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마친 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 문재인 대통령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마친 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입춘이 지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수은주는 영하 10℃를 오르내리고 있다. 아마도 이런 날씨를 두고 옛 시인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다)이라고 읊었나 보다. 하지만 오는 봄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에 즈음한 이즈음 남북의 시민·인민들은 그동안 꽉 막혀 있던 혈관이 한꺼번에 펑 뚫린 양, 모처럼 평화와 화해 무드에 젖어있다. 북녘 선수단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북녘 예술단의 강릉 서울 공연, 북녘 고위급 인사의 방남,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남북선수 동시 입장 등의 보도는 지난해 연말에 견주면 격세지감이다.

사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꽉 막혀 있었던 남북관계에 비춰볼 때는 대단히 감격스러우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평화와 화해 무드가 어느 한순간에 깨트려질까 하는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특히 지난 8일과 11일의 북녘 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새삼 우리 백성들은 노래 한 곡조만 같이 부르면 수십 년간 가로막은 장벽도 금세 무너진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 순간은 마치 엷은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은 불안감을 씻을 수 없다. 비단 나만이 이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과 동시에 외세가 그은 분단선으로 우리는 둘로 나눠졌다. 우리는 지금 둘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하나로 합쳐질 동포 형제들이다. 남과 북이 분단된 지 그새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분단 이후 우리는 한때 서로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처럼 싸웠다. 그것도 외제 무기를 들고서.

먼 훗날 후세들은 오늘 분단 시대의 조상들을 어떻게 여길까? 아마도 대단히 미욱하게 여기거나 한편으로는 야만의 시대에 살았다고 대단히 가엽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분단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각계 지도자들, 특히 분단을 획책하거나 통일을 방해한 자들은 역사에 곧이곧대로 기록해 두고두고 비판할 것이다. 마치 이즈음 우리가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어 그들 무리들을 민족 반역자로 매도하듯이.

지난 10일 평창동계 올림픽 사전 리셉션 만찬장에서 보았듯이 한반도를 둘러싼 언저리 여건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는 한 시민으로 남북 고위 정치인들과 그리고 목을 길게 뽑고 그들을 바라보는 남북의 백성들에게 지극히 간절하고 정성된 마음으로 호소한다.

남과 북의 정치지도자에게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공동입장이 이뤄진 가운데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있다.
▲ '평창은 평화' 남북공동입장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공동입장이 이뤄진 가운데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문재인,김정숙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의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날 경기는 0 대 8로 패했다.
 문재인,김정숙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의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날 경기는 0 대 8로 패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첫째, <우리의 소원 통일> 노랫말 한 구절처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임을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새겨 달라고 부탁을 드린다. 그리고 통일의 제단에 그대 한 목숨을 바치는 각오로 조국 통일사업에 임하시라. 70여 년간 외세로 분단된 이 나라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는 이는 정치지도자 대열에서 물러나시라.

둘째, 통일로 가는 길에는 '우리'라는 대전제를 깔아야 한다. 그동안 남과 북은 오가지도 못하는 분단의 두터운 장벽으로 서로 다른 체제 속에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이해되지 않는 이질성이 많을 것이다. 통일사업에는 이러한 이질성을 서로가 인정해 뒤로 미룬 뒤, 먼저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 우리는 하나임을 뼈속 깊이 새겨야 한다.

그런 뒤 그동안의 서로 다른 이질성을 더 넓은 동포애의 용광로 속에서 용해시켜야 한다. 우리는 서로의 이질성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외면하면 결국 상대를 모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과 북은 결코 다시 하나가 될 수 없다.

셋째, '백인(百忍)'이라는 말을 들려드린다. 이는 곧, 백 번 참으라는 말이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온갖 장애물이 많았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더 크고 험한 장애물을 만나겠는가. 정치지도자들이 그런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참고, 또 참으면서, 슬기롭게 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마침내 우리 겨레가 꿈에도 그리던 남북 통일의 그날을 맞이할 것이다. 

남과 북의 시민 그리고 인민들에게

11일 오후 북측 예술단 공연이 열리는 국립극장 인근 장충체육관 앞에서 열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환영하고 있다.
▲ "가자 평창으로! 평화로!" 북측 대표단 환영하는 시민들 11일 오후 북측 예술단 공연이 열리는 국립극장 인근 장충체육관 앞에서 열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환영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첫째, 이제 이 시점에서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정치지도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 정치지도자의 언저리는 온통 지뢰밭이다. 솔직히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의 통일이 우리만큼 절실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한반도가 현재처럼 분단된 채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해야 자기들의 안보 면이나 또는 무기 판매 면에서 훨씬 이로울 것이다.

우리들 중 누군가 그들의 수중에 놀아나 정치지도자를 음해하는 매국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두고두고 '이완용'과 같은 민족반역자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둘째, 경제적으로 서로 도와야 한다. 분단 이전 우리나라의 쌀은 평야가 많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 대신 북쪽에서 풍부한 명태, 가자미, 송이버섯 그리고 각종 광물들은 남쪽으로 내려왔다. 풍부한 쪽에서 부족한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아주 자연스런 물자교류였다. 이런 물자교류가 그만 분단으로 끊어졌다.

다행히 요즘 남쪽에서는 쌀이 남아돈다고 하니까 아무 소리 말고 가능한 자연스럽게 북쪽으로 흘러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면 북쪽에서 풍부한 산물들이 자연히 남쪽으로 흘러오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일방은 없다. 소인배들이 짧게 볼 때는 일방으로 보이겠지만, 세상만사 'Give and Take'(기브 앤드 테이크)다.

'평화(平和)'라는 한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벼 '화(禾)'와 입 '구(口)' 자로, 곧 벼(쌀)를 백성들이 '평(平)' 곧, 골고루 나눠 먹는 것이다. 조금 형편이 나은 형이 조금 부족한 아우에게 슬며시 돌봐주는 것이 진전한 우애요, 동포애다. 그래야 평화 통일은 훨씬 빨라질 것이다. 쌀 몇 됫박 퍼주면서 돕는다고 요란을 떠는 것은 형제답지 않는 처사다. 그런 자들은 정계에서 영구히 추방해야 한다. 더욱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올바른 동포애가 아니다.

셋째,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이 자기편으로 돼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겨레의 처지에서 옳은 것은 옳다고 인정해 주고, 그 편을 따라야 한다. 또 상대방의 악의 없는 실수나 결점은 후벼 파지 말고 모른 척 슬며시 덮어주는 아량도 가져야 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먼저 내편의 잘못을 참회하지 않고 상대편만 나누라면 영영 통일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하늘의 어지신 보상

백두산 정상 해돋이 (2005. 7. 23.).
 백두산 정상 해돋이 (2005. 7. 23.).
ⓒ 박도

관련사진보기


나는 장차 통일될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세계 초일류국으로 부상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는 자연환경, 사람 등 세계 초일류국이 될 여러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분단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두 체제를 각각 체험한 커다란 이점도 있다.

그러기에 앞으로 통일된 나라는 두 체제의 장점을 잘 결합하고 조화시키면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나라로 발돋움할 것이다. 우리 백성들은 그런 나라에서 자유와 평등을 다함께 누리면서 조국찬가를 부를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정의요, 지난날 우리 겨레가 무수히 당한 고난에 대한 하늘의 어지신 보상일 것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에서 이 나라를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기에
빛나던 등불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하는데 재미통일운동가 노길남, 재미 언론인 심재호, 두 선생의 조언을 참고하였습니다.



태그:#2018 평창동계올림픽, #북녘예술단 공연, #북녘 고위급 방남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