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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튜버의 먹방
 한 유튜버의 먹방
ⓒ 윤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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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혁명시대에서 출발하여, 우리는 정보의 끊임없는 발달을 통해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비용 없이도 쉽게 인터넷을 통해 방송의 제작자가 될 수 있다. 이를 1인 미디어 혁명 시대라 한다. 인터넷 방송은 1인 미디어 서비스로서, 아마추어인 일반 대중들도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존재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인터넷 방송은 그 자체가 하위문화이면서 하위문화들이 공유되는 통로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위문화란 전체 문화 내부에서 독자적 특질과 정체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소집단의 문화이다. 여기서 소집단은 특정 계층, 세대, 직업, 종교, 인종 등 다양한 범위들로 구성된다. 하위문화는 비주류, 이질적 문화, 주류문화의 정당성에 도전하는 문화 등의 특징적인 양식을 지니면서도 한 사회 내에서 문화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만드는 역할도 수행한다.
            
현재 국내‧외에는 팟캐스트,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들은 게임, 먹는 방송(일명 먹방), 더빙, 애니메이션, 그림, 음악, 토크, 교육 등 다양한 종류의 하위문화 요소들을 콘텐츠의 소재로 삼아 방송한다. 사람들은 인터넷 방송인이라 불리는 BJ가 되어 방송 플랫폼을 통해 쉽고 자유롭게 방송을 생산하고 수익을 얻으며, 시청자들은 다양한 콘텐츠의 방송을 시청하고 소통하여 방송을 통한 즐거움을 얻는다.

그 중, 청소년은 청소년문화를 형성하는 집단이자 인터넷 방송에 가장 접근성이 높은 집단으로서 하위문화를 구축한다. 이들은 '눈 뜨면서부터 눈 감을 때까지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디어 사용 횟수가 잦고 사용하는 시간이 많다. 주로 스마트폰, 컴퓨터와 같은 미디어를 이용한다.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보며,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과 대화하거나 사이트의 링크를 걸고 그 내용을 공유한다. 또, 컴퓨터로 게임, 아프리카 TV 등 원하는 채널을 접속하여 여가생활을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앱 평균 시간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은 유튜브이다. 유튜브는 수많은 인터넷 방송이 존재하는, 인터넷 방송의 대표적 예시이다. 예컨대 최근 콘텐츠의 트렌드는 먹방이다. 먹방은 음식을 먹는 모습이 담겨있는 영상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극대화한 음식 관련 콘텐츠이다. 이는 음식의 맛에 집중하기 보다는 뚜렷한 색감과 과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해 보는 이의 식욕을 자극하는 푸드포르노의 대표적인 예이다.

먹방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함께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눴지만 요즘 들어 가족들과도 함께 밥 먹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이런 현대인들이 방송 속 먹는 장면을 보면 마치 이들과 함께 한 상에 둘러 앉아 먹는 듯한 대리충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먹방을 시청하며 대리만족하고 혼자 밥 먹을 때 느끼는 외로움을 덜기 위한 것이다.

ASMR(자율감각쾌락반응)과 같은 힐링 방송도 큰 인기를 끈다. 콘텐츠의 소재는 사각사각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등이다. 청소년들은 이를 통해 학교나 학원 등 일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즉 ASMR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등의 감각적 경험을 하고 수면 장애를 해결한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 TV 또한 300만이 넘는 이용자가 존재하는 대표적 인터넷 방송의 예시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 TV의 주 사용자는 10대 20대의 남성 청소년층이 많으며, 주 컨텐츠는 자극적이고 오락적인 일차원적이며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예컨대 스포츠, 게임, 먹방, 선정적인 제목과 사진을 통하여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이익을 얻는 방송인 벗는 방송(일명 벗방), 신체를 이용하여 엽기적인 행위를 하는 방송 엽기방(일명 엽기방)이 있다.

이러한 인터넷 방송의 특징으로는 이들이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현실이 다시 인터넷 방송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청소년들은 미디어에 노출이 쉬운 세대인 만큼 미디어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여러 하위문화 요소들을 개방적으로 수용할 뿐만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측면에서 이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현실이 '하위문화'적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컨대 아프리카 TV에서 BJ는 별풍선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별풍선은 현실에서 금전으로 바꿀 수 있는 아프리카 TV의 가상화폐로, BJ가 시청자에게 별풍선을 선물 받으면 말이나 행동으로 나름의 리액션을 취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오락적 요소이자 하나의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이 리액션을 따라하면서 서로 간의 연대의식을 만드는 요소가 된다.

시청자들은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곳에 모인 시청자들과 떠들며 이를 따라하고, 즐기며 공유하고, 다른 온ㆍ오프라인 공간에서 패러디 등을 통해 언어문화를 재생산한다. 대표적으로 한 BJ의 리액션인 'ㅇㅈ(인정)', 'ㅇㄱㄹㅇ(이거 리얼real)', 'ㅂㅂㅂㄱ(반박불가)', 'ㅃㅂㅋㅌ(빼도박도못하는)' 등은 온라인 배달 어플 리뷰, 게임고객문의, 입시 정보 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 어디에서나 출현하게 됐다.

또한, 주된 시청자가 10대 남성층이었던 만큼, 오 프라인에서 남학생들의 담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일간베스트(아래 일베)에서 사용되던 단어들이 채팅창에 섞여 들어온 경우이다. 일베는 하나의 하위문화집단이지만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비윤리적 언행을 일삼으며 부정적인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다. 청소년들은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며, 일베 용어인지 아닌지를 떠나 일단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기에 일상에서도 사용한다. 그 후 단어의 출처가 일베에서 왔음을 알게 되고, 일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덜해지며 높은 접근성을 보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세월호, 5·18 등에 관련하여 단어와 어투를 다양하게 변형하는 하나의 놀이로서 확산된 것이다. 예컨대 일베는 바다에 빠져 숨진 세월호 희생자들을 빗대어 조롱할 때 어묵이라는 은어로 사용하였다. 이에 윤수황 노무사는 "일베사이트가 본질적으로 유머사이트기에 청소년이 합리적인 논의의 과정보다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을 먼저 배운다"라 하며 청소년들이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단어와 혐오적 분위기의 문제는 단순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향유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이 형성한 하위문화는 더 상위적인 문화, 즉 대중매체에서 표방한 1인 미디어 문화가 다시 역으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것에 관한 문제는,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이를 잘못 사용한 것을 통하여 쉽게 알 수 있다.

소위 먹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한 연예인이 어묵을 먹는 장면을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뉴스 속보 형식으로 편집하여 내보냈다. 그런데 뉴스 앵커 뒤에 모자이크 처리 된 장면이 바로 세월호 침몰 당시의 보도화면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국가적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세월호 사건의 보도화면을 예능에서 웃기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당 장면을 연예인이 '어묵'을 먹고 있을 때 사용했기 때문이다. 방송사 측은 제작진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방송 3사의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1인 미디어와 청소년 문화가 단순히 하위문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일상과 언어 측면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 문화 속의 대중은 여러 하위문화를 마주하며 내집단화 한다. 이는 하나의 하위문화에 속하여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위문화의 내집단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위문화 집단 구성원끼리 생산하고 향유하는 언어·문화·음악 등이 일반 대중에게도 확산되고, 향유하면서 친숙해져간다면 내집단이 되는 것이 된다. 마치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한 개의 논문을 보고 그와 연관된 참고문헌들을 파도 타듯이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전체 문화 속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하위문화를 형성하면서 이를 일반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확산 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다. 이러한 청소년 하위문화를 대중이 향유하는 과정에서, 대중은 하위문화에 점차 친숙함을 느껴 깊고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어 고착화 될 수 있게 한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은 아프리카 TV,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방송 곧 1인 미디어 서비스를 시청하고 그들을 전파하는 단순한 하위문화의 형성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논리적이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수용자가 되어 전체문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하위문화 형성자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태그:##유튜브, ##1인미디어, ##청소년, ##하위문화, ##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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