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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이민 생활은 독일에서의 한국인 이민 생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육아, 생활, 회사 문화 등을 재미있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팀원이 아프면 일 못시키는 독일 회사 문화
 팀원이 아프면 일 못시키는 독일 회사 문화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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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건강'은 독일에서 최우선입니다. 일을 하다가 기침 몇 번 콜록콜록만 해도, 몸이 안 좋아서 일을 못하겠다고 집에 가는 직원은 이제 더이상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제발 일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라는 상사의 말도 이제 더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처음 이런 모습을 보았을 때는 신기했습니다. 독일 회사가 근무 환경이 좋다고 들었지만 이거는 상상 이상이었거든요. 한국에서 7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고 독일 이민 온 저에게는 정말이지 문화 충격 자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몸살이 걸렸더라도 정해진 기한 내에 일을 끝내야 했습니다. 약을 먹고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어떻게든 가서 일을 하곤 했는데...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일 회사에서 일한 지 1년 8개월째 되는 지금, 아파서 쉬는 건 문화 충격이 아닙니다. 그만큼 독일에서는 직원의 건강을 팀의 실적보다 우선시 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급한 회의가 잡혀 있고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자리라도 아프면 회의를 취소하고 다른 날짜로 변경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있어요. 그렇다고 그 일을 다른 직원이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회사가 굴러가는 게 정말 신기할 정도였죠.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든 독일 의료 시스템도 그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는 아파도 병원 예약을 잡으려면 최소 2~3일 정도는 기다려야 갈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단순 감기로 병원을 가도 의사가 별다른 약을 처방해주지 않아요.

열이 39도 이상은 되야 해열제를 처방해주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3일 동안 푹 쉬면 감기와 몸살은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화 때문에 독일에서는 따뜻한 차와 감기 캔디 같은 것이 발달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독일에서는 감기에 좋은 여러가지 종류의 차를 DM 같은 드럭 스토어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어요.

감기에 걸리면 출근 안 하고 집에서 쉬는 독일 직장인
 감기에 걸리면 출근 안 하고 집에서 쉬는 독일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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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직원은 휴가를 쓰지 않고도 3일까지는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되며 주로 이 기간 동안 따뜻한 차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편입니다. 때로 3일 이상을 쉬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담당 주치의에게 진단서를 요청합니다. 그러면 1주일 이상 휴가를 쓰지 않고도 쉴 수 있습니다. 이 진단서는 담당 주치의 판단하에 작성되는 것으로, 이 직원을 알하지 못하게 하도록 회사에 쓰는 편지 같은 것이죠.

항생제와 해열제를 먹어가며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하는 한국 직장인들에게는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네요. 출근하더라도 100퍼센트의 업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일을 하기 십상인데 말이죠. 독일 회사에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나가면 상사에게 꾸지람을 받는 경우도 봤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그것은 100퍼센트 컨디션이 아니면 일을 100퍼센트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왜 우리는 이 간단한 원리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항생제와 진통제, 해열제 등을 먹어가며 꾸역꾸역 일할 수밖에 없는 한국 노동자들은 어찌보면 본인의 몸을 혹사시키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근로자의 건강과 권리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아무리 직장 내 상사라도 내 건강 관리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해외 출장 중에 감기몸살로 독일로 돌아오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그것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한 상사도 없었으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제 팀 중에 어떤 신입직원은 입사한 지 3개월 정도 밖에 안 되었을 때 어깨 통증으로 병원 통원치료와 입원 치료를 3개월 정도 한 적 있습니다. 당시에도 3개월간 월급이 다 나오고 그 일을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독일은 건강보험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따로 실비보험이 없더라도 건강보험에서 치료비, 입원비, 수술비를 거의 다 커버해줍니다.

아프면 푹 쉬고 다음날 출근하는 독일 직장인
 아프면 푹 쉬고 다음날 출근하는 독일 직장인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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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술 후에도 몸이 정말 안 좋으면 1주일에 4일 출근하고 나머지는 홈오피스 대체 하는 제도도 독일 회사에서는 시행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1주일 4일 계약으로 변경하여 그만큼 적게 받고 4일만 일하는 계약도 중간에 할 수 있습니다. 아파도 굶어죽을 걱정은 안해도 되는 나라랍니다.

이렇게 직원들의 건강을 신경쓰고, 아파도 일을 대신해주지 않는데 독일은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을까요?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많은 나라가 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합니다. 그 정답은 무엇일까요? 저도 아직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


태그:#독일 회사, #독일 이민, #독일 직장인, #독일 회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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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독일의 신기한 문화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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