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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마을공동체'를 꼽는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2012년부터 마을 문제의 해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계획‧추진해 보는 사업이였다. 주거, 육아‧교육 같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1기(2013-2017년) 사업 동안 서울시민 100명 중 1명(13만여 명)이 마을 활동에 참여했다. 사업 2회 이상 참여한 주민도 3700명이다. 또한 서울 곳곳에 마을예술창작소, 우리마을공간지원, 마을기업 등 330개가 넘는 주민주도 공동체 공간이 생겨났다.

1기를 마무리하며 '2기('18.~'22.)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이 지난 13일 발표되었다. 2기에는 "마을과 자치, 시민이 만드는 서울"이라는 비전하에 △사회적 우정 △주민자치 △지속가능성 △분권과 협치 등 4대 핵심가치 실현을 위한 26개 단위사업·10개 과제를 제시했다. 주민세 균등분(동 평균 3700만 원) 상당 재원을 각 동으로 지원하여 주민자치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21년까지 424개 전 동으로 확대하고 마을자치전문가를 5년 간 848명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는 시민수를 지난해 13만 명에서 2022년에는 30만 명으로 2배 이상 늘리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와 계획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을과 자치, 시민이 만드는 서울"이라는 비전에도, 아직 시민들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시와 중간지원조직이 중심이 되고 있다. "저녁이 없는 삶"에서 마을 일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행정의 기존 시스템을 이해하고 주민의 언어로 변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관이 주도하지 않은 평가 자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2월부터 서울에서 마을공동체를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공개된 논의 자리를 계속 가져가고 있으며 다음처럼 기사화되었다.

1차 모임(2월 20일): 마을공동체, 서울의 현장은 강화되고 있을까
2차 모임(2월 28일): 박원순표 마을공동체사업, 6년을 뒤돌아보다

3차 모임은 3월 10일 6시에 종로에서 10명이 모여 11시까지 논의를 진행했다. 1, 2차에 이어 유승희님의 정리를 바탕으로 논의를 정리했다.

서울시마을공동체 논의 모임 3회차 단체 사진
▲ 서울시마을공동체 논의 모임 3회차 서울시마을공동체 논의 모임 3회차 단체 사진
ⓒ 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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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가 있었지만 바뀌지 않는 마을공동체사업

류호근: 4월 19일(목)경 "마을공동체, 서울의 현장은 강화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민간이 마련한 서울 마을공동체사업 평가 토론회를 해보려고 한다. 2차례 나간 기사를 보며 이미 토론이 이뤄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만이 평가의 주체가 될 수는 없고, 필요한 경우 자료들을 찾아가며 연구해서 발제할 분도 필요하다. 우선은 마을공동체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토론을 하기 위해 여러 주제들을 뽑아가는 단계이지 우리의 논의가 토론의 결론이 될 수는 없다.

1차 모임(2월 20일)에서는 1기 서울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마을활동의 주체가 얼마나 확장되었는지와 중간지원조직이 민과 관을 연결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2차 모임(2월 28일)에서는 이 기간 동안 마을이 확장한 것만이 아니라 성장해갔는지를 얘기하며 마을공동체가 정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며, 그렇기에 평가지표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를 나눴다. 오늘은 평가 얘기를 좀 더 이어가보려고 한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졌는데 왜 개선이 안되고 있는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함형호: 지난 모임에서 이필용님이 2015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제8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에서는 <풀뿌리 마을공동체의 '복권'을 위한 2015년 전국 마을선언 (초안)>을 얘기해서 찾아보았다. 마을넷에 대한 평가 연구도 있고 다양한 보고서들이 있었다. 여기에는 이미 우리가 한 문제점과 방향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자료로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이 책이 좋은데 명확하게 정리하지는 못했고 초안에서 끝났다. 마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와 목표, 평가의 부재가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의에 기초해서 평가가 이뤄지고 계획이 수립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추상적 목적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것이 마을에 대한 정의와 함께 바라볼 목적이 없이 사업을 실행을 통한 숫자로만 이야기되었기에 마을이라는 공유된 정의 없이 추상적 개념 아래 그것을 위한 사업들로만 채워간 거 같다.

문종석: 동대문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마을공동체 사업 초기 논의에 참여했다. 1, 2회차 논의를 기사로 보았다. 지적했던 단위 예산으로 인한 문제, 중간지원조직의 관료화 가능성 등은 공감이 가고 이에 대해서 초기부터 우려했던 부분이고 사업주체들 또한 바꾸려 많이 노력했다. 특히 마을에 대한 정의가 없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초기에 마을과 관련한 깊은 논의가 있었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고민과 평가가 있었다.
먼저 프로젝트형 예산으로 마을 사업을 하면 지금 현장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예산 중심으로 사업이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장의 의지와 상황에 맞게 예산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도록 포괄예산으로 만들자고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하 서마종)에서도 행정에 강력히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기 마을공동체사업 기획단계부터 이 부분을 풀어가려 고민을 했으나 결국 공모사업으로 흘러갔고 예상된 문제들이 나타났다.

또한 서마종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면 지속적으로 민간의 다른 단위와 사업을 평가하며 방향을 잡아가고 해결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각 지역의 고민을 꺼내놓고 토론해야 하는데, 그건 그 지역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가라고 얘기하다보니 얘기를 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처음에 이러한 시도들이 막히고 난 다음에는 스스로 포기하게 된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제대로된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위해 싸우거나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흔히 말하는 관료화가 된 것. 자기가 싸운 사람들과 너무 빨리 같아진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주수원: 저는 우리가 첫 모임부터 시간순에 따라 복기를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서울의 마을공동체 1기(2013-2017)와 달리 서울마을공동체사업은 마을공동체의 등장(2012-2013), 마을공동체사업의 확대(2014-2015), 마을공동체 고민의 정체(2016-2017)로 다시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1회 모임 때 살펴봤듯이 "로또 맞았다"고 할만큼 마을살이의 즐거움을 느끼는 주민들이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고 민과 관을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 많아졌다. 그리고 2회 모임때 살펴본 것처럼 이 등장한 주체들을 바탕으로 박원순 시장 2기가 시작됨에 따라 마을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내 성장통을 겪기 시작했다. 여러 고민들이 쌓였고, 이 고민이 잘 녹여있는 것이 2015년 <풀뿌리 마을공동체의 '복권'을 위한 2015년 전국 마을선언 (초안)>이다.

문제는 여기서 정체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종석님이 얘기한 것처럼 행정과의 관계에서의 한계, 공모사업의 한계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하면서 소수의 전략적인 고민으로 한정된게 아닐까. 협치예산제를 도입하고,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도입하며 지역단위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의회"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논의되지 못했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내부의 건강한 공론의 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2016년부터는 조급해지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대권에 도전하면서 더 큰 성과를 요구했기 때문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평가가 제대로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

서울 마을공동체 모임 논의하는 모습
▲ 서울 마을공동체 모임 서울 마을공동체 모임 논의하는 모습
ⓒ 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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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석: 마을공동체사업의 성과에 대한 서울시 안팎에서의 계속된 다양한 공격이 있었다. 의미있는 마을공동체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현장의 성과를 표현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초창기 기획을 했던 사람과 후에 일을 해나가는 사람은 달라져야 하는데 바뀌지 않은 부분이 크다. 사람이 바뀌면서 건강한 비판이 이뤄질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맞물려 성과주의 오류가 강화되었다고 본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지역에서의 문제를 얘기하더라도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가라며 특수화시킨다. 이러한 방어적인 태도에서 현장의 고민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양적 평가 못지 않게 현장의 고민을 담은 질적 평가도 필요하다. 한계 지점을 인정하고 우리가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행되었다면 지금보다 마을공동체사업이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이다

김명희: 자치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외부에 얘기하는 걸 당연히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점을 찾기 위해 공론화하며 함께 해결하는 과정이 말처럼 쉬운일은 아닌것 같다.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 불편해질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발언하기 힘들어하는 활동가분들도 보게 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마을공동체 얘기를 하지만 지역의 많은 활동가들이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가기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위해  사업들이 포장되는 경우 혹은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바로 잡고 가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송영관: 문제가 없는 지역은 없다. 그리고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면 수긍한다. 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보니 지켜보는 경우도 많다. 사업을 맡은 사람이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보면 두꺼비가 막고 있는 깨진 항아리와 같다. 그럼 그 사람이 빠지면 다 터질 거지만 우선은 막고 있기에 지켜보게된다.

함형호: 문제를 얘기하다보면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서 "사업" 경향이 강화되고 공모사업화 되는 부분도 민간이 힘을 모으면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를 하면서 직접 사업을 하기 보다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공무원의 일을 대신하기 보다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 스스로 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다면 지원하지 않고 일부러 사업을 만들지 않았기에 사업비를 반납하기도 했다. 촉진자로서 역할을 명확하게 했고 사업 예산 쓰기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간이 힘을 모으고 중간지원조직이 방향을 잘 잡아가면 풀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김형수: 마을공동체사업의 처음 시작점은 주민자치와 행복한 마을 만들기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조직들 간에도 갈등이 생겼을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시대정신의 부족이라고 본다. 총괄하는 조직이 처음의 방향을 계속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중간지원조직이 관료화되고 세력화되면서 이런 부분이 잘 안되게 아닐까 싶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김영림: 요즘과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판단으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마을과 관련된 정보는 더욱 그러하다. 그만큼 마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고 넘쳐나는 이슈와 관심을 갖고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 때문에 오해, 곡해가 생기고 반대를 위한 반대 또는 무분별한 비난, 카더라 통신들이 난무한다. 어쩌면 마을이라서라기 보다 사람 사는 곳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을이 내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데  일부러 듣지 않고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다르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은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서로 잘 들어주고, 따뜻하게 봐주고, 함께 이야기하며 제대로 되돌아보는 건강한 소통 작업이 필요하다.

서울 마을공동체 모임 논의중
▲ 서울 마을공동체 모임 서울 마을공동체 모임 논의중
ⓒ 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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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잘못이 있을 수 있고, 또 마을공동체사업 초기 부득이한 한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치치지 않고 본인들만이 "우리는 옳다, 무조건 따라와라"란 태도가 이어져서는 안된다. 이렇게 계속 선지자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큰 문제라 생각한다.

유승희: 각자의 위치에서의 실천이 중요한 것 같다. 2회 모임을 참석하면서 마을사업이 아니라 마을활동을 해야겠다고 느꼈고 최근에 1년 동안 안했던 독서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돈 없이도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제 삶 속에서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모임에서 얘기나온 권력화, 사유화라는 게 작은 모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게 시민 입장에서 참 힘든 것 같다.

류호근: 지난 모임에서 얘기했던 마을공동체상 및 평가지표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발전시켜봤다. 얘기를 들어보니 실제 평가는 있었고 우리들이 1, 2회 모임을 통해 나눴던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기도 하나 바뀌지 않았다. 또 어느 순간부터 내부 평가, 자체 성과 공유회로만 이어졌다. 이는 행정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현장 입장에서는 별로이다.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평가가 예산 투입대비 나오는 수량 평가로 한정된다. 서울시 공공자원이 투입되고 예산집행의 특성상 성과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마을은 투입 대비 성과가 바로 나올 수 없다. 또 200만원으로 충분한 일에 5000만원을 준다고 해서 일자리가 여러 개가 생기는 등 성과가 나올 수도 없다. 따라서 마을공동체는 실패가 많더라도 그것 자체가 훌륭한 성과일 수 있는데 행정의 논리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을 수 있다. 이러다보니 어느 시점부터 마을공동체는 제대로 된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포장되고 있다. 방어논리, 자기합리화가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민간에 대해 "동업자 마인드"를 요구한다. 내부 총질을 하지 말라고 하며, 같은 편끼리 왜 비판을 하냐고 한다. 점점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다음 모임부터는 그동안 나온 얘기들을 바탕으로 논점을 뽑아 4월 19일(목)경 "마을공동체, 서울의 현장은 강화되고 있는가?" 서울 마을공동체사업 평가 토론회를 준비해보려고 한다.

토론회 안내: 마을공동체, 서울의 현장은 강화되고 있는가?
* 일시: 4월 19일(목) 2시~5시
* 장소: 추후 안내
* 문의: skyroot2000@gmail.com (류호근)



태그:#서울, #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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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연구자, 청소년 교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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