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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목소리.
ⓒ 이김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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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최저임금 되찾게 해 주십시오. 하청노동자 노동조합 할 권리 적극 보장해 주십시오. 3464명 서명을 들고 청와대로 찾아 갑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대답해 주십시오."

경남 거제지역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청지회는 21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464명이 참여한 서명 자료를 들고 청와대로 간다고 했다. 하청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12일, 2017년 잠정실적을 공시했다"며 "그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영업이익 7330억 원과 당기순이익 6699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도 매출 10조 원, 수주 73억 달러를 목표로 하여 역시 수천억 원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을 개정해도, 대우조선해양이 수천억 원의 이익을 기록해도, 대우조선해양 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후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당제 노동자는 일방적으로 일당을 삭감 당했고, 시급제 노동자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 받아오던 상여금 550%를 빼앗겨 버렸다"며 "그래서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제 임금총액은 2017년과 같거나 줄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라 덧붙였다.

하청지회는 "아랫돌 빼서 윗돌에 괴는 방식으로,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서 왼쪽 주머니에 넣는 방식으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당연히 올라야 할 임금을 도둑맞았다"고 했다.

하청지회는 "지난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일어서라 한국조선! 해양강국 대한민국!'이란 방명록을 남기고 조선업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하청노동자는 만나지 않고 돌아간 것에 대한 아쉬움에, 조선소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현실과 목소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하청지회는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도둑맞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 정부와 산업은행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3464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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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낸 호소문 전문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배를 만드는 조선소 하청노동자입니다.

우리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내일 대통령님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로 갑니다. 우리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2월부터 조선소 사내 식당에서, 조선소 문 앞에서 받은 3,464명의 서명을 가지고 올라갑니다. 그 서명에는 조선소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수천만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대통령님에게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전하는 요청이 담겨 있습니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은 7330억 원의 영업이익과 669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수천억 원의 흑자에는 대우조선해양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의 피와 땀이 들어있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 1070원이 오른 7530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야 그나마 조금씩 오르던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그동안 받던 상여금 550%를 없애고 그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상여금을 받지 않는 일당제 노동자들은 말 한마디에 일방적으로 일당을 삭감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랫돌 빼서 윗돌에 괴는 방식으로,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서 왼쪽 주머니에 넣는 방식으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당연히 올라야 할 임금을 도둑맞았습니다.

이같이 편법으로, 불법으로, 탈법으로 최저임금을 도둑맞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단 조선소 하청노동자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통령님은 알고 계시나요? 정부의 핵심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는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무력화되고 있는지 대통령님은 관심을 갖고 계시나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내일 천리 먼 길, 청와대를 찾아가 문재인 대통령님에게 두 가지를 요청하려고 합니다.

첫째, 하청노동자들이 도둑맞은 최저임금을 되찾아 주십시오. 조선소 하청노동자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대우조선해양의 채권단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입니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마땅히 부응해야 합니다. 산업은행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사내하청업체가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줄 수 있도록, 하청업체의 하도급 대금(기성금)을 인상해야 합니다.

둘째,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게 하청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적극 보장해 주십시오.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써 또는 청와대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를 만나서 하청노동자의 노동조합 할 권리를 지지하고 적극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내일 청와대로 찾아가 3464명의 서명을 전달하고,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대통령님의 답변을 요청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의 답변을 꼭 들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청와대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냥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 겨울부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직접 촛불을 들고 "되찾자! 550%" "상여금 원상회복!" "우리도 데모하자!" "노동조합 가입하자!"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하청노동자의 외침을 더욱 확대해, 다가오는 6월부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전면적인 노동조합 가입 운동에 나설 것입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소망합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외칩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마침내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대답해 주십시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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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선소, #하청노동자, #문재인,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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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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