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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안이다.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 합계는 29.99%로 높지만,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6.96%로 낮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다른 두 회사간 합병이 발생하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합병비율과 총수일가 지분가치의 관계는?

아래 [그림1]과 같이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된 사업부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합병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분할되는 사업부가 전체 현대모비스의 가치 중에 40%를 차지한다고 계산했다.(관련기사 : 복잡한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 이게 최선일까?)

[그림1 :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구도]
현대모비스 분할합병구도
 현대모비스 분할합병구도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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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사업부가 현대모비스 전체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율이 40%가 아니라 50% 또는 60%라면 얼마나 큰 부(富)의 이동이 발생하는지 계산해 볼 수 있다. 지금부터 모든 계산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른 기준시가에서 출발한다.

합병기준일에 현대모비스의 기준시가는 23만7390원이고, 현대글로비스의 기준시가는 15만4911원이다. 총 주식수를 고려하면,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는 23.1조원,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는 5.8조원이 된다. 두 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가치를 계산해 보면 3.35조원(23.1조원 × 6.96% + 5.8조원 × 29.99% = 3.35조원)이다.

분할합병비율이 0.6148203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합병글로비스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결정되어 있다. 합병글로비스의 총 발행주식수가 3750만 주에서 5984만8983주(현대모비스 총 주식수 × 분할합병비율) 증가하여 9734만8983주가 되는데, 총수일가의 주식수는 원래 주식수 1124만9991주에서 416만7846주(현대모비스 보유주식수 × 분할합병비율) 증가하여 1541만7837주가 되기 때문에, 계산해 보면 15.84%이다.

15.8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합병글로비스의 기업가치는 분할사업부가 현대모비스 전체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변동한다. 그 비율이 30%라면 6.9조원(23.1조원 × 30%)의 가치가 이동하는 것이고, 60%라면 13.9조원(23.1조원 × 60%)이 이동하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 총 가치 5.8조원을 더하면 합병글로비스의 가치가 나오고, 다시 여기에 총수일가의 합병후 지분율 15.84%를 곱하면 합병글로비스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가치가 나온다. 한편, 총수일가는 잔여 모비스에 대해서 여전히 6.96%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잔여 모비스 가치에 6.96%를 곱하여 더해주면 합병 거래가 끝났을 때 총수일가의 지분가치가 나온다. 지금까지의 계산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의 [표1]과 같다.

[표1 : 실제 분할비율과 총수일가의 지분가치]
분할사업부가 현대모비스 전체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율과 총수일가의 지분가치 관계
 분할사업부가 현대모비스 전체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율과 총수일가의 지분가치 관계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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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사업부가 현대모비스 전체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율이 30%라면 총수일가의 지분가치는 3.15조원이 된다. 당초 지분가치 3.35조원보다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반면, 그 비율이 60%라면 총수일가의 지분가치는 3.76조원이 된다. 당초 지분가치 3.35조원보다 0.41조원 증가한다. 잔여모비스에 대한 지분가치가 감소하는 것 이상으로 합병 글로비스에 대한 지분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계산에서 합병시너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합병시너지를 고려한다면, 총수일가의 이득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분할로 인해 잔여모비스의 가치가 분할되는 것 이상으로 증가한다면 계산이 복잡해질 것이다. 그런데 합병시너지는 있어도 분할시너지라는 말은 잘 쓰이지 않는다.

현대모비스의 60%를 40% 가격으로 사온다면, 4천억원의 이득 발생

이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설명해 볼 수 있다.  분할사업부가 현대모비스 전체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율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안한 분할비율 40.12%의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하고, 그 괴리율에 따라 총수일가의 지분가치가 합병 전에 비해 얼마나 변동하는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아래 [그림2]는 괴리율과 총수일가의 지분가치 변동분의 관계이다. 당연히, 괴리율이 0이면, 지분가치 변동분도 0이다. 괴리율이 10%라면, 즉, 현대모비스의 50%를 40%의 가격으로 사온다면 2천억쯤 이득이고, 괴리율이 20%라면 4천억쯤 이득이 된다. 대략, 괴리율이 10%p 증가할 때마다 총수일가의 지분가치는 2천억씩 늘어난다.

[그림2 : 괴리율과 총수일가의 지분가치 변동분의 관계]
실제 분할비율과 총수일가의 이득
 실제 분할비율과 총수일가의 이득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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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분할사업부가 현대모비스 전체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율이 40%인지, 아니면 50%나 60%쯤 되는 것인지 검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안비율 40%를 검증해 보자.  

어떻게 그런 마법이 가능했나. 의심되는 AS부품사업부 이익의 과소추정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의 가치는 본질가치 계산을 통해 산출되었다. 현대모비스는 상장회사이지만 분할이 이루어지면서 분할사업부는 비상장회사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비상장회사에 적용되는 본질가치 평가방법이 사용되었다. 즉, 분할사업부의 향후 손익을 추정하여 수익가치를 계산하고,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1.5대1로 가중평균했다.

수익가치 계산과정을 따라가 보자. 분할사업부의 2018년부터 매출증가율은 향후 5년간 연도별로 0.16%에서 2.93%로 추정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장에서 상황을 고려하면 무난한 가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전체 증가율이 아니라 세부 사업부별 증가율에 있다. 분할사업부의 핵심은 AS부품사업부이다. 분할사업부의 이익 추정의 핵심은 AS부품사업부의 이익 추정을 얼마나 공정하게 했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2018년 AS부품사업부 매출은 2017년에 비해 2.2%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있다. 현대자동차의 신차가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과 AS부품사업부 실적은 별개라는 것이 상식이다. 왜냐하면 AS부품에 대한 수요는 이미 돌아다니고 있는 차량 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래의 [표2]과 같이 AS부품사업부의 매출은 2015년 3.2%, 2016년 4.3%, 2017년 3.3% 증가했다. 과거 추세도 증가했고, 2018년 매출이 2017년에 비해 줄어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AS부품사업부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표2 :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 실적과 추정치]
(단위 : 조원)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 손익 추정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 손익 추정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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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서, 삼일회계법인)

상대적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AS부품사업부의 매출은 평균적으로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있다. 유독 2018년만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러한 추정에서 첫 번째 연도의 추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2019년 이후 추정의 출발점이 과소 추정되면 그것이 전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매출원가율도 다소 높게 추정되었다. AS부품사업부의 매출원가율은 [표2]과 같이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58.4%였다. 그런데,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매출원가율은 60.6% 정도로 추정되었다. 2018년만 보면 2017년에 비해 매출액은 줄어드는데(4.73조원 → 4.62조원), 매출원가는 늘어나게 추정했다(2.76조원 → 2.81조원). 작은 차이 같지만, 이런 것이 쌓이면 큰 결과를 만들어 낸다.

결과적으로 AS부품사업부의 매출총이익이 과소추정되었다는 의심이 든다. 2017년 AS부품사업부의 매출총이익이 1.97조원이었는데, 2022년에도 매출총이익이 1.97조원으로 동일한 숫자이다. 2018년에 1.81조원까지 하락했다가 5년 후에야 간신히 현 수준을 회복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업부인데, 5년 후 매출총이익이 현재와 같다고 추정한 것이다.

영구성장율 1%. 적절한 가정일까?

5년간의 추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수익가치를 추정할 때에는 일정기간 이후에는 동일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가정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5년 이후에도 살아남아서 영업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도별로 추정하기가 실무적으로 어려우니, 보통 5년까지만 연도별 추정을 하고 6년차 이후부터는 일정한 추세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분할사업부에 대한 추정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다. 2023년 이후의 이익 합계를 추정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성장률이다. 그 성장률이 계속 된다고 가정하는 것이어서 영구성장율이라고 부르는데,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에는 그 수치가 1%로 추정되었다. 앞에서 보았듯이 AS부품사업부의 최근 3년간 연간 3~4%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동기간동안 원가율도 하락하여 매출총이익의 연평균 성장률은 6.8%였다. 그런데, 2023년 이후 영구성장율로 1%만 반영한 것이다.

영구성장율 가정의 작은 차이가 최종 결과의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현재는 1%의 영구성장율을 가정하여 분할사업부의 수익가치를 12.4조원으로 산정했지만, 아래의 [표3]과 같이 영구성장율이 2%로 바뀌면 수익가치가 13.0조원으로, 영구성장율이 3%로 바뀌면 수익가치가 13.8조원으로 증가한다.

[표3 : 영구성장율 가정에 따른 기업가치 변동]
영구성장율과 수익가치
 영구성장율과 수익가치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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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이외에도 매출액의 감소와는 상반되게 1년차(2018년)의 순운전자본에 큰 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가정하는 등 분할사업부의 수익가치 추정에 활용된 요소 중에는 과소 추정 의심이 드는 대목이 더 있다. 

과소추정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 빠져 있어

물론, 향후 매출액, 원가 등을 추정하는 작업에 여러 가정이 동원될 수밖에 없고 추정결과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작업이 적절한지 검증하는 절차가 빠졌다는 것이다.

최소한 분할사업부 뿐만아니라 존속사업부까지 본질가치 방법에 따라 계산한 결과가 기준시가방법에 따른 결과(23.1조원)와 비슷한지 정도는 검토해 봤어야 했다. 자의성이 많이 포함되는 수익가치 추정을 너무 보수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면 방법 간의 비교는 필수적인 절차였다고 할 수 있다.

본질가치 계산이 합병비율에 영향을 주고 합병비율에 따라 총수일가와 소액주주간의 부의 이동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에 대해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진행한 본질가치 계산 결과를 가지고 현대글로비스의 주가와 비교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보다 엄밀한 검증이 필요했다는 의미이다.  

지배주주가 이득을 보면 소액주주 희생은 불가피

물론, 현대자동차그룹은 법과 규정에 따라 분할합병비율을 산정했다고 해명할 것이다. 그런데, 주식회사 간 합병비율 산정에서 법에 따른 방법을 준수했다는 것이 합병비율 승인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합병비율이 법률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경제적 실질측면에서도 타당해야 합병비율이 승인된다. 법률적 측면만 중요하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절차는 무의미할 것이다. 번거롭게 여러 주주가 모여 투표할 필요 없이 2~3개 법률회사의 자문의견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합병비율에 관한 협상은 제로섬 게임이다. 합병비율을 얼마로 정하든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존속 현대모비스와 합병 글로비스의 가치는 동일할 것이다. 합병비율에 따라 각 주주가 존속 현대모비스와 합병 글로비스에 보유하는 지분율이 바뀌기 때문에, 한쪽의 지분율이 올라가면 상대편의 지분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합병비율 협상에서 윈윈은 없다. 지배주주가 이득을 보려면 소액주주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태그:#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비율, #총수일가 이득, #정몽구 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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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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