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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엄마 있어요? 선생님 엄마는 이름이 뭐예요?"
"(옷에 그려진 사람 그림을 가리키며) 선생님, 이게 누구예요? 선생님이에요?"

 언니,오빠,누나,동생 서로 어울리며 즐겁게 놀다보면, 관계맺는 법은 절로 익히게 됩니다.
 언니,오빠,누나,동생 서로 어울리며 즐겁게 놀다보면, 관계맺는 법은 절로 익히게 됩니다.
ⓒ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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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이따금씩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뭐 이런게 궁금할 일이 있을까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그냥 가볍게 답하고 넘기곤 했는데, 이런 질문을 여러차례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자신이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과, 아이들 마음 깊숙이 다른 존재와 관계 맺고 싶은 심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살펴보면, 아이들의 이런 관계맺고 싶어하는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어요. (책 속의 한 그림을 가리키며) "난 얘 할래! 넌 누구할래?" 그림책을 볼 때에도 그림책에 나와있는 그림에 자신과 친구들을 대입시키며 놀기도 하고요. 역할놀이를 하면서 엄마, 아빠,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을 따라하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놀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지 않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보고 느끼는 관계망을 놀이로 가져오고 그 안에서 관계망을 구현해내면서 자라나가지요.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고 일러주는 존재인가 봅니다. 다만 그 언어가 수수께끼 같아서 다 큰 어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이에요.

이런 아이들을 보면, 어린이라는 존재는 평화를 사랑하고 관계맺는 것을 잘 하는 존재일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면도 갖고 있어요. 아주 재미있게 친구들끼리 놀다가도 순식간에 싸움이 발생하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선생님이 숨도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자신을 속상하게 한 친구의 잘못을 이르기 위해, 아니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옵니다. 관계 맺고 싶은 마음은 이만큼 큰데, 정작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자기 마음은 아주 크게 보이는 반면, 상대방의 마음은 잘 보이지 않으니까요.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이 다른 상태, 그 간극 사이에서 싸움이 발생합니다. 그 간극을 풀어주고 다시 연결시켜 주는 것이 교사들의 몫인데요.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친구가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함께 헤아려보고 나면 상처를 준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하고 나면, 사과 받은 친구는 언제 서운했냐는 듯 바로 마음을 풀어내곤 하지요.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선생님이라는 더 강한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힘도 길러나갑니다. 네 살, 다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자기의 힘겨움을 풀어내기 위해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여섯 살이나 일곱 살 정도 되면 스스로의 힘으로 관계에서 생겨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도 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 주는 일들이 반복되는 경우 아이들 사이에 관계 맺는 방식이 굳어져버리기 쉬운데요, 이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한 아이들도 자기 힘을 오롯이 길러내는 것입니다. 물론 약했던 아이들이 처음부터 힘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이라고 하는 주변에서 지켜봐주는 든든한 관계망 안에 있다 보면, 자기 표현하기를 힘겨워하거나 부끄러워했던 아이들도 어느새 내면의 힘을 쌓게 됩니다. 그리고 짜증 내거나 울지 않고 씩씩하게 표현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렇게 함부로 하지마. 네가 이렇게 해서 힘들어!"라고 말이에요.

 손잡고 산책가는 길. 아이들 마다 좋아하는 손잡는 방식이 다르기도 해요. 손잡는 것 조차도 서로의 차이를 맞춰나가는 섬세한 과정이에요.
 손잡고 산책가는 길. 아이들 마다 좋아하는 손잡는 방식이 다르기도 해요. 손잡는 것 조차도 서로의 차이를 맞춰나가는 섬세한 과정이에요.
ⓒ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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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집에서 지내다보면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관계만 맺게 되는 것은 아니에요.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들을 헤아리는 법도 함께 배워나갑니다. 가족이라고 하는 편한 관계망을 벗어나 이제 막 사회로 첫발을 딛어나가는 시기이다보니, 아이들이 부끄러워서 얌전히 있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중심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보다 약한 생명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어른들에게는 잘못해도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어떠할 지에 대해 배우고, 사과하고 존중하는 법을 거듭 몸으로 익히고 나면 어느새 달라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은 곤충을 아무렇지도 않게 괴롭히거나 죽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곤충을 유심히 관찰하며 곤충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기도 하고요, 실수나 장난으로 선생님을 아프게 해놓고 어찌할 바 모른 채 민망해 하기만 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선생님 미안해요"라고 먼저 다가와 사과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연하게 변화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관계는 가르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될 때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가르쳐야한다고 나섰다가 도리어 아이들로부터 배우게 되는 격이지요. 

오랜시간 아이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아이들로부터 참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생기있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눈망울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은 온몸으로 생명의 기운이 이런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누구에게든 서슴없이 다가가 관계 맺고,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 지으며 새로운 것 만들어내고, 몸과 마음 어우러지며 어느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오늘을 누리면서 말이에요.

아이들에게 분절되고 파괴된 세상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오히려 아이들은 나뉜 것들을 연결짓고 감싸안으며 희망의 싹을 틔워내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지닌 반짝이는 눈빛과 고운 마음결을 곁에서 지켜보다보면 오히려 제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온몸으로 희망을 뿜어내는 희망의 증인이자 미래의 주인공들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으니 고맙고 행복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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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아이들과 북한산 자락을 산책하며 햇빛과 바람과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공동육아어린이집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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