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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미국 오리건 주에 위치한 쿠스 베이 소방서(Coos Bay Fire Department)는 화재를 진압하던 도중 소방대원 3명을 잃는 참사를 겪게 된다. 

곧바로 관할 산업안전보건국(Oregon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Division)은 해당 소방서를 상대로 소방대원들의 보건과 안전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소방관 또한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장장 6개월간의 조사를 마치고 그 이듬해 5월 발표된 결과는 해당 시와 소방서에 상당히 충격적인 것으로 관할 시장은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2003년 5월 오리건 주 산업안전보건국 관계자들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FIREHOUSE)
 2003년 5월 오리건 주 산업안전보건국 관계자들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FIREHOUSE)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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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관들은 해당 소방서의 현장활동 중에서 총 16건이 연방 안전기준(Federal Safety Standards)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돈으로 약 5천여만 원의 벌금을 소방서에 부과했다. 잇따른 논쟁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담당했던 관계자들은 가장 위험한 현장활동 근로자인 소방대원들의 보건과 안전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벌금 부과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고관리시스템(Incident Management System)이 미국방화협회(NFPA) 기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점, 현장 소방대원 간 무선통신 장애, 그리고 유사시 소방대원을 교체해 줄 신속대응팀(Rapid Intervention Team)이 없었다며 모두 7천 달러의 벌금을, 소방대원들이 매년 공기호흡기 착용테스트를 받지 않은 점을 들어 1만 3천 달러의 벌금을, 24명의 소속 의용소방대원들의 건강검진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벌금 7200달러 등 총 16개 항목에 5만 4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렇게 소방서가 미 연방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이하 OSHA)으로부터 벌금 철퇴를 맞는 일은 종종 있다. 2011년 노스캐롤라이나 소방서에 대해서는 소방대원에 대한 사전교육 미실시, 개인보호장비 미지급을 포함한 총 18가지 규정위반에 대해 8만 13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2017년에는 펜실베이니아 주 소속의 앨투나 소방서(Altoona Fire Department)가 손상된 소방장비 사용과 장비점검 소홀 등의 이유로 825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렇듯 소방서 또한 미 연방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엄격한 잣대를 피해갈 수는 없다. OSHA는 미국 노동부 소속 기관으로 1971년 창립되었으며 사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색깔별로 표시된 미 연방 산업안전보건청(OSHA) 지역사무소 현황. OSHA는 미국 전역에 10개의 지역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사진: United States Department of Labor)
 색깔별로 표시된 미 연방 산업안전보건청(OSHA) 지역사무소 현황. OSHA는 미국 전역에 10개의 지역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사진: United States Department of Labor)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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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HA의 검열은 대체로 사전통지 없이 이루어지며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고용주보다는 오히려 근로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그들이 제공하는 내부고발도 끊이지 않는다.

한편 우리나라의 소방관들의 노동현실은 어떤가. 지난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관한 270여 페이지 분량의 연구용역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 전반에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공상처리를 위해서 아픈 원인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하는 등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우리 소방관들의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소방관이 건강하고 안전할 때 그 지역사회가 안전하다는 대명제는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상식이다. 부디 우리나라가 이 상식을 거슬러 역행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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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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