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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인들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
-크리스티안 모겐슈탄

시인은 인류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네,
안 그러면 그는 아무 의미 없는, 그저 몸짓으로만 남으리니.

나는 현실을 즐긴다네!
이는 상상력의 원천이니.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요즘, 합리적 근거는 사라지고 정치적 의도로만 그럴싸하게 꾸며진 가짜뉴스가 난무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짜뉴스를 바로 잡기 위한 팩트체크가 언론의 빠지지 않는 한 꼭지로 자리 잡았고,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각종 매체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팩트체크를 다시 한 번 더 적극적으로 체크한다.

심지어는 가짜댓글 혹은 댓글 조작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가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뉴스 내용 그 자체뿐만 아니라 뉴스 유통 과정의 진위 여부까지도 의심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너무 당연한 도덕원칙을 잣대로 우리 사회를 논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차라리 참말과 거짓말의 경계를 어떻게 그어야 할지, 혹은 그 경계를 중립적으로 그을 수 있기나 할지에 대한 논의 정도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진실을 말함으로써 그 시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시인과 거짓말 사이의 역설적 관계를 다룬 시를 한 편 읽어보자. 독일 시인 크리스티안 모겐슈탄(Christian Morgenstern, 1871-1914)의 시 "그런데 시인들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Aber die Dichter lügen zu viel.")"는 1898년에 출간된 그의 시집 <나와 세계(Ich und die Welt)>에 수록되었다.

그의 시가 대체로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 시에서는 제목에서부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그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의 한 문장을 따옴표까지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점은, 시인들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 시를 쓴 모겐슈탄도 시인이고, 이 문장의 원래 주인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도 본인을 시인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자신의 주장을 별 성과없이 전면 부정당하게 되는 위험 속에서도 이러한 도발적인 주장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그렇게 말했다> 제2권 시인 편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을 포함한 시인들이 아는 게 너무 적지만 쉽게 배우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마도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겠지만, 배움이 적고 아는 게 별로 없다보니 시인들은 현실에서 보고 듣는 것들을 미처 심사숙고하지 못한 채 이 세상에 거짓말로 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제4권 더 높은 사람들 편에서는, 진리를 원하는 대중들에게 오히려 배움에 대해 경계하면서, 근거를 따져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몸짓에 현혹되어 자신이 뭔가를 배웠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오히려, 진리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이 어떤 착각 혹은 오류와 싸우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참인지 안다는 건, 동시에 정확히 무엇이 거짓인지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엇이 거짓말인지도 몰라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건 자랑할 만한 게 아니라, 진리를 알지도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결론에까지 이른다.

모겐슈탄과 니체가 주장한 시인과 거짓말과 대중의 관계 양상을 우리 사회의 각종 매체와 가짜뉴스와 대중의 관계로 한 번 치환시켜 생각해보자. 물론 가짜뉴스가 악의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불완전한 뉴스가 만들어지고 퍼지지만, 진리를 원하는 대중들이 그 불완전함을 끊임없이 지적함으로써 참말에 다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참고문헌 : Morgenstern,C., 1898, "Aber die Dichter lügen zu viel.", 본문 인용된 시는 필자 번역, Ich und die Welt, Schuster & Loeffler. / Nietzsche,F., 1883-85/1994, Also sprach Zarathustra - Ein Buch für Alle und Keinen, Reclam.



태그:#가짜뉴스, #가짜댓글, #거짓말, #니체, #크리스티안 모겐슈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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