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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선언 48개 교류협력사업 중 20개는 유엔제재 아래서도 가능"
"北, 비핵화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주장해도 한미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것"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3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 강연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정권 초기에 실시되는 만큼 남북 정상이 정례적으로 만나는 셔틀외교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특보는 이날 와세다(早稻田)대 국제회의장에서 '한반도의 핵위기-대화에 의한 해결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비핵화 행보를 어떻게 할지에 달린 문제"라고 가정하면서 "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1년에 두 번씩 남북 간 정상외교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남북 관계에 상당히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일괄타결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이고 유연성 있는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은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타결로, 우리 정부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이를 주장할 것"이라며 "다만 합의를 집행하고 이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런 원칙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행은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남북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지난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48개 교류협력사업을 검토해보니 최소한 20개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북한이 원하는 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제재 체제 안에서 지원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48개 합의사항만 이행이 된다면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핵·미사일) 위협이 없어진다면 민족 자본뿐 아니라 국제 자본이 많이 들어가 북한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 추후 경제 통합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 낙관론도, 비관론도, 회의론도 존재하지만 모두 비현실적"이라며 "남북 회담을 잘 준비하되, 그 과정에서 북한을 악마화시켜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상을 하고 타결을 봐야 한다"며 "역지사지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일본 석학들이 토론자로 나왔고,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자와 시민들이 대거 참석해 420석의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문 특보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워지고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질 테니 문 대통령이 이를 받지(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면 주한미군의 철수 이야기를 가지고 나올 수 있다는 식의 회의론이 있는데 이는 소설 같은 이야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딱 1번 쏜 ICBM 대신 내미는 주한미군 철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연방제 방식 통일 구상에 대해서도 "통일 방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2개 주권을 가진 남과 북 사이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만드는 '남북연합'(방식의 통일 방안)"이라며 "(연방제 방식으로) 1개의 국가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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