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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장민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가족은 장씨가 숨지기 직전 잦은 야근과 과도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우울증이 악화됐다고 주장합니다. 36살 젊은 장씨에게 '과로 자살'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겁니다.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는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기획 연재를 통해 한 노동자의 사망에 얽혀있는 이면의 문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과로는 당연히 노동자의 신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매우 유해하다
 과로는 당연히 노동자의 신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매우 유해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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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을 개인의 취약성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은 질병 발생에 대한 생의학적 이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정신의학계에 의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과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개인의 취약성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의 상식과 경험, 수많은 역학적 연구의 결과들은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과로 자살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과로에 의한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 대해서는 그 발생기전이 잘 알려져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구성원들에 의한 수용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된다. 또한, 보상뿐 아니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로 자살에 대해서는 개인의 질병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우리는 보상을 통해 그 원인을 공식화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사회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과로에 의한 정신질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과로 자살이 왜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 과로 자살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과로와 정신건강의 관련성

국내에서 진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한 연구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의 경우 우울증상이 1.62배 (95%CI 1.20-2.18)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¹⁾이때 비교 집단은 주당 40~48시간 근무하는 노동자였다. 일본에서 진행한 연구에선 장시간 노동을 수행한 노동자가 14배 높은 우울증 위험을 보였다.²⁾국내에서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노동시간이 길수록 우울증상이 증가하는데, 비정규직일수록 그러한 양상이 더 심해진다고 분석했다.³⁾

야간노동과 우울증도 관련이 있다. 국내에서 진행한 메타분석(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분석)의 결과는 야간근무를 수행한 집단에서 우울증의 위험이 43% 증가한다고 보고했다.⁴⁾야간노동을 수행할 경우, 호르몬의 변화에 의해 자율신경계통의 교란을 가져오거나, 수면장애를 유발하여 우울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야간노동을 수행할 경우,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더 취약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동일한 노동시간인 경우에도 언제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주말에 근무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노동시간이 동일하더라도 사회적 휴일의 부여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진행한 연구에선, 한달에 4일 이상 주말 근무를 한 경우 남자는 45%, 여자는 36% 우울 증상이 증가했다.⁵⁾교대근무자 뿐 아니라 주간에 근무하는 노동자도 휴일 근무를 얼마나 하느냐가 과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감정노동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2002년에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에서 우울증의 위험을 밝힌 최초의 연구가 있었고,⁶⁾그 이후 소진, 피로,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과 관련한 연구들이 이어졌다. 감정노동의 정도가 높을수록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작업장 폭력을 경험한 노동자가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근로환경조사를 이용한 연구에서 관련 연구가 보고된 이후로, 2015년에는 국내에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폭력 경험의 정도와 우울증상 위험을 평가했다. 이 연구에서 전체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42%가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했고, 이들에서 폭력경험이 없었던 노동자들에 비해 3.26배 높은 우울증상을 보고했다.⁷⁾

우울증 뿐 아니라, 작업장 폭력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자살의 매우 중요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고용형태에 따라, 업무상 사고의 경험에 따라 우울증의 발생이 증가함이 보고되고 있다.

과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회

야근이 일상이고 문화가 되는 것은 더 문제다. 주말에 회사에 나오는 건 당연하고, 새벽에 퇴근한다. 만약 조금 일찍 퇴근해도 술자리에 참석해야 한다. 몇 년간 휴가를 가기도 어렵다. 이렇게 살지 않으면 '불안'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휴가를 가는 건 성실하지 못하거나 자기만을 챙기는 사람처럼 인식된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는 힘은 "그래도 성실"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이 결코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지금의 현실이 바닥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곳을 벗어날 재간이 우리에겐 없다.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그만두지 그랬어? 죽는 것보다 낫잖아?"

죽지 않고서는 그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 각주
1) Kim I, Kim H, Lim S, Lee M, Bahk J, June KJ, Kim S, Chang WJ. Working hours and depressive symptomatology among full-time employees: Results from the fourth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2007-2009). Scand J Work Environ Health. 2013
2) Amagasa T, Nakayama T. Relationship between long working hours and depression: a 3-year longitudinal study of clerical workers. J Occup Environ Med. 2013
3)  Kim W, Park EC, Lee TH, Kim TH. Effect of working hours and precarious employment on depressive symptoms in South Korean employees: a longitudinal study. Occup Environ Med 2016;73:816-822
4) Lee A, Myung SK, Cho JJ, Jung YJ, Yoon JL, Kim MY. Night Shift Work and Risk of Depression: Meta-analysis of Observational Studies. J Korean Med Sci. 2017 Jul;32(7):1091-1096
5) Lee HE, Kim HR et al. Weekend work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Korean employees.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015:32(2):262-9
6) 김수연, 장세진, 김형렬, 노재훈. 서비스직 근로자의 감정노동과 우울 수준. 대한산업의학회지 2002
7) Jung PK, Won JU, Roh J, Lee JH, Seok H, Lee W, Yoon JH.Workplace Violence Experienced by Substitute (Daeri) Drivers and Its Relationship to Depression in Korea. J Korean Med Sci. 2015 Dec;30(12):1748-53.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프롤로그 : '야근 근절' 동생 유언 지키려 1인 시위 나선 언니
① "야근 없는 일터, 제가 동생 유지를 잇겠습니다"
② 출근길, 나는 생각했다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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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형렬 님은 직업환경의학전문의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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