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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00개의 기사 등록을 기념해 벗들이 1000원 기금을 후원했다.
 <오마이뉴스> 1000개의 기사 등록을 기념해 벗들이 1000원 기금을 후원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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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페이스북에 촌지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촌지를 받게 되었다. 거부 할 수 없는 '촌지'이다. 지난 4일은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에 1000개의 기사가 올라간 날이기도 했다.

천개의 바람, 천개의 종이학 등 사람들은 숫자 1000에 유난히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숫자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1000이란 숫자가 주는 느낌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제 한고비를 넘기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활력소에서 우연히 <오마이뉴스>에 올린 1000개의 기사 이야기가 나왔다. 활력소에 둥지를 틀고 있는 신은미, 김지영, 신나영,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곧바로 이벤트를 준비했다. 여기에 이동근 사무국장을 비롯한 홍동마을활력소 팀까지 합류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치킨 한 마리 드실래요?"라는 내 제안에 누군가 "왜?"라고 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1000기사 기념이요"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모이 기사'를 통해 당첨된 치킨 쿠폰을 건넬 생각으로 한 말이 일파만파로 번진 것이다.

'촌지'는 치킨 집에서 건네졌다. 신은미 간사가 전달한 하얀 봉투에는 '오마이뉴스 1000호 기념, 애독자 1000원 기금'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상단에는 '1만호를 기원하며'라고 써있다. 언제 이런 봉투까지 준비했을까. 어쨌든 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홍동과 홍성의 일부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잎'이 들어 있었다.

천원 기금을 후원한 벗들. 벗들은 홍동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마을 화폐 잎을 기부했다.
 천원 기금을 후원한 벗들. 벗들은 홍동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마을 화폐 잎을 기부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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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기사를 기념해 1000잎과 1000원 지폐 몇 개를 넣어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촌지 보다는 이벤트 선물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낡고 구겨진 1000잎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귀촌한 이후, 지난 2년 간 경험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사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금처럼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은 오래된 내 꿈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입김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주제를 찾아 기사화하는 것, 그런 자유를 꿈꿨기 때문이다. 단순히 꿈 하나만 쫓았을 뿐인데, 어느새 주변에는 좋은 벗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벗들이 준비해 온 1000 기사 기념 케익.
 벗들이 준비해 온 1000 기사 기념 케익.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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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환경운동를 하고 있는 신은미 활동가는 "내가 사는 곳이 중앙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역에서도 알토란같은 소중한 이야기들이 많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모두 언론을 탈 필요는 없다. 하지만 확산시킬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를 소중하게 다루고 전하는 일도 필요하다. 과거 나의 '펜'은 부당함에 저항하는 용도로 주로 작동했다. 이제는 그 작동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진다.

사실 나이 마흔 다섯 이후부터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 살고 있다. 마흔 다섯 이후의 내 삶은 하루하루가 덤이라고 생각했다. 덤의 인생에서는 무엇을 더하거나 애써 깎아 내릴 것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가 소중할 뿐이다. 물론 좋은 벗들이 곁에 있어 그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벗들이 전한 '1000원 기금'은 홍동에서 차한 잔 마시며 쉴 때, 그 호사로운 날에 여유롭게 쓸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밝히지만, 기자는 이날 1원 미만의 애독자 기금을 받았다. 하지만 술값은 1000기사 기념으로 전액 기자가 부담했다. 사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컸다.



태그:#오마이뉴스 1000기사 ,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 #홍동마을활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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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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