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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이끼폭포 돌이끼가 가득한 협곡을 타고 폭포수가 흐르는 비경의 폭포. 공기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다.
▲ 삼척 이끼폭포 돌이끼가 가득한 협곡을 타고 폭포수가 흐르는 비경의 폭포. 공기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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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7)에는 저수지가 바닥을 보일 정도로 날이 가물어 가뭄의 피해가 심각했지만, 올해(2018)는 가끔 폭우가 내릴 정도로 자주 비가 내려서 작년 이맘때와는 완전히 다른 날씨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산과 계곡의 나무들은 탄력 있는 푸른빛을 띠고, 강과 계곡의 물은 싱그럽게 넘쳐나고 있다.

회색빛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푸른색과 물 먹은 나무와 풀들이 갖는 탄력 있는 푸른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이라도 이런 건강한 푸른빛을 보아야 마음도 건강해진다.

날 더워지는 초여름, 복잡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을 잠시 벗어나 건강한 푸른빛 속에서 빗물을 머금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로 가보자. 항상 도시의 두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상쾌하고 시원한 즉효약도 없다.

삼척 이끼폭포 3km의 산길을 걸어가야 만나는 이끼폭포는 찾아온 사람들에게 아낌 없는 비경을 선사한다.
▲ 삼척 이끼폭포 3km의 산길을 걸어가야 만나는 이끼폭포는 찾아온 사람들에게 아낌 없는 비경을 선사한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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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생태계를 보여주는 비경의 계곡과 폭포, 이끼폭포

푸른빛 이끼가 많은 곳은 둘 중 하나다. 물이 심각하게 오염된 곳, 아니면 그 반대로 그늘지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육상식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정도로 긴 역사를 가진 오랜 식물, 원시적 생태를 보여주는 이 식물은 그늘지고 물이 풍부한 곳에 즐겨 서식한다. 본래 깊은 산 그늘진 계곡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끼가 지금은 많이 사라져 보기 힘든 식물군이 되어 버렸다.

강원도 삼척의 이름도 없었던 깊은 계곡에 이끼폭포라고 이름 붙은 폭포와 계곡이 있다. 폭포와 주변의 바위들, 그리고 폭포 상류의 협곡에 집중 분포하는 이 돌이끼들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비경을 이루고 있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은 이 폭포는 '무건리'라는 동네 이름을 쳐야 찾아갈 수 있다. 그래도 삼척에서 태백으로 가는 옛날 38번 국도 상에는 이끼폭포 간판도 있다. 이 길 따라 산이 중첩된 산마을 길로 들어서면, 얼마 후에 작은 시멘트 공장이 자리 잡고 있어 이 안쪽에 무슨 계곡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끼폭포 가는 길 입구에는 승용차 다섯 대 정도만 댈 수 있는 작은 주차 공간이 있으며, 이 자리들이 차면 많이 내려가서 주차할 수밖에 없으니, 이것부터 오지라는 느낌이 든다.

이끼폭포 가는 길  입구 주차장에서 오르막길과 산등성이를 돌아가는 길, 그리고 내리막길의 3km 길을 가야 이끼폭포에 닿는다.
▲ 이끼폭포 가는 길 입구 주차장에서 오르막길과 산등성이를 돌아가는 길, 그리고 내리막길의 3km 길을 가야 이끼폭포에 닿는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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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폭포까지는 걸어서 3km. 처음 1/3은 끊임없는 오르막길이며, 그로부터 1/2 이상은 산 중턱 높이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지만 경사는 그리 높지 않아 비교적 편하게 걸어갈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500m 구간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다. 근래에 이 내리막길에 나무 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편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이라면 웬만한 산 정상까지 거리인 3km를 쉼 없이 걸어가면, 처음 오르막길이 힘들 뿐, 중간 중간 쉬어갈 곳도 있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주기도 하여 걷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 길 끝 어디쯤 폭포가 있을까 하는 지루함도 느껴진다.

376계단  이끼폭포로 가는 마지막 관문, 500m의 내리막길. 계단이 376개다.
▲ 376계단 이끼폭포로 가는 마지막 관문, 500m의 내리막길. 계단이 376개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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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의 500m 내리막길은 압권이다. 나무데크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중에 올라올 때 밑바닥부터 세어 봤더니 총 376계단. 세는 데도 숨이 차는 줄 알았다. 당연히 내려갈 때보다 올라올 때 더 힘겹다.

그러나 내려가서 보는 폭포의 풍경은 모든 시름과 스트레스를 다 잊을 정도이다. 인적이 드문 협곡의 차가운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여러 갈래로 쏟아지는 풍경은 상상 속의 그림 같다. 천연의 에어컨 바람이 부는 듯한 시원함이 이 일대를 온통 감싼다.

폭포 옆의 작은 계곡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도 멋지다. 무엇보다 돌과 돌에 푸른 이끼가 뒤덮여 푸른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원시적 생태의 냄새가 난다. 편도 3km, 왕복 6km의 걷기가 아깝지 않다. 죽기 전에 한번 꼭 가봐야 할 비경이다.

이끼폭포의 물줄기  천연의 에어컨이 부는 듯한 좁은 협곡에 보기에도 시원한 물줄기가 마음속까지 적신다.
▲ 이끼폭포의 물줄기 천연의 에어컨이 부는 듯한 좁은 협곡에 보기에도 시원한 물줄기가 마음속까지 적신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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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 등산로 입구에 주차 5대 정도 가능
등산로 입구와 가는 길에는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 (가게가 하나 있지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미리 물이나 음료수를 꼭 준비해야 한다. 삼척이나 태백, 도계 등에서 꼭 준비해 갈 것.
무엇보다 계곡의 이끼들을 만지거나 훼손하지 말 것. 

* 서서히 알려지고 있는 곳이니만큼 주차난과 교통난이 문제가 될 것이다. 가는 길도 넓지 않으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침에 일찍 가는 것이 좋다.
복장은 등산 준비에 준하여 준비한다.
이끼폭포와 함께 인근 대금굴, 환선굴의 동굴을 같이 둘러보면 좋다. 

* 가는 법
- 자가용으로는 삼척에서 새로 뚫린 4차선 38번 국도를 달리다가 신기 쪽에서 나와 구 38번 2차선 도로를 따라간다. (4차선 38번 국도에는 안내판이 없어 찾기 힘들다) 하고사리와 하고사리역 입구에 오면 반대편(왼쪽)으로 무건리 마을 가는 길이 있다. 여기에 이끼폭포 안내판도 있으니 이 마을길로 끝까지 들어가면 시멘트 공장을 지나 이끼폭포 등산로 앞에 닿는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가 불가능하다. 도계읍에서 택시를 타면 되겠지만, 택시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3만원 이상 각오할 것.
도계는 삼척과 태백에서 시외버스가 간다.

미인폭포  뻥 뚫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시원한 미인폭포는 특이한 역암층의 절벽을 타고 흘러 내린다.
▲ 미인폭포 뻥 뚫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시원한 미인폭포는 특이한 역암층의 절벽을 타고 흘러 내린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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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내려가야 볼 수 있는 비경의 폭포, 미인폭포 

백두산에서 산줄기가 시작하여 한반도의 등뼈를 타고 내려온 웅장한 백두대간이 강원도 남부에서 좌측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지점, 우리나라의 대표적 강이라 할 수 있는 한강과 낙동강, 두 강이 발원하여 흘러나가는 고원 지대에 태백시가 있다.

이 태백시내에서 동쪽 산길을 따라 5km 정도를 가면 통리가 나온다. 통리에서 동쪽으로 꺾어져 신리 방면 427번 지방도로를 타고 1.5km만 가면 강물의 침식으로 형성된 기이한 협곡과 별난 전설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미인폭포이다.

이 미인폭포는 특이한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폭포를 보기 위해서 걸어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산중 폭포를 보려면 산속으로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이곳은 도로가 산 정상 부근으로 이어지고 있어 차에서 내린 다음 오히려 500m 정도를 걸어 내려가야 볼 수 있는 드문 폭포이다(약 20분~30분 소요).

또 하나의 특징은 미인폭포라는 이름이 붙은 폭포의 희한한 전설이다. 높이 약 30m의 바위 절벽을 타고 내리는 이 폭포는 아래쪽에서 보면 위로 시야가 트여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장관을 맛볼 수 있다. 이 폭포가 미인폭포가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한다.

미인폭포 통리협곡이라는 지형에 한 점을 찍는 비경의 폭포. 차가 지나는 도로가 워낙 높아 걸어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폭포이다.
▲ 미인폭포 통리협곡이라는 지형에 한 점을 찍는 비경의 폭포. 차가 지나는 도로가 워낙 높아 걸어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폭포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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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 태백 지역에 대단히 아름다운 미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자신과 어울리는 짝을 도저히 만날 수 없었고, 자신이 설정한 이상형을 만나길 바라며 꾸준히 기다렸다. 물론 수많은 남성들이 그녀에게 청혼하고 귀찮게 굴었지만, 그녀는 이를 허락하지 않고 인내심으로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가다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이상형의 남자를 보게 되었고, 이에 너무 기뻤던 그녀는 그 남자에게 그 자리에서 청혼을 했다. 그런데 그 남자 왈, "할머니, 지금 누굴 놀리시는 건가요? 거울 좀 보세요"라고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이에 놀란 그녀는 폭포 아래의 물에 자신을 비추어 보았고, 그때서야 자신이 너무 나이가 들었음을 깨달았다. 절망한 그녀는 그 폭포 위에서 치마를 상체에 뒤집어쓰고 아래로 떨어져 자살하고 말았다. 그 직후 정말 그녀가 원하던 이상형의 남자가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말을 타고 태백으로 들어오다 자살 소식을 전해 듣고 그 자리에서 말과 함께 굳어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폭포가 물이 많아지면 물 떨어지는 모양이 여인이 치마폭을 뒤집어쓴 형상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전설인 듯싶은데, 그럴듯하다(미인폭포의 전설은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전해지는데, 이 전설이 가장 원형이다).

미인폭포 내려가는 길  만만치 않은 길이므로 등산 준비에 준해서 준비하고 가야 한다.
▲ 미인폭포 내려가는 길 만만치 않은 길이므로 등산 준비에 준해서 준비하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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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전설이 많은 이 땅에 이만큼 특이한 전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이 전설은 인생의 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또한 빼어난 협곡과 폭포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전설이라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오히려 그녀가 측은하다는 감상까지 일어난다.

고단한 삶을 지탱하는 것은 꿈과 희망이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렇듯 실현되지 못하는 비극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닐까. 동서고금을 막론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풍부한 시사성을 주는 이 전설에 녹아 있다. 

해발 약 700m 안팎, 신생대 백악기에 퇴적된 역암층이 물에 의한 심한 단층작용으로 약 270m 깊이로 패여 나간 통리 협곡, 전체적인 색조가 붉은색을 띠고 있는 이 협곡에 포인트로 자리 잡은 멋진 미인폭포. 흐리거나 안개가 많이 낀 날 보면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이 깊은 협곡과 폭포는 멀리 삼척 쪽을 향하고 있어 전망도 장쾌하다.

통리 협곡  수많은 책을 쌓아올린 듯한 역암층의 협곡.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이다.
▲ 통리 협곡 수많은 책을 쌓아올린 듯한 역암층의 협곡.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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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인폭포와 폭포가 자리한 통리 협곡에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말을 듣고 실제 현장에 와보면 그 작은 규모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지질학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고 하여 이렇게 과장된 표현을 하면 실제 협곡의 본질이나 아기자기한 특성을 놓치게 된다.

통리 협곡은 강원도 남부와 경상북도 북부 일부에 걸친 큰 규모의 카르스트 지형 안에 나타나는 특이한 역암층의 협곡 지형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처럼 긴 콜로라도 강을 따라 사암층이 광범위하게 침식을 받아 형성된 지형은 아니다. 도저히 비교하거나 비유할 만한 규모도 아니고 특성도 다르다.

습관처럼 많은 이들이 여기저기에서 수식어로 붙이며 한국판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반복하는데, 제발 그 거대한 그랜드캐니언을 여기에 끌어들이지 말자. 오해와 실망만 더욱 커진다.

통리 협곡 원경  협곡 건너편 산줄기 38번 국도변에서 바라본 통리 협곡의 모습. 보호해야할 특이 지형이다.
▲ 통리 협곡 원경 협곡 건너편 산줄기 38번 국도변에서 바라본 통리 협곡의 모습. 보호해야할 특이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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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 요즘처럼 수시로 비가 오는 시기에 비온 뒤 하루 이틀 뒤에 가면 시원한 폭포의 절경을 대할 수 있다. 오르내리는 길이 그리 편하지는 않으니 등산에 준해서 복장을 준비한다.

* 정비된 주차장이 없고 주차 공간도 넉넉지 않다. 10대 정도 수용
아직 본격적인 개발이 안 된 곳이라 인위적인 시설이 없으므로 주변에 숙박, 음식 등 편의시설이 없다. 따라서 폭포에 내려가기 전에 미리 마실 물이라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 가는 법
자가용으로는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이용, 제천-영월-사북을 거쳐 태백에 이른다. 미인폭포는 태백시내에서 동쪽 산을 넘어 통리로 간 다음 통리에서 427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1.5km만 가면 좌측으로 입구가 보인다. 적당히 주차해 놓고 내려갔다 오면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태백버스터미널에서 호산행 버스를 이용하면 미인폭포 입구에 닿을 수 있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다면 통리에서 택시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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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여행작가, 문화유산 답사 전문가. 개인 저서 6권. 공저 다수. 여행을 삶의 전부로 삼아 나그네의 길을 간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