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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에선 왜 '미투(성폭력 피해고발)'가 나오지 않을까. 17대·18대·19대 국회, 구 새누리당 의원실(현 자유한국당)에서 근무했던 30대 중반 여성 C씨는 "자유한국당에선 고발해봤자 달라질 거란 기대가 없다. 좌절감만 맛보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란 절망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자료사진).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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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였다. 그들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다. 벌써 수년 째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압도적 존재감은 이제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모양이다. 이는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지난 2003년부터 실시해온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그들은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 준 적이 없다. 도대체 누구냐고?. '넘사벽' 국회가 그 주인공이다.

통계청 발표에서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간한 '2017년 한국의 사회지표' 결과 1등은 여전히 국회의 차지였다.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부동의 1위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앞에서가 아니라 '뒤에서' 1등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다.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최하위는 언제나 그들의 몫이었다. 이번 발표에서도 국회는 4점 만점에 1.8점을 기록하며 조사대상 중 유일한 1점대를 기록했다. 민의의 전당이란 수식어가 민망한 낯부끄런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회의 신뢰도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다. 수년째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다. 수년째다.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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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따로 있다. 국민 신뢰도가 바닥인 '국회'가, 더 정확하게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개헌'과 관련해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고 분산시켜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내각을 임명해 내치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용어가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다. 그러나 정부형태 관련 이론 그 어디를 살펴봐도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수야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어디까지나 변형된 의원내각제인 이원집정부제의 '변종'일 뿐이다. 대통령은 형식적인 국가 수반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권력은 내각을 이끄는 총리에게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다시 말하면, 조삼모사라는 의미다. 말이 분권형 대통령제이지 실제로는 이원집정부제나 다름이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보수야당은 이를 이원집정부제가 아닌 분권형 대통령제라 주장하고 있다.

왜 그들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말할까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상임·특위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상임·특위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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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터다. 첫째는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권력 분산에는 동의하지만 그 권력을 국회가 거머쥐는 것을 원치 않는다. 둘째는 국민 여론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보다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는 절묘한 레토릭이다. 대통령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이원집정부제나 마찬가지인 권력구조 형태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국회 불신과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보수야당이 만들어낸 정략적 표현이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인 것이다.

"근데 개헌에 관해서는 제가 한 말씀 드리고 싶은게 헌법이 잘못해서 이 사태가 났나요? 헌법에 죄가 있어서 이 사태가 났어요? 그리고 전직 대통령 한 분, 돌아가신 분이 헌법이 잘못돼 가지고 돌아가셨어요? 후임자가 구박해갖고 돌아가신 거 아녜요. 지금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이 헌법의 잘못이 아니고 헌법을 제대로 운용 안 한 잘못이에요. 대통령이 헌법을 안 지켜서 탄핵이 됐는데 헌법이 잘못됐으니까 헌법을 고치자고 얘기하는 거예요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지난해 3월 10일 방송된 JTBC 특집토론 '탄핵 이후, 대한민국 어디로 갈까'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의 일성이다. 유 작가는 이날 상대 패널로 참석한 정태옥 한국당 의원이 탄핵 사태는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벌어졌다면서 권력구조 개편이 포함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요컨대 집권세력이 잘못해 벌어진 문제인데 왜 헌법을 탓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태옥 의원은 이날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하면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내각을 이끄는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권력구조 개편의 당위를 역설한 것이다. 정 의원의 주장은 보수야당의 현재 입장과 정확히 일맥상통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꾼 장본인은 누구?

그때나 지금이나 보수야당은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이유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고 있다. 잘못된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합당한지는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제도 자체보다 그 제도를 악용하고 잘못 운용한 집권세력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 보이기 때문이다.

"총리가 처음에 도입될 때는 우리나라 헌법 자체가 내각제로 설계가 애초에 초안이 돼 있었기 때문에 그때 들어갔던 건데 대통령제가 굳어지면서 이승만 정부 때 총리가 없어졌어요. 없어졌다가 내각제로 되는 제2공화국 때 생겼다가 그리고 3공화국에서 대통령제 되면 또 없어져야 되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걸 살렸어요. 왜 살렸나? 자기는 장관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장관 위에 있는 총리 있고, 총리 위에 자기가 있다. 더 높다 이거죠."

지난 2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개헌 문제를 거론하며 꺼낸 이야기다. 노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꾼 이가 바로 보수야당의 정치적 뿌리라 할 수 있는 '박정희'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이후 제왕적 대통령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며 장장 19년 동안 철권통치를 감행했다. 보수야당이 건국의 아버지로 찬양하는 이승만 역시 대통령제의 폐해를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어디 이뿐인가. 전두환·노태우 신군부는 어떠하며, IMF 외환위기 사태로 국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김영삼 정부는 어떠한가. '권력형 비리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당한 박 전 대통령은 어쩔 것인가. 보수야당이 집권하기만 하면 대통령제의 폐해가 도드라지는 기현상은 또 어떻게 설명할 텐가. 이런 상황에서 제도를 들먹이며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으니 시쳇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언제 국민들이 그러라고 했습니까"

"저는 개헌 필요해요. 우리 헌법, 모든 나라의 헌법은 기본권 조항이 한 덩어리가 있고, 권력구조가 한 덩어리가 있잖아요. 근데 지금 말씀하시는 거는 기본권 조항 이런 거 다 내버려 놓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꾸고 그리고 국무총리를 통해서 내각을 구상하고 내치를 담당할 권한을 국회의원들이 가지겠다는 거 아녜요. 언제 국민들이 그러라고 했습니까. 국회의원들이 대통령보다 뭐가 잘났어요?"

다시 JTBC 특집토론으로 돌아가 보자. 정 의원이 계속해서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자 이를 보다 못한 유 작가는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국회의원에게 국민의 동의 없이 권력구조를 좌지우지할 권리가 과연 있느냐는 반문이다. 유 작가의 일침은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70%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불신의 온상인 국회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권력구조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야당이 맹폭하고 있는 대통령제 또한 누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정부에서 입증되고 있다. 정략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보수야당을 향해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는 이유일 터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를 포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를 포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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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권력구조가 '4년 연임'의 대통령제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이같은 방안이 담겨있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찬성하는 여론도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이 문제라면 삼권분립과 지방분권 강화 등 이를 분산·견제시킬 방안들을 함께 논의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보수야당은 벌써부터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모양이다. 사람의 문제를 제도의 탓으로 호도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주지한 것처럼 국회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할 때마다 매번 최하위를 기록할 만큼 극도의 불신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런가 하면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는 보수야당은 과거 집권할 당시 대통령제를 잘못 운용해 여러 차례 '사달'을 일으킨 당사자들이다.

그랬던 그들이 자신들이 잘못을 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개헌 약속을 지키려는 문 대통령의 선의를 왜곡하는가 하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자신들이 실권을 갖겠다며 어깃장을 부리고 있다. 무슨 권리로 , 아니 무슨 낯으로 저러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대들보 위에 '군자'(君子)라 하더니, 그 심보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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