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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은 안 하고 1년 넘게 정치공방만 하고 있다."(김상희 민주당 의원)
"원내대표들이 합의해도 전혀 진전이 없더라."(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이제 의원님들 말씀을 다 외울 지경이다."(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위, 정해구 위원장)가 12일 개헌안을 확정하고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기로 한 가운데 국회의 개헌 논의는 여전히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선 청와대가 자문위로부터 개헌안을 접수하기 전 마지막으로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가 열렸지만 여야의 지리한 공방만 이어졌다.

이날 국회 헌정특위 회의에는 대통령의 권한 분산, 국회의 총리선출권·총리 임명동의권 강화 방안 등 권력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들이 나왔지만,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다수의 위원들도 "이제 토론은 할만큼 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때"라면서 무기력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민께 민망해"...셀프 반성문 쓴 헌정특위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헌법개정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헌법개정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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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 개헌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여야 주장이 겉돌자 이날 회의에선 이런 반성문도 나왔다.

"정말 민망하다. 이렇게 지겨운 얘기만 계속 반복해 민망하다. 국민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20대 국회의 가장 큰 책임이 개헌일 텐데 1년 넘게 공방만 하고 있다."

헌정특위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소사구)이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계속 국민들을 기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여기 있는 각 당 특위위원들이 권한을 행사하기도 어렵지 않나. 이 정도 문제면 각 당의 입장이 있어야 토론이라도 할 텐데 각 당 입장도 없으니 각 위원들 개인 입장 발언밖에 안 된다. 이건 그저 국회가 개헌을 손 놓고 있지 않다는 면피일 뿐이다. 답답하다. 너무 부끄럽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게 구체적인 개헌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당은 2월 말까지 당론을 마련한다고 해놓고 전혀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당 입장도 없이 어떻게 논의를 하나. 또 6월 지방선거가 아니라 10월에 하겠다고 했으면, 왜 10월인지 밝혀야 한다. 여야 합의가 안 돼서 날짜를 미루는 게 아니라 그냥 안 하는 것이지 않나. 왜 10월인지 당 입장을 밝혀라. 그렇게 하지도 않으면서 뭐하러 계속 특위를 열고 똑같은 얘길 반복하나."

위원들의 '셀프' 비판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도 "도대체 언제까지 겉돌기만 하는 헌정특위를 반복할 것인가"라며 "이미 제도의 옳고 그름은 충분히 따졌다. 이젠 정치적 판단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민봉 한국당 의원(비례)은 "다이나믹한 정치 상황 속에서 여야가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개헌에 임하는, 정직성을 상실한 측면이 양당(민주당과 한국당) 모두에게 있다"면서 "보다 진솔하게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시갑)도 "저는 이제 각 당에서 말씀해온 내용들을 다 외울 지경"이라며 "적어도 국회가 국민들께 국회 주도로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라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당한 한국당 "국회가 왜 비통해하나... 국회가 개헌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개헌 대토론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개헌 대토론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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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황영철 한국당 헌정특위 간사는 다른 위원들의 반성문들을 불편해했다.

"아니, 이 시점에서 마치 국회가 지난 1년 동안 제 역할을 못 해서 어쩔 수 없다거나 하면서 스스로 비통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충분히 여야 합의를 할 수 있다. 여야를 넘고 각 정당을 넘어서 특위가 국회를 제대로 견인할 수 있다."

짧은 자책으로 유민봉 의원이 대오를 이탈하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 발의를 "관제개헌" "개헌을 빙자한 개악"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 위원들은 국회가 계속해서 개헌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발 개헌안이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위원들은 '10월 개헌론'도 고수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비례)은 "국회 개헌 논의가 지연되므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아전인수"라며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 주도의 개헌안 발의는 사실상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무시하고 그 동안 우리가 해온 노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같은 당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도 "여당 의원들은 극단적으로 대통령 편을 드는 얘기만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인내심을 더 갖고 국회의 합의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의석수 116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당의 반대가 심한 만큼 정부여당도 개헌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한편 오는 13일 자문위로부터 개헌안을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은 자문위의 권고에 따라 20일 내로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태그:#개헌, #권력구조, #청와대,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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