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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장 등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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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5월 24일 오후 8시 24분]

"법무부는 아까 태아가 말이 없다고 했지만, 그동안 여성의 목소리도 없었습니다."

현직 산부인과 의사가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에 나와 법무부를 비판했다. 전날 법무부가 변론요지서에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적어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24일 오후 헌재 대심판정.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공개변론은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 정아무개씨가 낙태죄로 재판을 받다 낙태를 한 여성(269조 1항)과 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해 처벌하는 (270조 1항) 형법 조항에 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이뤄졌다. 

이날 변론엔 산부인과 전문의인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와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청구인 쪽, 법무부 쪽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법무부 "태아 나약한 존재" 주장하자, "여성 입장도 다르지 않다"며 일침

고 이사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 의견을 개진하려 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여성은 낙태가 범죄화되고 사회적으로 살인이라는 낙인으로 소외되고 위축돼왔다. 그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태아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며 "의사 입장에서 '안전한 낙태'로 논의 중심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가 변론 초반에 "태아는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이 없고, 우릴 향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굉장히 나약한 존재다. 태아는 단지 심장 소리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할 따름"이라고 주장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고 이사는 "여러분은 의료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며 얘기를 꺼냈다.

"우린 낙태를 한다고 하는 산부인과는 없다. 그럼 여성들이 낙태원을 찾아 헤매는 사이 시간이 지체돼 임신 주 수가 늘어난다. 자기가 왜 낙태를 해야 하는지 절실한 이유를 소명해야 하고, 수치심 싸움을 감내해야 한다… 의사는 비밀유지를 조건으로 하며 현금거래를 하고 의무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배우자나 남자친구의 동의를 요건으로 한다. 이들이 (의사를) 추후 형사고발할까봐 그걸 방지하려는 요식행위다."

그는 "낙태죄 조항을 폐지하고, 논의 패러다임을 바꿔 모체, 여성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법리로 재정비하길 제안한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법무부 참고인 "저도 이쪽 참고인으로 선정돼 놀랐다"

법무부 쪽 참고인으로 나온 정 교수 또한 낙태죄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임신 12주를 기준으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청구인 쪽의 예비 청구 의견과 같았다.

정 교수는 "낙태죄 위헌여부는 우리 현실을 모른 채 탁상공론할 문제가 아니다. 낙태 현실 전반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낙태죄 규정은 위헌이 아니지만, 출산이냐 낙태냐는 문제는 제3자나 국가가 강요할 수 없다. 모자보건법 14조에서 윤리적 적용 사유를 조금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이 "청구인 쪽 참고인과 비슷한 진술을 해서 놀랐다"며 웃자, 그는 "저도 이해관계인 측(법무부) 참고인으로 선정돼 놀랐다. 소신은 굽힐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이해관계인이 (낙태죄 처벌 조항이) 위헌은 아니지만, 개선할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데 그 부분은 저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낙태죄 처벌에 남성 포함되지 않는 건 병역 의무와 같은 이유"

법무부 측은 합헌을 주장했다. 법무부는 "태아는 어머니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격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태아에게도 생명권의 주체성이 부여된다"며 "태아의 생명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으로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선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여성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4일 오전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여성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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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요지서로 논란에 휩싸였던 법무부는 공개변론에서 '병역' 얘기를 꺼냈다. 조 재판관은 법무부 측에 "남성은 임신과 출산에 부담이 없는 반면 여성은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낙태죄 조항엔 남성처벌 조항이 없어 성차별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법무부 측은 "그렇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이라는 게 결과적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며 "일부 남성이 병역 의무를 얘기할 때 비슷한 목소리를 냈던 것 같다. (남녀 생물학적으로) 신체조건이 달라 법도 달리 정해지는 건데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이 기적이라고 찬양될 수 있나"

청구인 측은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려야 지금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김수정 변호사는 "법무부는 자유로운 성행위 운운하며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에 대해 성행위를 즐길 뿐 책임지지 않는 여성으로 묘사했다"며 "성관계 주체 남성은 무엇을 감당하나. 여성이 출산하면 동등하게 양육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는 태아 생명이나 임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구조절을 위해 낙태를 조절해왔다. 법무부는 의견서에 임신과 출산은 가히 기적이라고 표현했다"며 "한국사회 현실에서 여성 임신과 출산이 과연 생명 탄생이라는 이유로 '기적'이라고 찬양될 수 있느냐. 기적이라기보다는 천형이라고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진성 헌재소장이 "남성이 동등하게 양육했느냐는 질문엔 마음이 상당히 찔린다"고 말해 일부 방청객들이 웃기도 했다.

이날 변론은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헌재는 청구인과 이해관계인 측 주장, 참고인들의 의견을 들은 걸 바탕으로 사건을 심리해 위헌 여부를 판단한 뒤 선고할 예정이다. 이 소장은 "선고기일은 따로 정해 알려드리겠다"며 변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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