잡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몸을 가지고 노는 경험은 건강히 자라는데 필요한 과정이에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몸을 가지고 노는 경험은 건강히 자라는데 필요한 과정이에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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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샘, 제가 이런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를 한 건가요?
"너무 현명하게 잘 하셨는데요? 재미있는 만화나 게임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내 손이 뭘 하는지 내 입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팔리는 경우가 참 많은 거 같아요. 어른이나 아이나 할 거 없이 누구나요!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을 때(즉각적으로 멈춰야 할 위험하거나 무례한 행동이 아니라면)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스스로 깨닫고 멈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아요. 말을 걸어 분위기를 전환해 준다거나,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시켜 시선을 끌어도 좋고요. 아, 간식! 간식을 주면 좋겠네요, 간식을 먹으려면 어차피 손을 써야 하니까요. 하하하하."

- 샘, 아니... 아니요! 함께 먹는 간식은 안 될 것 같아요. 바지 안으로 넣었단 뺀 손으로는. 아, 생각만 해도 땀이 나네요. 그런데 왜 아이들에게 직접 고추나 잠지를 만지지 말라고 하면 안 되나요?
"만약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긁거나 팔이나 다리 등 신체의 다른 부위를 만졌다면 아마 별 고민 없이 말했을 거예요. 하지 말라고. 아니, 어쩌면 말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성기라 불리는 고추 또는 잠지를 만진다면. 당사자보다 보는 우리가 더 민망하거나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아이들이 자기 고추나 잠지를 만지는 행동은 정말 무안하고 창피한 일일까요?"

-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4~5세경 정도면 자신의 몸에 관심이 생기고 성적 호기심도 많아진다고 해요. 몸의 이곳저곳을 탐험하다 보면 고추 또는 잠지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이 성기라는 것이 참 재미가 있어요! 작은 구멍에서 쉬가 나오기도 하고, 만지면 좋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말랑말랑 고추가 단단해지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촉촉한 잠지를 만지면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신기하면서도 매력적인 놀잇거리인 거죠."

- 냄새요? 아이들이 그 냄새를 맡나요? 헐.
"그걸 모르셨구나. 호호.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몸을, 잠지 또는 고추를 충분히 가지고 노는 경험은 건강히 자라는데 필요한 과정이에요.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신체의 일부로서 성기를 잘 받아들이게 되지요. 부끄럽고 무안한 행동이 아니라 건강한 성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 첫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 머리로는 '그렇구나' 이해하지만, 막상 눈 앞에서 현실이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자자, 미리부터 겁먹지 말고 하나씩 해보자고요. 아이가 자신의 고추 또는 잠지를 만지며 놀거나 냄새를 맡거나 하는 걸 봤을 때, 혹은 보여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부끄럽게 뭐 하는 짓이야?', '자꾸 만지면 고추 떨어진다!'와 같은 반응은 성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삼가야 해요. 성적인 행동은 몰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기자님이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적절하게 잘 대처하셨다고 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오히려 '손을 깨끗하게 씻고 만져야 아프지 않아', '재미있는 냄새가 나지?' 하고 긍정해준다면 호기심을 적절히 해소한 후 자연스레 관심을 다른 데로 옮길 수 있죠."

-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부모들이 성을 진지하게 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쿨한' 태도와 대담함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어요. 바로바로 성행동을 할 때의 태도(attitude)와 매너에요! 성을 솔직하게 대하고 열린 마음가짐을 가지는 건 참 좋지만 성행동을 할 때는 분명히 지켜야 할 매너가 있어요. 내가 좋다고, 내가 재미있다고 내가 하고 싶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지고 보여주는 등의 행동을 하는 건 적절치 않겠죠?

예를 들어 '웃음'은 그 자체로 좋은 감정 표현이지만 만약 우리가 슬퍼하는 사람 앞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에서, 누군가가 다쳤을 때 까르르 웃는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주변 분위기에 걸맞은 행동도 아닐 거예요.

성기를 만지고 노는 행동도 이와 마찬가지에요.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건강한 행동일지라도 성에 대해 조심스럽고 어색해하는 주변 사람들과 상황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부끄러운 행동이 될 수 있어요. 그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건 필요한 일이에요. 적절한 태도와 매너, 잊지 말자고요."

- 샘, 이건 진짜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싶은 질문인데... 남자와 여자 중에 성기를 더 잘 만지는 성별이 따로 있나요?
"성기를 더 잘 만지는 성별이라는 건 없어요!(단호박) 하지만 만졌을 때 성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겪게 되는 건 사실이죠. 남자아이가 성기를 만지거나 자신의 성기를 드러냈을 때와 여자아이가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언제 더 호들갑을 떨며 제지하고 단속할까요? 그리고 남성과 여성 둘 중 누구의 성적인 욕구나 행동을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해주고 받아들일까요?"

- 아무래도 남자가 아닐까요? 사실 여자아이들은 기저귀 가는 것도 조심하잖아요. 남자아이들은 아무 데서나...
"그렇죠. 이러한 주변의 반응이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성적인 욕구나 행동은 남성들에게 더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떠나 '사람에게는' 각자의 개성과 환경 등에 따라 다 다른 성적인 욕구와 가치관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남자, 여자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성기를 자주 만질 수도 아닐 수도, 성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점. 우리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셨으면 해요."

 세상에는 참 다양한 몸이 존재하고 있죠.
 세상에는 참 다양한 몸이 존재하고 있죠.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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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런데 샘, 아이들에게 여자 몸과 남자 몸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할 때 성기와 가슴 이야기 말고 해줄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까요?
"아, 그냥 지나기 쉬운데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어요. 제가 놀라운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사실 여성의 몸과 남성의 몸뿐 아니라 사람들은 다들 조금씩 다른 몸을 가지고 있답니다! 음하하! 물론 남성의 고추와 여성의 잠지는 모양도 다르고 위치도 다를 수 있어요. 기능도 조금씩 다르지요(정자가 있고, 난자가 있고, 임신을 할 수도 있는 등). 하지만 그런 차이는 같은 여성/남성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세상에는 참 다양한 몸이 존재하고 있죠. 어깨가 넓고 키가 매우 큰 여성, 임신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여성이 있고요. 체구가 작고 수염이 잘 나지 않는 남성과 목소리가 가늘고 높은 남성도 있어요. 또 가슴이 납작한 여성도, 가슴이 나온 남성도 있어요. 근육질의 여성과 부드러운 피부의 남성도 있지요. 아이들이 종종 '남자인데 머리가 길어?'라고 말하거나, '(여자인데) 머리가 짧아서 남자 같아' 하는 말을 하잖아요. 남자, 여자 머리 길이가 따로 있는 건 아닌데도 말이에요.

이렇게 봤을 때 남성과 여성의 몸이 큰 차이를 가지기보다 '사람마다' 가지는 차이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모두 조금씩 다른 만큼 비슷한 면도 많은 것 같아요. 남성과 여성의 다른 점과 더불어 사람으로서 비슷한 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어떨까요? 성별에 앞서 동등한 존재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더 열린 사고방식으로 남성과 여성을, 다양한 사람의 존재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심에스더씨는 어려서부터 성이야기를 좋아해 '성영재'로 불렸다. 성을 사랑하고 성이야기가 즐거운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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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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