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남 영광의 매일시장 가게에 내걸린 굴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남 영광의 매일시장 가게에 내걸린 굴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봄바람이 살랑인다. 예년에 없던 최강 한파로 인해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와있다. 남녘의 여기저기에서 꽃소식이 들려온다. 봄맞이 하려면 남쪽으로 가야하는데 문득 굴비와 모시송편의 고장 영광이 떠오른다. 옛날에는 쌀과 누에고치, 소금, 눈이 많은 곳이라 하여 4백(四白)의 고장으로 불렸다.

망설임도 잠시, 그냥 그곳으로 간다. 여수에서 영광까지는 두 시간 남짓, 영광 읍내를 휘 한 바퀴 돌아보고 매일시장으로 갔다. 시장 가게에 내걸린 굴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연 굴비의 고장답구나"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의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맛깔스러운 엄마밥상

영광 순이네 식당이다.
 영광 순이네 식당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때마침 점심시간, 우리 일행은 끼니를 해결해야했다. 굴비 파는 아주머니가 식당을 소개해줬다. 영광 매일시장 건너편의 순이네 식당이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허름한 가게가 보인다. 아주머니 왈, 광주에서 셰프를 했던 분이라며 음식 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식당에서 만난 식객(영광농협 동부지점장과 김지영씨)들은 맛깔스러운 엄마밥상이라고 했다. 덧붙여 인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라며 이곳 사장님 성함이 순이라고 알려준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하고 비슷해요. 맛깔스러운 엄마밥상이에요. 제철 음식이 나오고 매일 먹어도 물리지가 않아요."

영광 순이네 생선구이 기본 상차림이다.
 영광 순이네 생선구이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매일 대놓고 먹는 직장인들에게는 6천 원을 받는다. 밥 두 그릇을 먹어도 추가 요금이 없다. 인심 좋은 이곳에서 우린 뭘 먹을까 망설이다 생선구이를 선택했다. 생선구이 1인분에 8천 원이다. 고향집에서나 느껴 볼 수 있을 법한 반찬들이 수북이 놓이고 고등어와 조기구이도 나왔다.

사장님은 행사(춘란 전시회) 때문에 주말에 식당이 쉬어 음식이 남을 것을 우려해 많이 장만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한다.

"오늘은 없는 게 많아요. 내일 란 전시회 때문에 장사를 안해서요."

반찬이 맛깔스럽다. 파김치와 말린 죽순을 무쳐낸 죽순나물, 쫄깃한 피꼬막무침, 홍어회무침, 자반에 달래를 넣어 무쳐낸 자반무침 등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기장을 넣은 밥과 마무리로 내온 누룽지도 만족스럽다. 북어무국도 다시 생각날 거 같다.

봄 향기 품은 막내떡집의 쑥인절미와 모시송편

전남 영광의 막내떡집 주인아주머니가 쑥인절미를 포장하고 있다.
 전남 영광의 막내떡집 주인아주머니가 쑥인절미를 포장하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모시인절미와 모시송편은 배합과 찌는 게 중요하다. 막내떡집 부부가 쑥인절미를 만들고 있다. 맛보기로 건네준 쑥인절미, 쫄깃한 맛이 진짜 그만이다. 떡 맛에 반해 모시송편도 한 무더기 구입했다. 집에 가면 쪄먹어야지, 모시송편의 맛도 자못 궁금해진다. 

"모시를 잘 삶아 꽉 짜야 해요. 쌀 3되 남짓에 모시 1.6kg를 넣어요. 모시 색깔대로 떡도 그대로 나와요."

음식은 산지에 가야 맛있다고 했다. 영광의 떡집을 몇 곳 돌아봤다. 역시 소문대로 모시송편과 쑥인절미 맛이 좋다. 여기에 오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막내떡집 부부와 한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세상사 이야기와 떡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참 친절한 분들이다.

"떡은 정성이 엄청 많이 들어가요. 3번 갈고 네 번 갈면 맛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리고 음식은 간이에요, 간."

은은한 쑥향에 쫄깃한 맛이 일품인 쑥인절미다.
 은은한 쑥향에 쫄깃한 맛이 일품인 쑥인절미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곳 부부가 퇴직 후 찾은 제2의 인생길이다. 평소에 시골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영광에 사는 언니가 떡집이 나왔다며 소개해줬다. 그래서 얼떨결에 떡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막내떡집 부부는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제가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시골 할머니들하고 친하게 지내요.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떡집을 해요. 이거 드셔봐~, 콩고물에 찍어 드셔보세요. 그럼 맛이 완전히 달라요."

전남 영광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오래도록 그분들을 못 잊을 거 같다. 여행 중 생각지 않은 곳에서의 만남이 오랜 인연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남 영광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막내떡집 부부가 배웅을 한다.
 전남 영광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막내떡집 부부가 배웅을 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영광 막내떡집, #영광 순이네식당, #모시송편, #쑥인절미, #맛돌이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