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바른지역언론연대

관련사진보기


"베트남엔 떡 없어요. 사람들 떡 안 먹어요. 그런데 저는 떡 맛있어요"라며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경남 함양군 안의면 소재지 중심인 축협사거리에 여느 떡집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종로떡집 안주인 이가영(34)씨다. 가영씨는 고향이 베트남인 결혼이주 여성이다. 베트남 이름은 '부이티민흐'라고 한다.

그녀는 지난 2005년 함양군이 주선한 국제합동결혼식을 통해 안의가 고향인 조용석(48)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녀는 남편의 고향 안의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벌써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결혼 초기에는 한국말을 할 줄 몰라 많이 힘들었다"는 그녀는 지금은 어려운 게 하나도 없다며 떡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단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관련사진보기


그녀의 말처럼 베트남엔 떡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안의로 시집온 지 1년 뒤 떡 방앗간에 취업해 떡 만드는 일을 도왔다. 가영씨는 "사장님이 가끔 떡 만드는 기술 가르쳐 줬어요. 그런데 다 가르쳐 준건 아니에요"라면서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을 따라하면서 스스로 익힌 것이 더 많다"고 솜씨를 뽐낸다.

이씨는 손맛만 야무진 게 아니라 눈썰미도 타고난 모양이다. "한번 보면 무엇이던 따라 할 수 있다"는 그녀는 한국에 시집오기 전까지는 떡을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떡집에서 일하며 조금씩 익히고 어깨 너머 배운 기술로 4년 만에 떡집을 차렸을 정도로 떡 만드는 데 탁월한 소질을 가졌다.

그녀는 새마을금고 인근에 점포를 빌려 떡 방앗간을 차렸다.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시어머니도 떡집 일손을 도왔다. 직장생활을 하던 남편 조씨도 직장을 정리하고 떡방앗간 일에 합세했다. 온가족이 열심히 일한 덕에 5년 동안 제법 돈도 많이 모았다.

그동안 모은 돈과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며 저금했던 돈 등을 모두 모아 안의의 요지인 축협사거리 지금의 자리 건물을 매입해 방앗간을 옮겼다. 자금이 모자라 일부는 빚을 내긴했지만 건물주가 됐다. 이곳으로 떡 방앗간을 옮긴 지도 3년이 됐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관련사진보기


그녀가 떡과 함께한 세월도 어느덧 12년이 다. 그녀가 만드는 떡의 수도 40여 가지나 된단다. 손송편, 팥시루떡, 계피인절미, 콩인절미, 흰백설기, 꿀백설기, 흑미백설기, 영양떡 등등 막힘이 없다. 요즘 같은 봄에는 쑥으로 만드는 떡들이 인기라고 한다.

종로 떡집이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를 묻자 "맛있게 만들기 때문이다"며 쿨하게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베트남에서 시집와서 고생한다고 예쁘게 봐주시는 할머니 단골손님이 많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나이 많은 분들은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달게 떡을 만들고 젊은 사람들은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덜 달게 만든다"며 연령대에 따라, 손님의 취향에 따라 맞춤형 떡을 만든다고 나름의 비법을 공개했다.

그녀는 새벽 4시반에서 5시쯤 떡집에 나와 주문 받은 떡을 만든다. 오전 7시나 9시까지 주문한 떡을 만든 뒤 오전에는 그날 판매할 떡을 만든다. 남편은 배달과 아내가 떡을 만드는 동안 손님들에게 떡을 팔기도하고 방아 찧는 일을 한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관련사진보기


"빚도 다 갚고 이제는 아무 걱정이 없다"는 그녀. 그러나 올해초 자신의 든든한 후견인이자 조력자이던 시어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명절이면 시어머니와 보름 동안 밤낮없이 일해야 주문 떡을 맞춰 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라 꼬박 한달은 일해야 할 것 같다"며 걱정한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나 지금이나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로지 떡 만드는 일만 한다"는 그녀는 "시어머니가 하시던 가사 일을 이젠 남편이 다해준다"고 은근히 남편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남편은 무뚝뚝해 손님들한테 잘 못한다"며 간혹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넘쳤다.

<저작권자 © 주간함양,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주간함양>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269- 안의 종로떡집 이가영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전국 34개 시군구 지역에서 발행되는 풀뿌리 언론 연대모임입니다. 바른 언론을 통한 지방자치, 분권 강화,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활동합니다. 소속사 보기 http://www.bj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