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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향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당시 경무관을 치안감으로 추서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현직 경찰관과 경찰대·간부후보 교육생 40여 명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육군사관학교 8기 출신인 안병하 치안감은 전남도경경찰국장(현 전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에 발포하라는 전두환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게다가 시민들의 희생을 우려해 총기를 절대 사용하지 말도록 했고, 시위 진압 경찰관들이 소지한 무기까지 회수했다. 시위대에는 부상자 치료와 음식 등 편의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안 치안감은 같은 해 5월 26일 직위해제됐고, 국군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그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에 시달리다 그는 지난 1988년 10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서야 광주민주유공자(2003년)와 국가유공자(2006년)로 선정됐다.

안 치안감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지난 2015년에는 국가보훈처의 '8월의 호국인물'에,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해 경찰청의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경찰청은 전남경찰청에 추모 흉상을 세우고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안 치안감을 추서하는 현충원 행사가 끝난 직후인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민들을 적으로 돌린 잔혹한 시절이었지만 안 치안감으로 인해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안 치안감을 추모했다.

"국민들은 경찰 스스로 개혁하도록 오래 기다려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18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 임용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문 대통령 "국민들 정의로운 경찰 믿고 개혁 기다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18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 임용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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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 뒤인 13일, 문 대통령은 충남 아산 경찰대에서 열린 경찰대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안 치안감을 다시 기렸다. 그는 이날 축사에서 "이제 여러분의 몫이 될 경찰의 역사에는 자랑스러운 경찰 영웅들이 있었다"라며 '경찰영웅'의 한명으로 안 치안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 안병하 치안감의 추서식이 열렸다"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경무관으로서, 전라남도 경찰국장이었던 안 치안감은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부상당한 시민들을 돌보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안사령부의 고문 후유증으로 1988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정의로운 경찰의 표상이 되었다"라며 "그가 있어 30년 전, 광주시민도 민주주의도 외롭지 않았다"라고 안 치안감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경찰은 고 안병하 치안감 말고도 많다"라며 "그동안 경찰이 권력의 벽이었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그 벽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들은 정의로운 경찰을 믿었고, 경찰 스스로 개혁하도록 오래 기다려주었다"라며 "지난해 촛불광장은 민주주의의 길을 밝히며 경찰이 국민의 품으로 다가오는 길도 함께 비추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단 한 건의 폭력도 없었던 평화의 광장은 국민과 경찰이 협력하여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라며 "(이렇게) 국민과 경찰 사이에 믿음이 자랐다"라고 강조했다.

"'미투'를 외친 여성들의 호소를 가슴으로 들어주라"

문 대통령은 "이제 여러분이 경찰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경찰은 국민의 인권과 안전만을 바라보는 국민경찰로 거듭나고 있다"라며 "경찰 스스로에게도 아주 명예로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일이고, 경찰이 더 큰 권한을 가질수록 책임도 더 커진다"라며 "전문적인 수사역량 발휘하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이 경찰개혁의 주역이 되고,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겠다는 여러분의 다짐이 경찰개혁을 힘차게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이 되리라 믿는다"라며 "경찰이 긍지를 가지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나와 정부도 힘껏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늘 여러분이 받은 가슴표장에는 해와 달을 뜻하는 두 개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라며 "낮에는 해가 되고, 밤에는 달이 되어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지켜달라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여성, 아동, 장애인, 어르신, 범죄와 폭력에 취약한 국민들의 곁으로 더 다가가 달라"라며 "'미투'를 외친 여성들의 용기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바로 세워달라는 간절한 호소이고, 그 호소를 가슴으로 들어주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방지에도 최선을 다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전문성과 책임감 못지않게 청년으로서의 정의감과 공감능력이야말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중요한 역량이다"라며 "매일 아침 경찰복을 입을 때마다 불의에 맞서고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오늘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 달라"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용식에서는 유호균 경찰대생과 이은비 간부후보생이 대통령상(전체수석)을 수상했다(아래 상자 참조).

경찰대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 대통령상 수상자 등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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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상 수상자
- 유호균(24세) : 경찰대 임용자/대통령상 수상(전체수석)/경찰대 법학과/공주 한일고
- 이은비(27세, 여) : 간부후보 임용자/대통령상 수상(전체수석)/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 동기들이 뽑은 최고의 동기
- 송지섭(23세) : 경찰대 임용자/34기 '봉사왕'으로 통함/30회 이상 헌혈로 "헌혈 은장유공" 포상<대한적십자사>/나눔봉사단, 해피무브 등 대학생봉사단 활동 다수
- 신기록(30세) : 간부후보 임용자/하반기 '교육부장'으로 동기생 복지향상을 위해 솔선수범/경기대 경찰행정학과 중퇴

▲ 특이 임용자
- 김지나(24세, 여) : 경찰대 임용자/일명 '메두사'/경찰대 최초 여성 신입생 훈련단장 영화 청년경찰 박하선 역의 모델/경찰대 행정학과
- 김형규(23세) : 경찰대 임용자/'사이버캅'/차세대 보안리더, 디지털 포렌식 학회 등 각종 학술대회 왕성한 활동/경찰대 행정학과
- 마선미(25세, 여) : 간부후보 임용자/'복싱하는 여경'/KBI 전국생활체육 복싱대회 여자부 2회 우승, 태권도 4단. 유도 2단 등 만능 스포츠우먼/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재학
- 오도관(29세) : 간부후보 임용자/'3부자 경찰가족'/부 오정주 현 경대 체육학과장, 형 오병관 현 66기 해경간부후보 교육중/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 존경하는 교수님
- 손재영(45세) : 경찰대 법학과 교수/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 및 강의만족도 최고의 교수/독 만하임 법경대학 박사
- 정혜심(42세, 여) : 경찰교육원 감성계발센터장(경정)/신임경찰로서 마음가짐을 다지는 '초심수업'으로 호평/경찰대 행정학과




태그:#문재인, #안병하, # 경찰대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 #검경 수사권 조정, #미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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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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