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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명: 영어독서 교실로 가져오기

지방 사립중학교에 근무하며 일주에 한 번 수업 시간에 반강제로 실시하였던 영어독서가 훌쩍 4년을 넘겼습니다. 졸업생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였다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학생들은 독서 안 해서 홀가분하다고 합니다. 영어회화전용 강사 신분으로 자유학기제를 담당하고 교육청 공모 UCC 창작대회에 서너 번 출전하였던 경험을 배경으로 4년간 실시하였던 영어독서 교실 수업 현장리포트를 서너 차례 나누어 담아볼 생각입니다.

같은 기간 야간 교육대학원에서 정교사 2급 자격증과 석사 논문이 통과되었고 이후 연이어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영어독서 관련 현장연구 논문을 준비 중이지만 영어 교육학 석·박사 과정에는 영어독서에 대한 강좌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영어 교육학 석·박사 커리큘럼은 영문학·영어학·영어 교육학이 주류를 이룹니다. 영어독서는 문학에 속할까요, 아니면 영어 교육학 과정에 강좌가 있을까요. 실망스럽지만 우리나라 영어 교육학 분야에는 영어독서 전공자가 없습니다. 따라서 개설된 강좌도 없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하여도 영어독서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다양한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 상당한 정도의 이론가들과 학자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연구는 양적인 측면에서도 비교가 어렵고 질적인 면에서도 일부 대학교수가 중심이 되어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실제 초·중·고등학교에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는,

문제점 1. 대학교수는 자신의 수업에서 영어독서 강좌를 스스로 구성 및 활용할 수 있으나 초·중·고등학교는 교사들의 재량으로 영어독서를 수업하기가 불가능한 구조

문제점 2. 입학시험이 최종 목표인 우리 교육 여건에서 성적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영어독서를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에 학교 당국 및 학생·학부모의 저항이 대단함

부적합한 수업 환경

먼저 영어독서를 시작한 배경을 언급하기 전 학교, 구체적으로 교실 환경을 먼저 언급하고자 합니다. 부모님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녀가 학교에 가면 수업 시간에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적인 수업의 요소는 어떤 것인지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정상적 수업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선생님은 잘 가르쳐주시고 학생들은 떠들지 않고 열심히 집중하여 수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20명인 학급에서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전제인지 나열해 보겠습니다.

실력도 있으시고 열정적이며 준비가 철저한 교사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있는 학생
수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교실 환경

그러나 현실은 차이가 큽니다. 현장에서 관찰한 내용으로 대비해 보겠습니다.

1. 교사는 교재연구보다 학교행정 업무에 더 시간을 빼앗김
2. 선행학습과 멀티미디어의 발달로 교사에 대한 학생 의존도는 바닥 수준
3. 학생 개인별 수준 차이가 너무 커 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것이 불가

교실 수업 진행 패턴

교사들은 어김없이 노트북 컴퓨터를 교실에 있는 모니터랑 연결하고 난 다음 수업을 시작합니다. 노트북에 내장된 교과서 관련 프로그램은 교사가 클릭만 해 주어도 아무 탈 없이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교사보다 발음도 훨씬 더 좋은 듣기와 말하기 수업이 모니터를 통해 진행되고 본문 내용에 대한 어휘, 해석 심지어 응용문제도 한 번 클릭으로 모두 해결됩니다. 학생들이 모니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화로운 수업입니다.

20명 남짓한 학생들을 관찰해봅니다. 제일 뒷자리에 앉은 4~5명 정도의 학생들은 엎드려 자거나 교과서를 펴지도 않은 채 다른 행동을 합니다. 무엇을 그리기도 하고 종이를 접기도 합니다. 아니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구와 잡담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방해합니다. 영어 실력이 좋은 OO이는 책상 위에 어학원 교재를 늘어놓고 학원 숙제를 합니다. 그 두 집단 사이에 있는 소수의 소위 말하는 착실한 학생들이 수업을 피동적으로 따라올 뿐입니다.

어학원 숙제를 하는 한 두 명의 학생들을 수업에 강압적으로 참여시키면 교실은 바로 수업이 진행될 수 없을 정도로 방해를 받습니다. 자리를 이탈하고 옆 친구와 다투는가 하면.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합니다. 선행학습이 수년 진행되어 수업 시간에 배울 게 없다는 식이지요. 잠을 자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은 대부분 헛수고가 됩니다. 수업내용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몇 년은 이미 과정에서 쳐진 학생들입니다. 영어교실은 한 학급에 이미 5년 이상의 학력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입니다.

신선한 일탈 – 영어 연극

영어 교수·학습법 중 소위 뜨는 방법 하나가 영어 연극입니다. 다양한 연극 활동을 교실로 도입하여 협동학습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해가는 현대식 수업 방식을 일컫습니다. 일주에 한 번 실시한 영어 연극 수업은 그 목표를 창작 UCC 제작으로 삼고 결과물을 교육청에 제출하는 방식을 취한 프로젝트 수업을 기반으로 합니다.

학교를 대표한다는 명분과 연극을 위해서는 상위권 학생들이 필요하다는 동의하에 수준별 학급 편성을 통해 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상"반 학급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어 연극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놀이의 장입니다. 유일하게 상위권 학생들이 어학원 숙제를 하지 않고 재미있게 참여하여 자신의 선행학습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가 제공된 것은 긍정적 측면입니다. 교사의 통제권 아래로 오랜만에 들어온 상위권 학생들은 정규수업에서도 그런 관계를 스스로 유지하였습니다. 사설학원에서는 할 수 없는 건강한 사제관계가 형성되는 계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중하위권 학생들, 연극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하여도 역할이 미진하여 자발적으로 소극적으로 밀려나거나 구조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상실되는 학생들입니다. 연습마다 소품을 준비하는 스태프 학생들에게 영어학습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진행 시키기에는 솔직히 역부족이었습니다. OO이는 연극반 총무를 맡고 열심히 살림을 살았습니다. 수상 장면에서는 단역을 맡아 고개도 끄덕이고 카메라가 뒷모습을 잡아주기도 하였으나 연극 전·후를 비교하여 달라진 긍정적인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연극은 상위권 학생들에 유리하였고 하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유쾌한 대안 - 영어독서의 매력에 빠짐

1년간 창작 UCC를 제작하였던 결과를 분석한 결과는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긍정적 요소
상위권 학생 자신감 상승
교실 수업에서 해방된다는 자유 만끽
스스로 참여하는 프로젝트 방식 참여를 통한 스스로 학습 경험 축적

부정적 요소
중·하위권 학생 상대적 박탈감 상존
기회 빈익빈 부익부 발생 – 잘하는 학생은 더 많은 기회가 제시, 못하는 학생은 오히려 교실 수업보다 적은 기회가 제공되기도 함

영어독서 교실 수업 탄생

창작 UCC 연극수업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어독서를 또 다른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어수업 원래의 목표,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여 탄생한 대안이 영어독서입니다.

영어 연극이 상위권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었고 그 결과 자신의 선행학습에 대한 보상적 측면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하위권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 심리를 경험하였습니다. 반면, 영어독서의 순기능은 우선 하위권 학생들을 교실 수업으로 환원시키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속성입니다.

교실 수업 엿보기

중학교 교실 수업은 교과서로 진행됩니다. 학기당 4~5개 단원을 기본으로 4가지 기능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굳이 학교 수업을 따라오지 않아도 이미 3~4년 선행학습 덕분으로 90점 이상을 상회 하는 A등급입니다. 중상위권 학생들은 학원에는 다니지 않으나 학교 수업을 부지런히 따라오고 시험 시간에 조금 공부하는 것으로 80점을 넘겨 A 내지는 B등급을 어렵지 않게 맞습니다.

문제는 중하위권 학생들입니다. 이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시간이 갈수록 학력 격차가 벌어져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영어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영어 포기를 고민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교과서 내용의 극히 쉬운 일부분만을 별도로 정해진 수업 시간에 이런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가르치기도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그렇게 한다고 하여도 평가는 일률적으로 실시되니 결과는 같습니다. 포기자를 양산하는 체계입니다.

다양한 질문

학생 각자의 수준에 맞는 책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요. 영어 독서가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다수의 희망하는 학생들이 참여하여 도서관에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고를 수 있다면 책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책을 고르고 나면 어떻게 독서를 시작합니까. 일주에 몇 권이나 읽는 것이 좋을까요. 읽다가 흥미가 떨어져도 끝까지 다 읽는 것이 좋은가요. 읽고 나면 독후감을 써야 하나요. 영어로 쓰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우리말 독후감이 더 효과적이고 수월할까요. 끝없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떠오를 것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영어독서라는 조그만 통통배에 승선하여 같이 먼바다로 나간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지요.


태그:#영어독서 , #영어연극, #UCC 제작, #교실수업, #선행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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