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쓰레기 사태가 끝나선 안 돼!" 왜냐고?

요즘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똘끼'가 충만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그들은 '재활용 대란' 사태가 노동절과 주말,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이 한 두름 굴비처럼 주르르 엮인 황금연휴라도 되는 양 이렇게 고백해대곤 한다.

"아아, 끝나서는 안 돼! 너무 이르다고! 이 사태가 한 달은 가야 한단 말이다..." 

그들은 이른바 '쓰레기 덕후'들이다. 파는 물건마다 족족 과대포장이요, 손사래 치며 거절해도 기어이 비닐에 싸주는 것을 예의로 여기는 사회에서 매몰차게 비닐봉지를 거부하며, 하루하루 자기가 배설한 쓰레기를 늘어놓고 회한의 글을 쓰는 사람들.

그들은 '제로웨이스트(zerowaste)'에 빠진 죄로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식당에서 물티슈를 되돌려주고 가방에서 대나무 빨대를 꺼내 쓰다 채식주의자 다음으로 불편하고 별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재활용 대란' 사태를 맞아 상황이 급 반전했다. 내놓기만 하면 밤사이에 수거돼 사라지곤 하던 쓰레기가 쌓여 관심 받는 호시절(?)이 온 것이다. 재활용이라는 면죄부를 잃은 사람들은 원인을 찾아 중국을 소환했다.

"이게 다 중국이 재활용 수입을 금지해서잖아."

쓰레기 덕후의 파우치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물건들, 알루미늄 통을 재활용한 크림, 손수건, 리필해서 쓰는 고체치약, 생리컵, 그리고 대나무 칫솔
▲ 쓰레기 덕후의 파우치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물건들, 알루미늄 통을 재활용한 크림, 손수건, 리필해서 쓰는 고체치약, 생리컵, 그리고 대나무 칫솔
ⓒ 고금숙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석유야

그런데 말입니다. 미세먼지도 중국 발, '재활용 대란'도 중국 탓일까? 이 논리가 들어맞으려면, 수거 거부 대상인 비닐봉지는 작금의 사태 전까지 중국에 수출됐어야 한다. 하지만 염분기 가득한 라면 수프 봉지, 고추장이 말라붙은 떡볶이 소스 봉지,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담긴 과자 봉지가 애당초 수출됐을 리가 없다. 실제 하루 평균 버려지는 1700톤의 비닐 중 절반 이상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결국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그동안 우리가 고이 모았던, 그 많던 비닐봉지들은 이 좁은 땅 어리 어디에선가 태워지거나 묻혀서 다이옥신을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미세먼지의 원인 중 약 50%가 국내에서 발생한 것처럼 '재활용 대란'도 우리가 만든 문제다.

문제는 중국이 아니야  중국 국기
▲ 문제는 중국이 아니야 중국 국기
ⓒ 픽사베이 (사진 공유)

관련사진보기


내가 알기로 비닐봉지까지 분리 수거하는 갸륵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국내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2위지만 동시에 폐기물 재활용률도 독일에 이어 세계 2위에 이른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나라답게 1회용품을 많이 쓰고 버리지만, 분리수거만큼은 기똥차게 해냈다.

십여 년 전 한 달 간 캐나다에 머물렀는데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집주인인 캐나다인은 어디에 분리수거를 하냐고 묻는 나를 못생긴 동물 1등으로 선정된 '돼지코 거북' 바라보듯 쳐다보았다. 음식물 쓰레기든, 종이박스든, 페트병이든 죄다 커다란 봉지에 함께 넣어 버리면 끝.

카투사로 복무하는 친구의 초대로 미군 부대를 방문했을 때도 반미투사의 심정이 되었다. 미군들이 분리수거는커녕 종량제 봉투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죄다 섞어서 막 버리더라.

쓰레기 쓰레기가 쌓인 모습
▲ 쓰레기 쓰레기가 쌓인 모습
ⓒ 픽사베이 (사진 공유)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분리수거만 잘 했지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이 제대로 돌아가는 '업그레이드'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분리해봤자 수거할 때 다 섞어서 버린대, 라는 '도시괴담'이 떠돌곤 했다.

일반 폐기물 중 깨끗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부수거나 녹여서 건축자재나 산업용 재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반면 세척이 안 된 더러운 재활용 쓰레기는 매립과 소각밖에는 답이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고 동네 반장도 모르고 그저 분리수거만 잘 하라는 말만 들은 터라, 결과적으로 물질 재활용을 할 수 없는 오염된 재활용 쓰레기가 잔뜩 모였다. 하지만 이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갑자기 왜 문제가 되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이 받지 않은 일본, 유럽 등의 질 좋은 재활용 쓰레기가 국내에 싸게 들어오자 국내의 오염된 재활용 쓰레기가 '똥값'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국제 경기가 침체되면서 원료 가격이 낮아지고 재활용 물건의 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로 만들면 더 싸고 효율적인데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가 아니고서야 누가 재활용 쓰레기를 사용하겠는가.

사실 쓰레기와 재활용 관리는 지자체의 고유 권한이지만, 지금까지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은 민간 쓰레기 수거업체에 재활용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얻었다. 석유가 비쌀 때는 재활용 가격도 높아진다. 이때 수거업체는 아파트 가구당 평균 월 1500~2000원씩을 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즉 아파트는 쓰레기를 팔아 돈을 벌고 지자체는 쓰레기 관리가 줄어드니 둘 다 좋았다나. '재활용 대란'이 지자체나 지자체가 선정한 업체가 관리하는 단독주택, 다세대 빌라가 아니라 아파트 중심으로 일어난 까닭이다.

그런데 지금은 재활용품을 수거해봤자 쌓아둘 곳도 없고 오히려 재활용 선별업체로 운송하는 비용만 더 든다. 물론 수거업체는 이 쓰레기를 수거할 때마다 꼬박꼬박 계약금도 내야 한다. 반대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석유화학기업은 호황을 맞았단다.

유괴범에 납치된 손자의 몸값을 내지 않고 버틴 세계 1위 부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올더머니>에는 아침마다 텍사스 유 가격 변동을 살피는 '존 게티'가 나온다. 그는 손자의 잘린 귀가 배달된 아침에도 석윳값을 확인한다. 쓰레기 문제의 본질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근본 원인은 바로 석윳값이다.

그 많던 비닐봉지는 어디로 갔을까

봉지 껍질을 접어 만든 필통  봉지 껍질을 접어 만든 필통 / 모든 과자봉지 껍질이 이렇게 자원순화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 봉지 껍질을 접어 만든 필통 봉지 껍질을 접어 만든 필통 / 모든 과자봉지 껍질이 이렇게 자원순화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 고금숙

관련사진보기


그다음으로는 '생활폐기물 연료화 시설'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동안 폐비닐의 90%는 발전소의 고형연료(SRF)로 사용되었다. 어차피 버릴 거 태워서 에너지라도 얻어보자는 마음이야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실용주의'의 화신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이후 고형연료 규제가 풀리더니 폐기물 연료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기에 이른다. 현재 폐기물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는 태양광, 풍력발전처럼 국가 보조금을 받는다. 2016년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의 80%를 고형연료가 차지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폐기물을 태우는 시설인바, 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민원과 반대가 들끓었다. 혹시나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이 나올까 걱정되는데 미세먼지까지 발생시킨다고 하니 누가 좋아할까. 집에서 고등어만 구워 먹어도 미세먼지가 나오는데 폐비닐을 태우는 발전소가 예외일 리는 없다. 이렇게 되자 환경부는 생활폐기물연료화 시설의 규제 강화, 폐기물과 바이오매스 에너지 보급률 하향 조정,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가중치 조정을 발표한다.

생활폐기물 연료화 업계로서는 망조도 이런 망조가 없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재활용 대란' 어쩔 거냐, 폐비닐, 스티로폼 등은 이제 중국도 안 받아주고 갈 곳이라고는 오로지 생활폐기물 연료화 시설뿐이다, 우리가 처리할 테니 기준을 완화해달라, 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이겠지.

"지금 봐요, 규제를 강화하자 폐기물 연료의 판로가 막혀 갈 곳이 없잖아요. 출구를 열어달라고요!"

그러나 미세먼지 오염이나 발전소가 들어서는 입지의 환경정의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폐기물 연료 시설의 기준 강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업체들도 이를 위한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는 쓰레기 버리는 것만큼이나 폐기물 연료시설이 어떻게 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봐야 한다. 이미 벌써 현장에서는 '폐기물 연료화' 시설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답정너 #제로웨이스트

한시적으로는 아파트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아파트 쪽에서 계약금을 낮추거나 지자체나 환경부에서 이 업체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다들 정부 탓, 환경부 탓, 중국 탓을 하지만 아파트가 '쓰레기 대란'을 풀 수 있는 단기적인 해법 중 일부를 가진 셈이다. 계약가 격을 조정해주시라. 그래야 쓰레기가 처리될 수 있다. 서울시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에 나선다고 한다. 

이제 지자체와 환경부는 재활용 쓰레기를 석윳값에 좌지우지되는 민간 수거업체와 시장에만 맡겨놓지 맡고 공적인 쓰레기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석윳값이 떨어져도 재활용 업체들이 살아남아 우리의 쓰레기를 생활로, 자연으로 되돌려준다.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처럼 플라스틱의 단계적 폐지를 위한 2030 로드맵 마련을 마련하고, 현재 쓰레기 처리비용의 30%에 불과한 종량제 봉투 가격을 올리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부과금을 올리고 웬만한 제품이 모두 이에 포함되도록 확대해야 한다. 과대포장 기준을 높이고 재활용을 방해하는 제품과 재질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해외에서 들어오는 재활용 쓰레기 대신 국내 제품이 우선 사용될 수 있도록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덜 쓰고 덜 버리는 생활 속 실천, 지구에 임팩트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자. 너무 밋밋하고 재미없게 들린다면 '단순하게 살기', '미니멀리즘', '소박한 삶', '자연주의'를 직접 구현하는, 트렌드세터 쯤으로 자신을 생각해도 좋겠다. 예를 들어 나는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스댕' 빨대를 꽂아 마시며 '미닝아웃'을 뽐낸다. 또한 과대포장하거나 재활용하기 힘든 제품에는 돈을 안 쓰기 위해 노력한다.

텀블러+스댕빨대  텀블러에 스댕빨대를 꽂아 마신다.
▲ 텀블러+스댕빨대 텀블러에 스댕빨대를 꽂아 마신다.
ⓒ 고금숙

관련사진보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대로 분리수거 하는 것이다. 왜 재활용 업체가 수입된 재활용 쓰레기를 사용하고 국내에 쌓여있는 재활용 쓰레기는 안 받겠다고 하는지 분리수거 함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정말이지 오염된 쓰레기가 많다.

이번 달부터 나는 스스로를 재활용 선별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는 생각하며 분리수거를 하기로 했다. 비닐봉지에 붙은 종이라벨을 가위로 잘라내고, 김 자반이 묻어있는 기름진 봉지는 잘 씻어서 말리고, 택배 종이상자에 붙은 라벨과 테이프를 뜯어낸다. 이제 손톱은 너무 짧게 자르지 않는 게 좋겠다. 라벨 뜯을 때 힘들다.

*환경부 분리수거 방법 카드뉴스 보기 https://bit.ly/2qpi1ev

비닐의 종이라벨 벗기기 잘 뜯어지지 않는 종이라벨 부분은 가위로 잘른다. 종이와 비닐의 재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 비닐의 종이라벨 벗기기 잘 뜯어지지 않는 종이라벨 부분은 가위로 잘른다. 종이와 비닐의 재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 고금숙

관련사진보기


비닐봉지 씻어서 말리기  비닐봉지 내부를 물로 세척해 깨끗이 씻어말린다.
▲ 비닐봉지 씻어서 말리기 비닐봉지 내부를 물로 세척해 깨끗이 씻어말린다.
ⓒ 고금숙

관련사진보기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잘 되는 제품을 만들고 제품의 과대 포장을 줄이는 것이다. 이번 '쓰레기 대란'에서 가장 욕을 안 먹는 곳이 바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다.

페트병을 예로 들어보자. 도대체 왜 뚜껑은 그렇게 크게 만들고, 접착제로 라벨을 붙여놔서 깨끗이 뜯어지지도 않고, 색깔과 점도가 다 다른지 알 수가 없다. 일부러 재활용을 방해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 일본의 경우 페트병 라벨은 접착제를 쓰지 않고 라벨 분리선이 있어 쉽게 라벨을 제거할 수 있다. 무색, 갈색, 녹색만 사용하므로 재활용을 해도 질이 낮아지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과일을 보호하려고 깔려있는 '난좌'의 경우 스티로폼과 재질과 달라서 재활용이 안 되므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왜 이것만 스티로폼 재질이 아니라서 헷갈리게 하는지. 어떻게 버리라고 가짜 가죽으로 주류 선물 세트를 만들어 파는지, 생산, 소비, 폐기 과정에서 두루두루 유해한 PVC 플라스틱이 명품 비닐 백부터 어린이 장난감까지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이 모든 것들에 화가 난다.

사람도 물건도, 막 쓰다 버리지 맙시다

페트병에 사용된 라벨 접착제  페트병에 사용된 라벨 접착제, 라벨을 뜯어보면 빨간 부분의 라벨이 페트병 본체에 끝끝내 붙어있다. 재활용하려면 라벨을 제거해야 한다.
▲ 페트병에 사용된 라벨 접착제 페트병에 사용된 라벨 접착제, 라벨을 뜯어보면 빨간 부분의 라벨이 페트병 본체에 끝끝내 붙어있다. 재활용하려면 라벨을 제거해야 한다.
ⓒ 고금숙

관련사진보기


'쓰레기 덕후'들이 바라는 바는 하나다. 인간도, 물건도 한번 쓰고 버려지지 않은 세상. '쓰레기가 되는 삶들'을 만드는 사회는 슬프고 악랄하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쓰레기가 되는 삶'의 반대말은 #제로웨이스트 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고금숙씨는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1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